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고문 가해자 공개하라" 법원 판결에도 정부는 '감감'

<앵커>

오늘(27일) 저희는 국가 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사과방식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감금과 고문 끝에 무고한 시민들이 간첩으로 낙인찍혀버리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지난 2018년. 정부가 간첩 조작 사건에 관여한 사람들이 받았던 훈포장과 서훈을 취소했는데, 하지만 그 발표문에서조차 고문 가해자의 이름은 가려져 있었습니다. 수십 년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은 가해자 이름을 알아야겠다며 소송을 냈고 최근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그 뒤로도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정반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조총련과 접선한 간첩으로 조작됐다가 20년 가까이 지나 무죄를 선고받은 김철 씨.

여생의 소원은 분명했습니다.

[김철/1989년 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이걸 저희가 고문을 받고 그 더러운 치욕을 겪은 거는 그대로 살아 있을 거예요. (고문 가해자가) 자기 죄를 어떻게 지어서 이게 정말 인간으로서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라고 사죄한다면….)]

지난 2018년부터 정부는 과거 간첩 조작사건 관련자에 대한 서훈을 취소했습니다.

'죽기 전에 고문한 사람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다', '누군지 알아야 용서하고 화해하지 않겠냐'는 피해자들의 소망은, 정부가 가해자 명단 공개를 거부하면서 좌절됐습니다.

[최양준/1982년 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피해자 이름은 전부 공개해서 간첩 행위했다고 그냥 자기들 대문짝처럼 해놓고. 가해자들 너희들은 왜 이름을 공개 안 하느냐.]

3년을 끈 가해자 정보공개 청구 소송, 정부는 고문 가해 명단 공개가 국가 안보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법원.

가해자 이름을 피해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국가 안보와 국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단을 공개하라고 판결했고, 최종 확정됐습니다.

[이사영/1974년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 본인이 나한테 가해했고 잘못을 만들었으니까 본인이 와서 해야지요. 다른 사람 필요 없어요.]

이후 또 한 달 넘게 흘렀습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왜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지 정부에 직접 물었습니다.

[행정안전부 담당자 : 판결이 확정됐다고 바로 자동으로 공개되는 그런 것은 아니고요. 정보공개 청구를 (다시) 해야 그 건에 대해서 저희들이 다시 처분할지 안 할지 판결의 취지를 따라서….]

수십 년이 흘러도, 그 사이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국가 권력 범죄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소극적이기만 합니다.

[김철/1989년 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그래도 내가 태어난 조국이니까. 어떻게 해보려고, 조국이라고 생각해 보려고 하더라도 정치하는 사람들의 그 속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준희,​ VJ : 김준호, CG : 최재영)

▶ 고문 피해자에게 불쑥 나타나 "사과하면 받을래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