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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면 4년 9개월 만에 석방…박근혜 특별사면 파장은?

31일 0시부터 사면 효력 발생…당분간 입원 치료 예정임에도 정치권 관심 뜨거운 이유 분석

자정이면 4년 9개월 만에 석방…박근혜 특별사면 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까지 이제 7시간 남았습니다. 신년 특별사면의 효력이 발생하는 내일(31일) 새벽 0시가 반나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정이 되면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 형이 확정된 기결수의 신분을 벗어나 약 4년 9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됩니다. 날짜로는 1,746일 만입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자정이 되기 직전 서울구치소 측으로부터 사면증을 받을 예정입니다. 구치소 직원이 병실을 방문해 사면증을 직접 전달할 예정입니다. 사면증이 교부되면 박 전 대통령 곁을 지키고 있는 계호 담당 직원들은 임무를 종료하고 철수하게 됩니다. '계호'란 교도관 등이 범죄자나 용의자를 경계해 지킨다는 뜻의 교정 용어입니다. 사면증이 교부되는 순간부터 박 전 대통령은 재소자가 아닌 일반인 신분으로 바뀌기 때문에 교정당국의 계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에 따라 담당 직원들이 병실에서 철수하게 되고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절차는 마무리됩니다.

2017년 3월 구속됐던 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 4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일반인으로의 귀환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롯된 대통령 탄핵과 구속, 유죄 확정 판결이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만큼 이번 사면 결정 또한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왜 사면을?"…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건강 상태'

박근혜 사면 디데이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이 발표된 지난 24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면의 명분으로 '국민 통합'을 앞세워 명시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 또한 주요한 이유였다는 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지난달 22일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당초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이후 진행된 진료에서 6주 이상의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을 받은 상태입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또한 어제 법조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병원 3개 진료과의 진단서를 다시 봤다. 입원 과정 등 어떻게 치료받았는지 내용도 보태져 사면 결정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상태가 수감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이 밖에 박 전 대통령이 최근 정신적인 불안 증세를 보여 진료를 받았다는 소식도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나빠진 상황은 청와대와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계기가 됐을 걸로 보입니다. 고령의 나이로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의 건강에 중차대한 이상이 발생할 경우 맞닥뜨리게 될 정치적 부담이 가볍지 않을 걸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면 결정에 반발할 각계각층의 비난보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이상에 따른 위험 요소 관리가 더 시급하다는 계산이 섰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사면은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로부터 잇달아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문 대통령이 과거 '뇌물 등 5대 중대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던 공약에도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T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사용했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비판하는 국민이 계시겠지만 문 대통령 대통령이 이해를 구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각계각층의 비판이 가해질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음에도 사면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사면 여론은 '우호적'…사면 둘러싸고 복잡해진 대선판 셈법


박근혜 사면 디데이
사면 결정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신문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9%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잘된 일'이라고 답했다고 오늘(30일) 전했습니다. (※ 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CBS 또한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59.8%로 집계됐다고 지난 26일 전했습니다. (※ 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사면이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여권에선 발표 직전까지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홀로 고심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발표 당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론 송영길 대표도 '기사 제목을 보고 알았다', '문 대통령이 외로운 결단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사면 발표 전 청와대와 당·선대위의 사전상의는 없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역시 언론에 "사면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내린 결단"이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결단함으로써 이재명 후보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고 '큰 산'을 스스로 넘었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선대위 체제로 전환한 민주당에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야기될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게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됩니다.

이재명, 윤석열

이에 비해 야권은 셈법이 복잡합니다. 사면 결정이 발표된 직후 당 차원의 공식 논평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사 시절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만큼 상황을 신중히 주시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 여전히 충성 지지층이 있는 걸로 보이는 만큼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지난 총선 당시 이례적으로 옥중 입장문을 발표해 보수 지지층의 단결을 주문했던 만큼 이번 사면이 보수 결집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윤 후보가 사면 결정이 발표된 직후 "늦었지만 환영한다. 건강이 좀 안 좋으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회복하시길 바라겠다"는 환영의 뜻을 밝힌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사면으로 인한 정치적 파장을 의식한 발언이란 분석입니다. 윤 후보는 오늘 대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건강이 회복되시면 찾아뵙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예우는 제외 · 경호는 계속…사면 소식에 '담담했다'지만 이미 뜨거워진 박근혜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절차가 완료되는 오늘 밤에도 병실에서 머물며 치료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또 교정당국의 계호 인력이 철수해도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경호는 법에 따라 퇴임 이후 5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역시 내년 3월 초까지는 경호 대상에 해당되고 이후는 대통령경호처와 경찰 간 논의에 따라 경호 여부가 결정됩니다.

다만 내년 3월이 지난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은 경찰의 경호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행법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예외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사면된 전두환 씨의 경우에도 경찰관 5명의 배치가 유지됐고 전 씨가 사망한 현재에도 부인 이순자 씨에 대한 경찰 경호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한 뒤 머물게 될 자택 근처에는 옛 삼성동 집 앞처럼 지지자 등이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호 필요성이 유지된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입니다.

박근혜 화환

다만, 박 전 대통령은 탄핵 결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이 받을 수 있는 예우 대상에선 제외됩니다. 이에 따라 연금 지급이나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의 지원, 민간 단체들이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의 국가 지원, 사망 시 묘지 관리에 드는 인력과 비용 지원 등은 지원받지 못하게 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벌금과 추징금을 내지 않아 내곡동 사저가 법원 경매를 통해 매각되면서 현재 거처가 없는 상태입니다. 올해로 만 69세인 데다가 최근 건강이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간병인을 비롯한 보호자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변호인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 외에 동생 박지만 EG 회장 등이 박 전 대통령의 거처를 마련할 걸로 보입니다. 퇴원하더라도 통원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병원과 멀지 않은 곳에 머물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와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한 뒤 병원을 나올 때 대기하고 있을 취재진 앞에서 어떤 말을 할지도 주목됩니다.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24일 박 전 대통령이 사면 소식을 뉴스로 접했을 당시 반응과 정치 활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냥 담담하셨다. 지금은 신병 치료에 전념하신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면 결정에 대한 입장을 이미 밝힌 만큼 사면 절차가 완료된 직후 입장을 추가로 낼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합니다. 다만, 사면된 박 전 대통령에 쏠린 정치권의 관심은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기획 : D콘텐츠기획부 / 디자인 :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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