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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각종 고위 승려 성추행 의혹…"문제 제기 허사"

<앵커>

신도 수 80만 명에 이르는 대한불교 주요 종단 가운데 하나인 '진각종'의 한 고위 승려가 종단 산하 재단 직원을 여러 차례 성추행한 의혹이 있어 집중 취재했습니다. 피해자가 문제 제기했지만, 종단의 조치는 미흡했습니다.

김민정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7년 8월, 대한불교 진각종 재단에 입사한 당시 25살 A 씨.

입사 직후부터 같은 부서 상사였던 50대 승려 B 씨가 수시로 성추행을 했다고 SBS 취재진에 털어놨습니다.

[피해자 A 씨 : 어깨나 팔 등의 속옷 있는 부위 자주 만지면서 제 머리 위에 자기 머리를 얹는 행위를 여러 번 했고. 뒤에서 와서 자기 얼굴을 제 얼굴에 갖다 대는 행위도 하고요.]

B 씨의 이런 행동을 목격한 동료도 있었습니다.

[당시 같은 부서 동료 :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피해자) 뒤에서 어깨를 주물러준다거나 신체 접촉이 좀 있었는데, 그걸 불편해하는 걸 몇 번 봤었고.]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신체적 접촉이 반복되자 A 씨는 상부에 이를 알렸습니다.

B 씨는 상급자로부터 구두경고를 받고서는 문제 행동을 멈췄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B 씨는 오히려 더 높은 직위로 승진했고, 성추행도 다시 시작됐다고 A 씨는 말합니다.

[피해자 A 씨 : 갑자기 꿀밤을 때리고 볼을 막 꼬집고, 차 안에서 제 무릎 만지면서 얘기하고. 한 번은 갑자기 어깨 감싸 안으면서 점점 살 빠지니까 예뻐진다고 하는데 계속 참아왔던 걸 한 방에 딱 무너뜨리는….]

진각종 수장인 통리원장에게까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피해자와 분리해준다며 B 씨를 대구로 전보조치했는데, 이후 진각종 산하 복지재단 이사 등을 맡아 A 씨가 일하는 서울 사무실에 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진각종 고위 승려 : 많이 힘들어했었어요, 피해자가. (당시 가해자는) 종단의 의회의 의원으로 일을 하고 (복지재단) 이사로도 선임되어서 피해자 입장에선 더 많은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B 씨는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B 씨/가해 고위 승려 : 어깨를 내가 토닥토닥해준 적은 있었어요. 머리가 또 지끈지끈 하다길래 머리를 콩콩콩 토닥해주고. 지압을 해주면 좋다고 내가 몇 군데 짚어서 가르쳐주기도 했거든요. 아픈 부위를 어떻게 해소해줘야지, 라는 마음에서 토닥토닥….]

여기에, 종단 고위층이 B 씨가 다른 사람에게도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도 포착됐습니다.

[고위 승려(가해자 B 씨 상사)-피해자 A, 11월 대화 : (가해자 B 씨가) 문제가 많다라는 게 통리원장 얘기로는 그 사람 (예전에) 대구에서도 그런 게 비일비재했다 이거지. 이놈의 XX가 이게 대구에서도 그러더니만 (하더라고.)]

이에 대해 종단 측은 당시 피해자가 공식적인 징계 요구를 하지 않았다면서, 가해자의 당시 직위를 해제하고 지방 발령을 내 분리조치하는 등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최대한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오늘(29일)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B 씨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이찬수,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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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민정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황당한 조치, 왜?

[김민정 기자 : 종단은 피해자가 징계가 아닌 분리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징계가 없었던 탓에 고위 승려 B 씨는 구두경고를 받은 뒤에 한 번 승진을 하기도 했고, 나중에 대구로 전보되기는 했지만, 주요 보직을 맡고 서울을 오가는 등 결과적으로 분리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한지 알아보니까, 진각종이 따르는 종법에는 성비위에 대한 징계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또 승려 비위를 감찰하는 기구도 B 씨와 비슷한 지위의 고위 승려들로 구성돼서 사실상 잘못을 따지고 들어가기가 어려운 구조로 돼 있는 것이죠.]

Q. 앞뒤 다른 대처

[김민정 기자 : SBS 취재진이 어제 오전 종단을 상대로 이 사안을 취재했습니다. 종단 측은 승려에 대한 성인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성비위에 대한 징계 규정도 만드는 등 시스템을 좀 개선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를 한 뒤에 수장인 통리원장 등 고위 승려들이 이 피해자를 따로 불러냈다고 합니다. 그 뉴스가 나가면 종단에도 또 피해자에게도 부정적인 일이 생기니 보도가 안 나가게 해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불안한 마음에 당시 상황을 녹음해뒀다고 하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통리원장 : 이게 지금 방송에 나오게 되면 지금 종단이 데미지를 많이 입게 될 거 아닙니까. 그게(데미지 걱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면은 ○○○님은 조직생활할 자격이 없는 거예요. 본인도 아마 상처를, 또 제2차 피해를 입을 거예요. 그죠? 그거를 우리가 좀 더 원만하게 그러면은 서로 종단도 좋고 또 본인이 또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우리가 들어줄 수 있으면은..]

[김민정 기자 : 앞에서는 잘못된 부분을 고치겠다고 하고, 뒤에서는 2차 피해까지 언급하면서 잘못을 덮는 데 급급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 셈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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