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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산화탄소 농도 낮춰도 한반도는 강수량 증가

거꾸로 되돌린 이산화탄소 시리즈③

기상청이 최근 한반도 기후 전망을 내놨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었다. IPCC 보고서는 전 지구 스케일을 다루기 때문에 한반도의 세부 내용까진 알기 힘들었지만, 기상청이 고해상도 예측모델을 통해 분석해냈다. 분석 결과, 탄소배출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여름이 최대 6개월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의 절반 넘는 기간을 반팔을 입고 보내야 하는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생기는 현상인데, 당연하게도 33도를 넘는 폭염일수도 증가했다. 폭염일수는 현재의 7~8배 수준인 무려 80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강수량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하루 80mm 이상의 강우가 쏟아지는 날이 현재의 130~150% 수준으로 증가했다. 기온은 탄소사용을 줄이지 않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선 21세기 중반에 이미 현재보다 2.9℃ 더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로 경제성장을 할 때는(저탄소 시나리오) 21세기 후반에 온난화 추세가 완화될 것이 긍정적인 전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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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기상청 ㅣ SSP1~2.6 : 저탄소 시나리오, SSP5~8.5 : 고탄소 시나리오)

두 시나리오는 모두 탄소 배출량에 관한 시나리오인데, 배출량을 조절한 것이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조절해 예측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전망하면 어떨까?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다가 현재 수준으로 돌아오면 기후변화 문제는 해결되는 걸까? 앞선 취재파일 시리즈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선 해당 시뮬레이션에 따른 전 지구적 스케일의 변화를 살펴봤다. 이번 취재파일에선 범위를 좁혀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SSP 시나리오 : 온실가스 영향력에 미래 사회경제변화를 반영해 만든 시나리오.
① [취재파일] 온난화 주범, 이산화탄소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② [취재파일] 탄소중립, 목표 달성하면 기후 돌아올까

이산화탄소 농도 낮춰도 강수량 증가


연세대학교 안순일 교수와 한양대학교 예상욱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1년에 1%씩 증가 시켜 현재(367ppm)*의 4배 수준까지 높인 뒤 다시 같은 속도로 농도를 감소시켰다. 그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과거보다 강수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에 대한 비교는 같은 이산화탄소 농도 하에서 이뤄졌다. (그림 참조) 특히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점을 찍기 전후 50년은 일 강수량이 5.5mm에서 6.4mm로 16%나 증가했다. 하루 강수량으로만 보면 적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랜 기간 누적된다면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또한, 이런 강수 증가가 여름철 하루하루 고르게 증가할 가능성보단 장마철 등에 집중돼 쏟아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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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0년을 기점으로 이산화탄소 농도 줄어듦. 아래 강수량 그림은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50년 동안의 강수량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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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점을 찍는 2140년을 기점으로 향후 50년에서 직전 50년을 뺀 값, [2141~2190]-[2090~2139])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도 강수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해양이 온도에 비대칭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더라도 해양의 온도는 한동안 상승하게 된다. 해양이 열에 느리게 반응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을 때가 한여름 7~8월이 아닌 9월쯤인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해양의 온도가 상승할 땐 지역별로 해수면 온도 상승 폭에 편차가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페루 연안의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다른 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보다 상승 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더 빠르게 변하는 것이 해당 지역의 수온약층**이 얕아 물이 더 빠르게 따뜻해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결국 동태평양의 물이 따뜻해지면서 차가운 심층수가 용승하지 못하고 뜨거워진 동태평양엔 상승 기류가, 반대편인 우리나라 북서 태평양 부근엔 하강기류가 유발되는 것이다. 엘니뇨와 같은 현상이 짧은 기간이 아닌 30~40년 동안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유발된 강력한 하강기류는 북서 태평양의 아열대 고기압을 강화시키고, 결국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더 많은 수증기가 유입돼 강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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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기의 태평양 해수면 온도 편차 ㅣ 동태평양 부근이 훨씬 더 높은 해수면 온도 보이고 있음. )

*367ppm : 실험에서 현재 수준은 367ppm으로 가정, 실제 2020년 기준 이산화탄소 농도는 413ppm
**수온약층 : 1m당 1℃이상의 수온이 변하는 층으로 표층과 심층 사이의 온도변화가 심한 구간.

기후변화. 세밀하게 접근해야


전 지구로 시야를 다시 넓혀보자. 이산화탄소 농도를 다시 낮춘다고 해도 앞서 설명한 이유 등으로 미래 우리나라엔 강수가 증가한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론 어떨까? 예상욱 교수 연구팀은 같은 실험에 대해 전 세계를 대륙과 해양으로 나눠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해양에선 같은 이산화탄소 농도 하에 과거와 강수량이 달랐지만, 대륙에선 농도가 같으면 강수량도 비슷할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이 값들은 해양과 대륙 각각의 평균값이다. 이 평균값을 오독하면 앞서 우리나라 강수량 증가를 분석한 연구와 배치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륙의 강수가 비슷할 것이란 건 말 그대로 평균값이기 때문이다. 전체 그리고 평균값만 보고 사람들이 사는 내륙엔 문제가 없을 거란 섣부른 판단을 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평균은 말 그대로 평균일 뿐이다. 앞선 연구처럼 실제로는 동아시아엔 강수량이 증가하고, 또 다른 지역에선 강수가 감소해 가뭄이 생길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기후변화로 지구 전체가 어떻게 변해갈지 예측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큰 틀에서 방향성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 전체만을 놓고 모든 정책과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지역별로 나타나는 기후변화엔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참고문헌>
Sang-Wook Yeh, Se-Yong Song, Richard P. Allan, Soon-Il An and Jongsoo Shin, "Contrasting response of hydrological cycle over land and
ocean to a changing CO2 pathway", 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2021) 53, doi.org/10.1038/s41612-021-00206-6

Se-Yong Song, Sang-Wook Yeh, Soon-Il An, Jong-Seong Kug, Seung-Ki Min, Seok-Woo Son and Jongsoo Shin, "Asymmetrical response of summer rainfall in East Asia to CO2 forcing", Science Bulletin(2021), doi.org/10.1016/j.scib.2021.08.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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