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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겨울나기에 필요한 것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북적북적]

인생의 겨울나기에 필요한 것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23 : 인생의 겨울나기에 필요한 것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엄청난 자기 절제에다 행운까지 따른 덕분에 평생토록 건강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겨울을 피해갈 수는 없다. 부모님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고, 친구들은 사소하게나마 우리를 배신하기 마련이며,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 역시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디쯤에선가 넘어지게 되고,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삶 속으로 들어온다."

2022년이 왔습니다! 세월은 참 흐르는 물처럼, 날아가는 화살 같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고 느낄 땐 플랭크를 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플랭크 운동 중엔 정말 시간이 더디 가긴 합니다. 벌써 2022년,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있습니다.

'Winter is coming.'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여덟 시즌 동안 사랑받았던 <왕좌의 게임>, 여기에 반복해서 등장했던 이 '윈터 이즈 커밍'은 드라마의 세계에 실제로 오랫동안 닥치지 않았던 계절 겨울이 곧 올 것이고 그만큼 춥고도 혹독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저 벽 너머에 있는 고대 인류 화이트 워커가 쳐들어올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겨울은 그런 시련이나 고난, 이겨내야 할 어떤 것을 상징할 때가 많죠. 춥고 자연에서 양식을 구하기 어려워지니까요.

우리 인생에도 겨울이 있을까요? 시간이 흘러 소녀와 소년이 어른이 되듯 인생에서도 봄과 여름을 건너 가을을 만끽하고 나면 겨울이 찾아오는 건 자연스런 일 같습니다. 그렇게 '인생의 겨울'을 견뎌내야 그 다음이 있을 텐 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수도 있겠죠. 오늘 북적북적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은, 인생의 윈터링- 겨울나기에 관한 책, 캐서린 메이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입니다.

처음 읽은 구절은 프롤로그인 인디언 서머에서 가져왔습니다. 인디언 서머는 북미에서 나타나는 기상 현상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가기 직전에 찾아오는 반짝 더위입니다. 기온만 보면 겨울은 아직도 멀고 먼 것 같은데 곧 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인디언 서머부터 시작해 10월, 11월, 12월, 1월, 2월, 3월까지 이어집니다. 요즘은 좀 경계가 무뎌진 것 같지만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한국도 그렇고 대개 추운 겨울을 맞는 북반구 나라에서는 11월쯤이면 곧 겨울이겠구나 하고 월동 준비를 하겠죠. 하지만 우리 인생의 월동 준비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식으로 찾아오든, 윈터링은 보통 비자발적이고, 외롭고, 극도로 고통스럽다.

그러나 윈터링은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언제나 여름만 계속되는 인생도 있는데 우리만 그런 인생을 성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영원히 태양 가까이 있는 적도의 보금자리와 끝없이 계속되는 불변의 전성기를 꿈꾼다. 그러나 삶이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찌는 듯이 더운 여름날, 침울하고 어두운 겨울날, 급격한 기온의 저하, 그리고 명암의 교차에 취약하다."
-<9월 프롤로그: 인디언 서머>에서

"핀란드에서는 언제부터 겨울 준비를 시작해?"
"8월." 한네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대답한다.
"8월이라고?"
"사실 거의 7월부터지. 추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모든 걸 준비해두어야 하거든. 추워진 다음에는 아무 데나 마음대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어떻게 그렇게 일찍부터 준비를 해?"
….
그 모든 능숙한 준비가 망각하게 한 사실이 있었다.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건 쓸모 있는 일이지만, 딱 거기까지 나아가게 할 뿐이라는 것. 겨울에는 몇 발짝 더 멀리 가봤자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
-<10월: 겨울 준비>에서

"그러나 행복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슬픔 역시 그렇다. 아마도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혹은 힘든 일들을 거치면서, 우리는 슬픔을 무시해야 한다고, 책가방 속에 슬픔을 쑤셔 박아놓고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때때로 그 또렷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윈터링이다. 슬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그것은 슬픔을 우리에게 필요한 하나의 요소로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우리의 경험 중 최악의 경험을 응시하고, 최선을 다해 그것을 치유하고자 애쓰는 용기다. 윈터링은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칼날처럼 첨예하게 느끼는, 직관의 순간이다."
-<12월: 버트의 겨울>에서

겨울을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는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 같습니다. 매번 반복하는 일상과 같은 건데 어리석은 인간인 우리는 종종 당연한 걸 잊고 살 때가 많죠. 8월부터 겨울을 준비하더라도 그 이상 나아가기 위해서는 슬픔을 적극 수용하고 치유하려고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평범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저에겐 크게 와닿았습니다.

누구에게나 겨울은 찾아오고 그 겨울에는 어떤 추위와 재난과 사건사고가 기다리고 있을지, 혹은 예년에 비해 눈도 덜 오고 따뜻한 시간일지 아무도 겪어보기 전엔 모릅니다. 그럼에도 다소 안심이 되는 이유 중 하나에는 새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겨울은 여전히 맹렬한 기세를 휘날릴 것이다. 가장 추운 날들은 아직 오지 않았고, 작년의 추세로 보자면 최소한 두 달은 더 있어야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곧 눈송이가 떨어질 것이고, 첫 크로커스가 피어날 것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해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12월: 버트의 겨울>에서

2021년 한 해를 넘겼고 새해입니다. 그저 숫자 하나만 바뀌었을 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억울하게도 나이만 한 살 더 먹은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근거 없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는 새해가 왔습니다. 겨울 한가운데 맞는 새해의 힘을 받아 모두가 인생의 겨울도 잘 넘기고 머잖아 찾아올 봄을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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