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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번쩍' 이상한 샤워장 거울…반대편에선 불법 촬영

신고 14시간 뒤 난 불에 폐허로 변한 현장

<앵커>

한쪽에서만 다른 편을 볼 수 있는 특수거울을 활용해서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한 공장의 사장이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직원들 샤워실에 그런 특수거울을 설치해 놨던 것인데, 경찰은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성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이성훈 기자>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는 장소인 영상녹화조사실입니다.

벽면에 거울이 하나 있는데, '매직미러' 또는 '반투명거울'로 불리는 특수거울입니다.

안에서는 거울처럼 보이지만, 바깥에서는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제조공장에서 수사기관에서나 사용하는 특수거울이 발견됐습니다.

어제(27일) 오후, 외국인 노동자 A 씨는 공장 샤워실을 이용하다가, 거울 너머로 반짝하는 불빛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이 공장 사장 B 씨가 직원 샤워실에 특수거울을 설치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샤워실과 마주 붙어 있는 사장실에서 비밀 공간도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B 씨가 비밀 공간에서 특수거울로 보이는 A 씨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혐의도 포착하고 B 씨를 입건했습니다.

B 씨는 S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못 할 짓을 했다"며 "오래전에 거울을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피의자와 즉시 분리된 A 씨는 별도의 보호조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B 씨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하고, 조만간 B 씨를 불러 범행 동기와 추가 범죄가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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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불법촬영한 공장 사장

<앵커>

그런데 이 사건은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취재한 이성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시중 판매되나

[이성훈 기자 : 그래서 저희가 이런 특수거울이 실제로 시중에서 판매되는지 확인해보려고 을지로 유리 상가에 다녀왔습니다.]

[유리 가게 업주 : 어두운 데서 환한 데는 보이고 환한 데서 어두운 데는 안 보이는 거야, 한 장에 38만 4천 원. (며칠 정도 걸려요?) 한 이틀이면 되지.]

[이성훈 기자 : 이처럼 돈만 내면 바로 구할 수 있다,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거울을 만들 때는 빛을 반사하는 물질을 뒤에 바르는데요. 이 물질을 조금만 사용해서 빛이 일부 투과되는 그런 원리입니다. 주로 공예가들이나 인테리어 업자들이 사간다고 하는데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피의자도 거울을 어디서 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울집에서 다 판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Q. 범행 현장 전소?

[이성훈 기자 : 이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서 오늘 곧바로 공장에 갔는데요. 이미 공장 건물이 완전히 타버려서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지 하루 만에 현장이 완전히 사라진 셈인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소환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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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불법촬영 공장 화재

<소환욱 기자>

직원 샤워실에서 특수거울이 발견된 경기도의 한 제조공장입니다.

경찰이 출동한 지 하루 만에, 어찌 된 영문인지 시커멓게 타버린 잔해들만 남았습니다.

이곳은 공장이 있던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 화재로 외부는 골조만 앙상하게 남았고 내부는 모두 불에 타버렸습니다.

오늘 새벽 3시 40분쯤, 이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습니다.

불은 공장 건물 전부와 내부 집기류 등을 태우고 5시간 20분 만에 꺼졌습니다.

[목격자 : 이쪽에서 불이 난 것 같아요. 여기가 주방이거든요. 저 혼자 자고 있었거든요.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니깐, 내가 속옷 차림으로 나와서 여기 와서 신고해달라고 했어요.]

경찰에 신고된 지 14시간여 만에 화재가 발생해 공장 내부가 모두 타버린 것입니다.

특수거울이 설치돼 있던 사무실 컨테이너도 폭삭 내려 앉아버려 범행 증거도 훼손됐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차 조사 결과 작업장 쪽에서 발생한 전기 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공장 사장 B 씨는 S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번 화재는 피해자 A 씨와 같은 국적인 노동자들이 자신에 대해 앙심을 품고 저지른 방화로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현장 감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은 방화 가능성 등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조사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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