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브스레터 이브닝 (12/30) : 대선판 뇌관되나?…"통신 조회"가 뭐기에

스브스레터 이브닝 최종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요즘 뉴스의 키워드는 '통신 조회'네요. 선거 쟁점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에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 80여 명에 대해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야당 사찰 공방이 뜨겁기 때문이죠. 공수처장이 국회에 불려나오기도 했고요. 이 뉴스와 함께 '통신 조회'가 뭔지 알아볼게요.

김진욱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공수처장 "왜 공수처만 가지고…"
김진욱 공수처장이 오늘(30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 나와 억울함을 토로했네요. 야당 의원들은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가 야당 탄압이라고 몰아붙였는데 김 처장은 "지나치신 말씀이다. 검찰도 많이 하는데 왜 공수처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하냐"고 반발했어요. 부연 설명도 했는데요. "공수처가 사찰 기관이라고 한다면 가입자 정보를 통해 야당 의원들의 동향을 조직과 인력을 동원해 파악해야 성립되는 것이 아니냐" "(통화내역 조회 결과에 따라 확보한) 전화번호만으로는 누군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회를 한 것뿐으로, 사찰이 될 수 없다"고 했어요. '억울하다'는 말도 여러 번 나왔고요.

'통신 조회'가 뭐기에
수사기관이 수사하다 보면 통신과 관련된 자료를 조회하게 되는데요, 스마트폰에 많은 정보가 들어있어서 갈수록 통신수사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죠. 통신과 관련된 수사기관의 조회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통신자료 조회>고요, 또 하나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지요. 이걸 바로 설명하기 전에, 수사과정을 가정해 볼까요? 수사기관이 '홍길동'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면서 공범 추적 등을 위해 홍길동의 통신 수사를 한다고 생각해 볼게요. 우선 홍길동이 누구와 통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동통신사로부터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쭉 받아서 들여다 보겠죠. 근데 통화 내역을 봐도 전화번호만 나오지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전화번호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뒤따르죠. 두 가지 조회 모두 합법이에요.     

수사 대상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건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고요, 수사 대상자와 전화를 주고 받은 상대방이 누군지 조회하는 건 <통신자료 조회>라고 해요. 그러니까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는 법적인 용어이고 '통화내역 조회'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네요. 근데 이 '통화내역 조회'를 당했다면 직접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죠. 수사기관이 혐의를 두고 있다는 거니까요. 반면 '통신자료 조회'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범죄와 연관 없는 경우가 많고 추가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도 드물죠. 그래서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 즉 통화내역 조회는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하고요, 통신자료 조회는 공문이면 가능해요. 지금까지 얘기를 정리할 수 있는 자료가 있더라고요. 지난 24일 과기정통부가 낸 보도자료 중에 통신사실확인자료와 통신자료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올려볼게요.

레터용 캡처
레터용 통신자료

공수처가 한 야당 통신 조회는?
공수처가 했다는 야당 의원들 통신 조회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 즉 통화내역 조회가 아니고요, 통신자료 조회지요.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을 걸로 보이고요. 김진욱 공수처장이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통신조회에 대해 "원칙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현재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 사건 관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거든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사찰이라면서 맹비난을 쏟아냈네요.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서 한 말인데요.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 "국회의원과 언론인을 사찰하면, 국회의원 보좌관만 사찰해도 원래 난리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우리 당 의원들 단톡방까지 털었다. 그러면 결국 다 열어본 것 아니냐. 이거 놔둬야 하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김진욱 공수처장을 향해서는 "사표만 낼 게 아니라 당장 구속수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게 40년∼60년 전 일도 아니고 이런 짓거리를 하고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합니까"라고 공세 발언의 수위를 한껏 높였네요.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윤석열 검찰도 조회…야당만 했다면 문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찰이 아니고 윤석열 검찰도 방대하게 통신조회했다는 점을 부각시켰어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윤석열 검찰도 수십만 건을 했으나 누구도 사찰이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나친 것은 경계해야 한다. 수사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네요. 다만 이 후보는 "야당만 했다면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일이고 문제제기 할 만한 일"이라면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열어놨네요. 이와 관련해서 <한겨레>가 오늘(30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작할 때 282만 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어요. 

불법 사찰인가?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규모와 대상 등 실체가 아직은 드러나지 않아서 야당 주장처럼 불법 사찰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속단할 수 없죠. 법조계에서는 불법 사찰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의견을 내는 분들이 있는데요, 법적인 문제를 떠나 통신자료 조회를 놓고 '불법사찰'이라는 정치 공세는 과거에도 꽤 있었어요. 민주당도 야당이던 시절에는 통신자료 조회를 '불법 사찰'이라며 공세를 펴기도 했죠. 그렇다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수사기관이 당사자에 통보하지 않고 통신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 인권 침해 등 문제 소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내가 하면 수사, 남이 하면 사찰?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해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아요. 조회당한 것으로 의심되면 통신사에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죠. 그래서 인권 침해 논란이 나오는 거죠.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통신자료 조회가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통신자료 조회 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했고요, 이후 민변과 참여연대 등은 헌법소원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죠. 제도 개선 운동을 벌여온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지난 27일 논평을 냈는데요.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판과 함께 통신자료 조회 제도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어요. 논평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할게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위헌적 수사관행이다. 이것이 윤 후보의 발언과 같이 사찰이 된다면 후보자 본인의 총장 재직 시절 이뤄진 검찰의 요청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하면 '수사'요, 남이 하면 '사찰'이라고 할 것인가.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전 총장이었던 윤석열 후보조차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사찰로 이어질 위험을 인정한 만큼, 공수처 존폐를 운운하며 초점을 흐릴 사안이 아니다. 윤석열 후보는 영장없는 수사기관의 무차별적 통신자료 제공 요청 행태에 대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영장주의 도입 등 진정성 있는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브스레터 하단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