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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LIG 넥스원 '동반 취업' 공군총장 동기 3인방…심상치 않은 이력들

[취재파일] LIG 넥스원 '동반 취업' 공군총장 동기 3인방…심상치 않은 이력들
박인호 공군 참모총장의 공군사관학교 35기 동기 3인(예비역 준장)이 대형 방산업체인 LIG 넥스원에 동반 취업한다는 사실이 SBS 취재파일 보도로 알려진 뒤 군과 방산업계에서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참모총장의 사관학교 동기들이 우르르 특정 방산업체에 취업하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군과 업계 사이에 부정한 대가가 오고가는 '채용 장사', '취업 청탁'의 관행이 워낙 많았던 터라 많은 이들이 LIG 넥스원과 박인호 총장, 동기 3인방의 행보를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3인방 각각은 지금 LIG 넥스원에 취업하기에 다소 부적절한 이력의 소유자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무기 개발 관련 군사 기밀을 다루고 기밀을 생성하는 선행연구와 용역에 현재 참여하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지난 5월까지 국방과학연구소 연구개발 자문위원으로 일했습니다. 방사청 퇴직 이후 만 3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LIG 넥스원 취업 일자가 확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무기 개발 관련 당국자들은 "비상식적 채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예비역 장성들은 조심 또 조심해서 방산업체에 취업해야 하는데, 공군 무기 사업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참모총장의 동기들인 데다 깔끔하지 못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대형 방산업체에 한꺼번에 발을 내딛는다니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 LIG 넥스원과 공군은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부의 어떤 기관이든 나서서 시시비비를 따질 만도 한데 다들 딴청 부리고 있습니다. 박인호 총장 동기 3인방의 LIG 넥스원 안착을 위해 '침묵의 카르텔'이라도 결성한 것 같습니다.

선행연구 중에 관련 업체 취업이라니


박인호 참모총장 동기 중 공군에서 전역한 예비역 준장 이 모 씨는 다음 달 3일 비상근 고문으로 LIG 넥스원에 취업합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선행연구 2건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행연구는 장차 개발 또는 도입할 무기 관련 기밀을 다루면서 해당 무기의 ROC(군 작전요구성능)를 결정하는 법적 극비 절차입니다.

선행연구 중 취득한 무기의 기밀과 정보가 LIG 넥스원에 넘어가면 LIG 넥스원은 해당 무기 개발 사업에서 땅 짚고 헤엄칠 수 있는 검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행연구 수행 중인 자가 선행연구의 결과물과 관계가 깊은 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두고 군과 업계는 상상 초월의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방산업체의 한 임원은 "선행연구 도중 손과 머리를 완전히 비운 채 방산업체에 취업해야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 "이 씨도 LIG 넥스원도 기본 도리조차 망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LIG 넥스원 관계자는 이 씨의 채용에 대해 "예비역 전문가의 기술과 경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의 기술과 경험을 좀 깊이 활용하면 바로 기밀 유출로 변질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씨 등에게 선행연구를 발주한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문의했더니 연구소 측은 "연구자가 선행연구 관련 정보를 누설하지 않도록 보안서약서를 제출했다", "보안서약서를 위반할 경우 군사기밀보호법, 국가보안법, 형법, 군형법의 처벌 대상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가 갖고 있는 기밀과 정보가 단 한 톨이라도 LIG 넥스원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는 뜻인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이 씨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주한 선행연구 외에 다수의 연구용역도 수행했거나 수행 중에 있습니다. 공군의 한 기관이 발주한 무기 관련 연구용역은 몇 달 전 마무리했습니다. 이 씨는 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들 모른 척해준다면 LIG 넥스원에게 이 씨는 최고의 인재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자문위원 하고, 퇴직한 지 3년도 안됐고…


박인호 총장 동기 3인방 중 나머지 2명은 방사청 고위직을 지낸 예비역 준장 전 모 씨와 이 모 씨입니다. 먼저 다음 달 3일 LIG 넥스원에 상근 전문위원으로 취업하는 전 씨의 이력입니다. 방사청 항공기사업부장으로 근무하다 공군으로 원대 복귀해서 2018년 12월 전역했습니다. 전 씨와 같은 경우 방사청에서 전역하는 것이 상례인데 특이하게도 공군으로 돌아가서 군복을 벗었습니다.

전 씨는 2019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방과학연구소의 레이더 관련 분야 연구개발 자문위원을 지냈습니다. 역시 레이더 관련 각종 정보와 기밀들을 두루 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2년간 보고 들은 것들이라 잊으래야 잊을 수도 없습니다. 레이더 개발하는 방산업체에 참 긴요한 인재입니다.

다른 한 명의 이 씨도 LIG 넥스원에 상근 전문위원으로 취업합니다. LIG 넥스원은 "채용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채용 일자에 대해선 "내년 2월이다", "내년 7월이다" 오락가락입니다. 2월도 틀렸고, 7월도 틀렸습니다.

방사청에 따르면 이 씨는 방사청 국제계약부장을 역임했고, 2019년 7월 31일 전역했습니다. 만 3년이 지나야 취업 심사 거치지 않고 방산업체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이 씨는 내년 7월 31일까지 취업 심사 없이 LIG 넥스원에 입사할 수 없습니다. 인사혁신처의 취업 심사를 거치면 업무 연관성으로 인해 불승인이 유력합니다.

그럼에도 LIG 넥스원은 이르면 2월이나 늦어도 7월에는 영입하려고 안달이니 참 딱합니다. LIG 넥스원은 규정을 면밀히 검토했다는데 이런 기본적인 사항도 놓쳤습니다. LIG 넥스원이 무엇에 쫓기는지 대단히 급해 보입니다.

LIG넥스원의 경기 판교 R&D센터 전경

당국들은 강 건너 불구경


방산업계를 관리·감독하는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은 기밀을 만졌거나 지금도 만지고 있는 예비역 장성의 방산업체 취업 과정을 들춰봐야 하는 의무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인호 공군 참모총장 동기 3인방의 LIG 넥스원 동반 취업을 좀 들여다보라는 기자의 요청에 어느 기관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물어보라 했고,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방사청이 교통정리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방사청은 답변을 주저했습니다. 속으로는 다들 "이래선 안 되는데" 할 텐데 옴짝달싹 안 하니 역시 참모총장 동기들이라서 아무도 손 못 댄다는 수군거림이 나오는 것입니다. 공군도 예비역 장성의 개인적 취업에 왈가왈부 못 한다는 입장입니다.

당국들이 책임 전가하며 다들 손을 놓으니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기자라도 LIG 넥스원이 공군의 무기 개발사업에 참여할 때 LIG 넥스원과 박인호 총장, 그의 사관학교 동기 3인방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불을 켜고 관찰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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