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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비용'을 아시나요?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분단비용'을 아시나요?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통일과정에서 들어가게 될 비용 즉 '통일비용'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씩 언급되지만, 분단과정에서 치르게 되는 비용 즉 '분단비용'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분단이 70년이 넘어 일상화됐기 때문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는 끊임없는 분단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분단비용'이란?

'분단비용'이란 조국이 분단되지 않았으면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말합니다.

분단비용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까지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분단비용은 막대한 국방비입니다. 국방의 중요성이야 어느 나라건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조국이 분단돼 있음으로 해서 100만이 넘는 남북의 군인들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또 휴전선에서의 대치를 위해 투여되는 각종 부대건설비와 유지비, 재래식무기 투자 유지비용 등은 분단으로 인해 초래되는 비용들입니다.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의 병력을 감축해 병력 유지비를 줄이고 국방비를 첨단전력 건설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분단돼 있던 시기에 비해 적은 국방비로도 효율적인 국방력 건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의 대치는 소모적인 국방비 낭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여러 비물질적인 비용을 부담시킵니다. 남북 간에 간헐적인 무력충돌로 무고한 인명이 살상되는가 하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북한발 긴장 고조로 우리는 항상 전쟁의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남북 대치 때문에 젊은이들이 장기간 군 복무를 해야 하는 것도 엄청난 비용입니다. 한창 생산력이 왕성한 시기에 젊은이들이 사회를 떠나 군 복무를 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그만큼 산업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의무복무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통일이 된다고 해도 쉽게 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업군인 위주로 군체계가 개편되면 의무복무 기한은 지금보다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분단으로 인한 경제비용도 적지 않아

분단이 가져오는 경제적 측면의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반도가 통일돼 있었다면 우리는 남북을 아우르는 넓은 내수시장을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분단으로 내수시장이 작아지면서 기업들은 북한이라는 잠재적인 수요를 잃게 됐고 이는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많아서 물건이 더 많이 팔리면 공장 설비도 늘리고 생산단가도 낮출 수 있을 텐데, 분단으로 인해 이러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분단으로 인해 북한 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없는 것도 비용입니다. 통일 상태라면 수입하지 않아도 될 자원들을 분단으로 인해 외국에서 수입하며 불필요한 비용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조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분단선으로 인해 우리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비용 또한 엄청납니다. 비무장지대와 인근 군사 보호구역이 국토 이용에서 배제돼 있고, 남북 접경 수역에서는 어민들이 어로작업에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분단으로 길이 막히면서 남한은 사실상 섬나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륙으로 길이 연결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물류적 이익을 우리는 분단으로 인해 누리지 못하는 비용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지칭되는 한국 경제의 저평가 현상 또한 분단비용입니다. 한반도에서의 상시적인 긴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우리 기업과 경제는 상시적인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신용도 또한 통일이 돼 전쟁위험이 제거되면 좀 더 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분단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이밖에도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 단일 국가를 이루지 못해 국력이 분산됨으로써 생기는 상대적인 국력의 열세, 북한 문제로 생기는 내부 이념 분열 등 우리 사회가 치르는 분단비용은 엄청납니다. 통일비용은 일시적이지만 분단비용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누적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당장의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을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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