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사실은] 신지예 영입 이후, '이대남'은 등을 돌릴까요?

[사실은] 신지예 영입 이후, '이대남'은 등을 돌릴까요?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에 들어갔습니다.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당내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우리 당의 외연확장이나 모든 면에서 상당히 의미 영입이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 젠더 갈등을 고조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

우리 시대 뜨거운 현안인 '이대남', '이대녀' 담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누구는 이대녀 잡으려다 이대남까지 떠난다고 했고, 또 누구는 그래도 이대녀가 고민할 여지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은팀은 그 손익계산서를 쓸만한 재주는 없습니다. 다만, 이번 '신지예 영입' 이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대남 혹은 이대녀가 누구인지 보다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대남과 이대녀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손익 계산서가 다를 수 있음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에 대한 팩트체크, 데이터에 근거해 살펴보겠습니다.

사실은 로고
.

세대 규모


먼저,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인구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현황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1월 기준입니다.

관련 이미지

20대 남성은 35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6.78% 20대 여성은 317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6.14%였습니다. 2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 비해 33만여 명 더 많았습니다. 
 

정치 성향


정치 성향 살펴보겠습니다. 대통령 후보 지지도를 기준 삼는 게 정확하겠지만, 후보자가 최종 결정된 게 지난달 초라 장기적인 추이를 알아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대별·성별 정당 지지도 추이를 알아봤습니다.

올 한 해 전체적인 추이를 알기 위해, 매월 지지도를 조사하는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에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전체적인 추이는 단일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삼는 게 좋습니다.

최근 1년 동안, 세대별·성별 기준, '국민의힘 지지율'에서 '민주당 지지율'을 뺀 수치의 '추이'를 나타냈습니다. 파란색 계열이 남성, 빨간색 계열이 여성입니다. 색깔이 진할수록 젊은 세대의 지지율 추이로 보시면 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지율 그 자체가 아니라, 추이가 자료 분석의 핵심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이미지

그래프가 좀 복잡하긴 한데, 전체적으로 우상향, 즉,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가는 추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큰 마이너스값을 보인 세대, 그러니까,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높은 세대는 2~30대 여성, 그리고 40대 남성입니다. 반면, 큰 플러스값을 보인 세대, 즉,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은 세대는 60대 이상 노년층, 그리고 20대 남성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였던 건 역시 20대 남성이었습니다. 확실히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급격히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 국민의힘이 왜 20대 남성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투표하는 시민들

지금부터는 선거 공학적인 분석입니다. 

일단, 세대가 젊을 수록 지지율 변동성이 크다는 건 학계의 정설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을 쉽게 바꾸지 않는 반면,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고정(Fixed) 효과가 덜 하다는 겁니다. 선거철마다 정치권에서 반복되는 '집토끼' 혹은 '산토끼' 논란은 특정 집단의 '고정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세대와 성별 관점에서, 국민의힘의 시선이 '젊은 여성'을 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선거는 49대 51의 싸움입니다. 무엇이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는지 기민하게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본격적인 손익계산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신지예 전 대표의 영입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겁니다. 가정할 수 있는 두 가지 리스크가 있습니다. 20대 여성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리스크, 동시에 20대 남성이 이탈하는 리스크입니다.

정치는 생물입니다. 주변 상황에 따라 요동치는 게 정치인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신지예 전 대표 영입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나온 몇몇 말들을 곱씹어보면, 신 전 대표 영입 판단에 깔린 정치 공학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물론 잃는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얻는 부분이 훨씬 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당이 보여준 외연확장, 그리고 어떤 생각의 방식이나 생각의 내용이 다른 분도 포괄하고 포용하는 그런 모습 자체가 대선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우리 가야할 길이다."
-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지난 21일.

잃는 부분(20대 남성의 지지율)보다 얻는 부분(20대 여성의 지지율)이 크다는 판단에는, 20대 남성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즉, 적어도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20대 남성의 반(反)페미니즘 정서가 '지배 정서'가 아니라고 분석한 것으로 읽힙니다. 청년 세대 내 젠더 격차가 생각보다 '과장'됐다는 정치적 판단입니다.

20대 남성의 반(反)페미니즘 정서는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때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20대 남성의 반(反)페미니즘 정서가 지나치게 과잉 대표화 됐다는 분석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가령, 지난해 발표된 논문 <20대 남성 현상 다시 보기 : 20대와 3040세대의 이념성향과 젠더의식 비교를 중심으로>(최종숙)을 보면,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은 이후 세대보다 더 높거나 비슷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는 20대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세대 문제의 '일부'일 뿐이라는 해석입니다. 저희 사실은팀도 자료 검색 과정에서 이런 연구 결과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투표 의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 누가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오느냐일 겁니다.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그간의 투표율을 알아봤습니다. 최근 10번의 주요 선거의 세대별·성별 투표율을 살펴봤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요 선거가 끝날 때마다 발간하는 <선거 총람> 자료를 재분석했습니다.

관련 이미지

일반적으로 20대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습니다. 20대 남성의 경우, 전반과 후반의 투표율 차이가 큽니다. 20대 전반의 투표율은 높지만, 후반은 낮습니다. 반면, 20대 여성은 전후반 관계 없이 비슷합니다. 다른 세대와 비교해볼 때 남녀 격차도 도드라졌습니다.

20대 전반과 후반 투표율 격차는 군 복무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군대는 선거 때마다 투표권 보장을 넘어 거의 의무적으로 권리를 수행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의무적 투표층'이 많은 20대 전반 남성보다도 앞서는 추세입니다.

사실 온라인 공간만 보면, 20대 남성의 목소리가 커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연구가 더 필요한 대목이지만 '남초 커뮤니티'(남성 가입자가 많은 커뮤니티)와 '여초 커뮤니티'(여성 가입자가 많은 커뮤니티)의 바이럴 규모는 차이가 큽니다. 여초 커뮤니티의 경우 상당수가 회원제로 운영하며 다소 폐쇄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선거를 공학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온라인 착시', 혹은 그로 인한 '과잉 대표'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봐야만 할 겁니다. 무엇보다 표를 많이 받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데이터만 기준으로 보면, 현안에 대한 반응성이나 담론 형성의 적극성은 20대 남성이 압도적이지만, 실질적인 투표 참여율이 20대 여성보다 높다고 분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신지예 전 대표 영입이 얼마나 효과를 볼 지는 모르겠습니다. 반(反)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자연히 신 전 대표 영입 자체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고, 전통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당위적 관점에서 신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반작용이 있습니다.
 
다만, 무엇이 맞고 틀리냐는 떠나서, 이번 영입은 언론과 정치권이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청년층 젠더 격차' 문제가 과장됐다는 분석에서 출발하는 걸로 읽힙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대남'이나 '이대녀'같이,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만큼 단순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선거 공학 앞에서 보다 명징해졌을 뿐입니다.

SBS 사실은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사실은 검색
<주요 참고 자료>
갤럽, 올해 월별·세대별·성별 정당 지지율 추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총람
최종숙, <20대 남성 현상 다시 보기 : 20대와 3040세대의 이념성향과 젠더의식 비교를 중심으로>, 경제와사회 통권 제125호, 2020년

(인턴 : 송해연, 권민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