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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수처는 그나마 유감 표명…'통신자료 조회'에 입 다문 군 검찰

[취재파일] 공수처는 그나마 유감 표명…'통신자료 조회'에 입 다문 군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어제(24일) 언론인, 정치인 등을 상대로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조회한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알리면서 논란이 된 지 19일 만입니다.

국방부 검찰단도 기자와 변호사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그제(23일) SBS 보도로 확인됐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이 고 이예람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을 수사하면서 무차별적으로 통신조회를 한 것 같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A 피의자의 피의 사실 확인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군사법원에서 적법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3월 2일부터 6월 30일까지 A 피의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전화번호의 가입자 성명, 가입일자 등의 통신자료를 확인한 바 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이 지목한 A 피의자는 공군본부 공보장교로 추정됩니다. 고 이예람 중사의 직속 선배가 이 중사를 도우려고 했던 일을 알리려고 했는데,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의 왜곡'이라고 규정해 기소했습니다. A 피의자가 넉 달 동안 통화한 사람들이라면 수십 명의 기자와 각군 장교, 국방부 당국자, 가족과 친구, 지인 등이 망라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국방부 검찰단은 유감 한마디 내놓지 않습니다.

SK텔레콤이 지난 7월 국방부 검찰단에 통신자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서류

통신자료 조회의 발단은


현재까지 국방부 검찰단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들은 공군본부 A 공보장교의 변호인, A 장교와 자주 통화했던 복수의 기자들입니다. A 장교는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A 장교의 혐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 중사 사건의 시작은 장 모 중사의 성추행 1차 가해와 부대 선임들의 2차 가해입니다. 이 와중에 이 중사가 직속 선배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건 내용을 설명했고, 이 직속 선배는 장 중사를 엄정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중사에게 안내했습니다.

공군본부 공보실은 당시 이런 내용을 외부에 알리려고 했습니다. 누구도 이 중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놓지 않은 줄 알았는데 직속 선배가 바른 정신으로 바른 행동을 했으니 홍보할 필요성은 상당했습니다. 공보장교가 공보 임무를 수행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이를 사건의 왜곡으로 규정하고, A 공보장교를 포함해 2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중사와 직속 선배의 통화 녹취 파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입니다.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국방부 검찰단 주장인데 재판부는 공명정대하게 판단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왜 통신자료 조회했나


국방부 검찰단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은 A 장교의 변호사와 기자들입니다. 하나같이 A 장교 등의 행위를 정상적인 공보 활동으로 파악한 인물들입니다. 즉 사건의 왜곡이라고 몰아붙인 국방부 검찰단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의 정확한 내막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방해하거나 이를 조사하기 위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깁니다.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 인사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과 국방부의 해명을 그대로 옮기면 "가입자 정보만으로 가입자의 신분 또는 직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입니다. 신분과 직업, 즉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통신 조회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상세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말입니까. 국방부와 검찰단의 해명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통신자료 조회해서 개인정보 수집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가 어제와 그제 최광혁 검찰단장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도 남겼지만 일절 답이 없습니다. 국방부는 검찰단에 구체적 입장의 정리를 지시해야 하는 처지인데 덩달아 입을 닫았습니다.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 결과 발표 하는 최광혁 국방부 검찰단장

남의 일 보듯 하는 검찰단


국방부 검찰단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대상은 A 공보장교가 통화한 사람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다수의 국방부와 군 당국자들은 말합니다. 즉 국방부 검찰단은 B 피의자, C 피의자, D 피의자 등이 통화한 사람들의 통신자료를 숱하게 조회해서 이름과 전화번호 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루 이틀이면 관련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국방부 검찰단은 공수처처럼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라도 해야 도리입니다. 그런데 국방부 검찰단은 이쪽 방면으로 참 인색합니다. 일전에 고 이 중사 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가 국방부 수용 시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적 있는데 국방부 검찰단은 그때도 유감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물어보니까 마지못해 카카오톡 메시지로 "유감이다" 한마디 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장은 이미 지난 22일 이번 일로 미안해할 까닭이 없다는 의사를 기자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다. 공수처와 다르게 국방부 검찰단은 아마 유감 표명도 않고, 앞으로도 합법이라며 계속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 검찰단에 부탁하건대 수사 종료 후 무고한 사람들의 통신 조회 자료들은 철저히 파기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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