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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 (12/28) : 전주 노송동발 뉴스를 기다리며

스브스레터 이브닝 최종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오전에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해봤어요.
 
혹시 그분 연락 안 왔어요?
네 아직요.
언제 올까요?
그건 모르죠.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대화의 주인공 '그분'은 이름은 물론이고 모든 게 베일에 싸여 있는 '얼굴 없는 천사'지요. 연말이면 남몰래 선행을 베푸는 그분의 뜻을 존중해 짧게 통화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더 이상 알려고 하는 게 그분의 뜻에 반하고 결례를 범하는 듯해서요. 그분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힘든 연말에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뉴스를 기다리며 오늘 얘기를 해볼게요.

'코로나'에 온정도 식나?
'코로나' 한 마디에 일상의 불편을 감수하고, 누군가는 경제적 손해까지 떠안는 연말이죠. 날씨도 동장군의 기세에 눌려 엄동설한이고요. 이럴 때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훈훈한 소식이 기다려지는데요. 노송동뿐 아니라 전국에 '얼굴 없는 천사'들이 참 많지만 전체적으로 성금 기부를 통한 온정은 뜨겁지 않다고 해요. 이웃을 위한 성금 모금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사랑의 온도'부터 볼까요.

(사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홈페이지)

오늘(28일) 전국 평균 온도가 71.7도네요. 여기서 단위 도(℃)는 퍼센트(%)로 보시면 돼요. 모금 목표 달성률인 거죠. 즉 올해 모금 목표액 (3천700억 원)의 71.7% (2천652억 원) 모금됐다는 의미죠. 사람의 온도 71.7도가 지난해보다 낮은 건 아니에요. 정확히 1년 전에 66.3도였으니까 5.4도 높긴 해요. 근데 기부의 속을 들여다 보면 좋게만 볼 수 없는데요, 대기업들의 기부로 온도는 높아졌지만 개인 기부는 줄었다고 하네요. 사랑의 온도를 관리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개인 기부자 수가 무려 46% 급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해요. 구세군 냄비 모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서울의 경우 코로나 직전이던 2019년보다 20% 넘게 줄었다고 해요. 코로나 장기화로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져서 개인 기부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전국 온도가 71.7도인데 서울의 온도는 40.6도로 낮은 것도 눈에 띄네요.

동사무소의 돼지 저금통
다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얘기로 돌아가보죠. 천사가 처음 나타난 건 2000년 4월3일이었어요. 당시 중노송2동사무소에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돼지 저금통을 놓고 갔는데요, 저금통 안에는 58만 4천 원이 들어있었죠. 누군가 초등학생을 시켜 돈을 전달한 거예요. 이후 해를 거르지 않고 21년 동안 연말만 되면 기부를 했는데요, 성금이 8천만 원 넘을 때도 있었고 지난해까지 누적 기부액이 7억 3천863만 원에 이르죠. 동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성금이 있는 장소만 알려주고 홀연히 사라지곤 했다네요. 동사무소 직원들은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가 매해 동일하지는 않았다고 해요. 그만큼 남몰래 이웃들을 돕고 있는 거죠. 사람들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분을 '얼굴 없는 천사'로 부르게 됐어요.

연말이면 어김없었다
'얼굴 없는 천사'의 21년 기부는 사연이 더 있어요. 2005년에는 성금을 맡기던 중노송2동사무소가 노송동으로 통합돼 '혹시 주민센터를 찾지 못해 기부가 끊기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2년 전에는 성금 절도사건까지 있었는데요, 절도범들이 끝내 검거되고, 성금도 되찾았지만 전 국민이 범죄에 분노하고 천사에게는 죄책감을 느꼈지요. 그래서 지난해 천사가 다시 나타날지 관심이 많았는데, 또 어김없이 나타났죠. 절도 사건에 대해 오히려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된 편지도 남겼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이전에도 천사는 매번 편지를 작성해 현금과 함께 상자에 넣었는데요. 대부분 소년소녀 가장이나 불우한 이웃을 걱정하고 응원하는 내용이 많았어요.

(사진=한겨례)

근데 2009년 편지를 보면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졌으면 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기부의 배경을 짐작할 만한 대목이네요.

(사진=전북일보)

위 사진은 2017년 편지인데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네요. 편지들을 보면 천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보는 사람들도 따뜻해지죠.

코로나 2년째…더 간절해진 노송동발 뉴스
노송동 주민들은 10월4일을 '천사(1004)의 날'로 정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천사 마을과 천사거리도 생겼고요. 나눔이 마을을 변화시킨 거죠. 뿐만 아니라 전국에 수많은 '얼굴 없는 천사'를 낳기도 했죠. 사회 안전망의 빈 틈을 채우는 기부. 그 기부가 확산돼 소외층을 따뜻하게 품어가는 거죠. 코로나 2년째인 올겨울에 '얼굴 없는 천사' 뉴스가 더욱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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