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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병원도 학교도 못 갔다…23 · 21 · 14살 세 자매 '유령의 삶'

[Pick] 병원도 학교도 못 갔다…23 · 21 · 14살 세 자매 '유령의 삶'
'살아있지만 서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처럼 살아온 세 자매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놀라움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세 자매의 나이는 각각 23살, 21살, 14살. 그간 의무교육은커녕 의료혜택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이유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중학교 3학년인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 혐의)로 40대 여성 A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어제(30일) 밝혔습니다.

A(44) 씨는 막내딸 B (14)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교육적으로 방치한 혐의를 받는데, B 양은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23살인 첫째 딸과 21살인 둘째 딸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A 씨가 이달 중순 제주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의 사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당시 주민센터를 함께 방문했던 딸들이 "우리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이 말을 통해 세 자매가 호적에 올라있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 주민센터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제주시에 따르면 미성년자인 막내딸은 물론 두 언니까지 세 자매 모두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정규교육 혜택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병원 진료나 치료 또한 받은 적이 없습니다.

A 씨는 제주시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에서 "학교에 가지 못한 딸들을 인터넷, 교육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교육시켰다"며 "딸들이 크게 아픈 적이 없어서 약국에서 산 해열제 등을 먹이며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출생신고서 양식.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세 자녀 모두 집에서 출산했고, 출산 후 몸이 안 좋아서 출생신고를 바로 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출생신고 절차도 복잡해서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 자매와 면담한 사회복지사는 "세 자매가 학교에서 정식수업은 받은 적이 없지만 EBS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 기본적인 공부를 해왔다고 말했다"며 "대부분의 생활을 집에서 했고, 아픈 것도 단순 감기 정도여서 약국에서 약을 사다먹었을 뿐, 병원에 갈 필요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습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처음 이들의 상황을 알았을 때는 믿을 수 없었다"며 "출생신고를 안 하면 주민번호를 부여받지 못해 사실상 공민권이 없는 상태로 학교 등 정상적이니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는데 20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전무후무한 경우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어 "다행히도 어머니와 아이들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건강하고 상담에 무리 없는 정상적인 상태"라며 "아이들끼리 거의 집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데도 밝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제주시는 세 자녀의 보호조치가 필요한 만큼 긴급지원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도 신청한 상태입니다.

한편, 경찰은 A 씨에 대해 "세 자녀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성인이 된 두 딸도 피해자로 보고 A 씨에 대해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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