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올해(2021년) 사업 못지 않게 방대하고도 중대한 다음해(2022년)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면서 무겁고도 책임적인 고민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당 전원회의는 당 대회 다음으로 중요한 당의 회의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새해 북한의 대내외 정책방향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물론 대외 분야, 즉 대남정책과 대미정책 부분입니다.
그런데 오늘 발표된 내용을 보면, 대외 분야와 관련해서는 딱 한 문장이 들어 있습니다.
"결론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하였다" (노동당 전원회의 보도)
사실상 내용이 없습니다. 대남 대미 정책과 관련해 외부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알 텐데, 북한은 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을까요.
결정 못 했나, 공개 안 했나
북한이 대외정책에 대해 결정을 못한 것이 아니라면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공개하는 것이 북한에게 득이 안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결정한 올 상반기 대외정책 방향은 어떤 쪽일까요.
지난해 전원회의 결과와 비교해 보면
북한이 이번에도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무게를 두었다면,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대외정책을 유화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대남, 대미 협상의 여지도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지난해와 달리 대외정책에 대해 아무런 공개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협상은 물론 대규모 무력시위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비교적 조용했던 최근 상황과는 달리 북한발 긴장이 생길 가능성이 좀 더 커진 것입니다.
다만, 이런 긴장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장 2월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는데, 베이징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북한이 긴장을 유발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우방인 중국이 대규모 국제행사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 북한이 대규모 무력도발을 하며 행사에 재를 뿌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는 2월까지 대화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3월 한미군사훈련 등을 거치며 북한이 긴장 유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3월 한국의 대선결과도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렇게 다소 복잡하고 유동적인 대외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은 대외정책을 비공개해 선택의 여지를 넓혀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 대외 고립 계속 감수할 듯
"결론은 비상방역 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사소한 해이나 빈틈, 허점도 없이 강력하게 전개해나가야 할 최중대사로 다시금 지적하였다." (노동당 전원회의 보도)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봉쇄했는데, 국경봉쇄가 쉽사지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회의에서 농촌문제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는데, '식량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강조하는 정책은 대외고립의 장기화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은 앞으로도 대외고립을 계속 감수하는 가운데 스스로 먹고 살아가는 '정면돌파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의 여지를 닫은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발 긴장이 3월 이후 다시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