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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뒤 자립하려 모은 전 재산, 'SNS 꾐'에 다 잃었다

'전담 경찰관' 있지만, 가해자 특정도 어려워

<앵커>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한 교묘한 범죄 실태, 어제(30일)에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한테 속아서 몇 년 동안 모아온 돈을 빼앗긴 피해자 이야기부터 먼저 보시겠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적장애가 있는데도 마트나 식당에서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해 수년간 돈을 모아온 이 모 씨.

지난달 전 재산을 잃고 말았습니다.

돈을 가로챈 사람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성입니다.

이 씨가 호기심에 접속한 소개팅 앱에서 대화를 시작했고,

[이 모 씨/피해자 : 어플 광고 많이 뜨잖아요. 그냥 채팅으로 얘기할 사람이 필요한데 잘못 걸렸죠.]

채팅을 통해 친분이 쌓이자 이 남성은 코인 투자를 끈질기게 권유했습니다.

[이 모 씨/피해자 : 무슨 코인 자기가 더 불려준다고 가입을 해야 한대요. 돈이 없는데 빨리 가서, 은행에 가서 적금까지 해약하라고.]

여러 차례 보낸 돈은 모두 3천400만 원.

투자가 잘 되고 있는지 물으려 했더니, 연락은 끊어져 버렸습니다.

[장애인 자립지원센터 관계자 : 전 재산이고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 끈일 수도 있고요. 그 모든 걸 한꺼번에 잃었다는 게…. 꿈을 가지고 탈시설을 했는데 그런 걸 또 어떻게 감당을 하고.]

이렇게 SNS를 통해 지적장애인을 갈취하는 범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은종균/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 SNS를 통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만나서 피해를 보고 있는 사례들도 사실은 되게 많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알잖아요. 지적장애인은 어떤 특성이 있다 하는 것들을….]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온라인상에서 범죄가 이뤄지다 보니 가해자를 특정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습니다.

각 경찰서에 지적장애인 사건 전담 경찰관이 있지만, 다른 사건들도 함께 맡다 보니 수사 초기부터 투입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정규/변호사 : '인력상 그게 쉽지가 않다, 그냥 하면 안 되겠느냐'고 해서 '우린 그렇게 조사받을 수 없다'고 다소 배수의 진을 쳐야 그제야 '재배당은 힘들고, 다만 조사 때 같이 입회할 수 있게 하겠다.']

지적장애인 상대 범죄가 더욱 지능화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전문성 확보도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 영상편집 : 황지영,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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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전재산 빼앗긴 피해자 지정장애인

<앵커>

어제오늘 리포트 전해드린 하정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피해자인데 '공범'으로

[하정연 기자 : 이번 취재로 지적장애인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취재를 했는데요. 범죄의 공범으로 수사기관에 적발이 돼서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SNS를 통해서 불법 행위에 사용하는 대포폰을 개통하게 하거나, 보이스피싱 전달책 업무를 시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 이 경우 범죄의 피해자이자 피의자가 되는 셈인데요.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이런 상황에 놓이면 내가 범죄 의도가 없었다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데, 지적장애인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Q. 피해 구제 어떻게?

[하정연 기자 : 지난 2015년에 장애인복지법이 개정이 되면서 복지부 산하 전문기관으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설립됐습니다. 전국 18개 지역에 있는데 장애인 관련 전문가와 변호사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고 접수와 상담, 그리고 법률 지원은 물론이고 낯선 수사기관에 조사받을 때도 함께 동행을 해줍니다. 피해자들을 직접 제가 만나보니까 도움받을 곳을 일찍 찾지 못해서 피해가 더 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주변 분들도 주변에 이렇게 피해가 발생하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곳에 우선 연락하시는 것이 좋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신고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정연 기자 : 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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