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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 (12/24) : 전직 대통령 사면의 정치학

스브스레터 이브닝 최종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성탄 전날 아침에 예고 없이 깜짝 뉴스가 나왔네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복권되면서 4년 9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되는군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약도 되고 독도 되는 양날의 검이죠. 사면의 정치학을 생각해 봤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24년 전 전두환 사면과 오늘 박근혜 사면
24년 전인 1997년 일인데요, 12월에 치러질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이회창(한나라당), 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이인제(국민신당) 세 후보 모두 전두환 씨와 노태우 씨 사면 복권을 공약으로 내걸었죠. 김대중 당시 후보는 용서론을 강조했어요. "김영삼 대통령 임기 중에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여 동서화합의 길이 열리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그들(전두환 노태우)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우리도 똑같이 대응할 수는 없다"는 말도 했고요. 보수 성향의 이회창 후보는 추석을 보름 앞두고 '추석 전 사면'을 요구하기도 했지요. 그러니까 보름 안에 사면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회창 후보의 요구를 처음에는 거부했죠.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게 이유였어요. 하지만 입장이 바뀝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김대중 당선인의 요청을 받고 사면하게 된 거죠. "국민대화합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라고 이유를 설명했어요. 근데 박근혜 사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변화와 많이 비슷하네요.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적인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며 박근혜 사면에 부정적이다가 오늘 특별사면한 뒤 이렇게 설명했어요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하지요. 24년 전 전두환 노태우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나 지금 박근혜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반대가 많았어요. 현직 대통령의 임기 말에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여론에 반해서 이뤄진 사면이라는 점을 보면 24년 전과 오늘, 많이 오버랩되시죠?

(사진=연합뉴스)

처벌도, 진실규명도, 사죄도 없었다
전두환 노태우는 2년여 만에 출옥했어요. 이들에 대한 처벌이 유야무야로 끝나버린 거죠. 2017년 출판과 배포가 금지된 전두환의 <전두환 회고록>을 보면 전두환 씨의 사과는 없죠. 역사적 왜곡과 허위의 내용이 가득했는데요,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다가 숨졌지요. 5.18에 대한 진실규명과 사죄 없이 '후안무치'의 태도로 일관했는데요, 사면을 면죄부로 인식한 건 아닐까요? 박근혜 사면은 청와대 설명처럼 '국민통합'에 도움이 될까요?

'워터게이트'의 닉슨 사면한 포드
1970년대 초 미국 정가를 뒤흔든 워터게이트 사건 기억하시죠? 이 사건은 대통령 닉슨의 사임까지 몰고 왔죠. 이때 닉슨을 이어 포드가 대통령에 취임했는데요, 취임 한 달 뒤 참모들 만류에도 닉슨을 사면했어요. "분열과 증오를 딛고 미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로요. 이 이유도 우리 대통령이 쓰는 이유와 비슷하네요. 사면 이후 취임 초기인데도 포드의 지지율이 70%대에서 40%대로 곤두박질쳤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은 미국 역사상 가장 용기 있는 결단의 하나로 꼽힌다고 하네요. 포드는 자서전에서 사면에 대한 일을 회고했는데요,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적었어요. 조금만 소개할게요. "닉슨의 지시대로 한 참모들은 감옥에 있는데 닉슨만 자유로운 건 이중적 사법 아닐까. 아니야,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것만으로, 또 그 굴욕으로 여생을 보내야만 한다는 건 그 자체로 감옥과 똑같은 형벌일 거야. 관용이야말로 우리 미국을 만든 뿌리 아닌가"

사면, 양날의 검
사면법은 대한민국 2호 법이라고 해요. 1948년 정부 수립 후 정부조직법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어진 법이라는 거죠. '조국 광복의 기쁨을 같이하고 재생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라는게 입법 이유였고요. 사면법은 제정된 후 무려 60년이 지난 2008년에야 개정되고 모두 네 번 개정됐다고 해요. 이 정도면 바뀐 게 별로 없는 셈이지요. 예나 지금이나 법에 세부적인 규정이 없고, 특히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죠. 잘 쓰면 포드 전 미국 대통령처럼 용기있는 결단으로 평가받지만, 남용하면 법치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죠. 양날의 칼인 셈이네요. 경실련은 "문 대통령의 사면권을 남용한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들이 많이 나오고 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하다고 하네요. 지금은 비판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서 대통령 설명처럼 '국민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좋겠네요.

오늘의 한 컷

(사진=연합뉴스)

멕시코 박물관에 등장한 한국식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이에요. 두루마기를 입은 산타와 루돌프, 알록달록 부채와 복주머니 등으로 장식됐네요. 박물관이 멕시코 주재 외국 대사관들과 함께 각 나라의 공예품 등으로 꾸민 트리를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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