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아빠 찬스'의 악몽이 또?"…청와대 민정수석 수난사

'아들 입사지원서 논란'으로 공분 재점화 되나…여론 향방에 정치권 촉각

"'아빠 찬스'의 악몽이 또?"…청와대 민정수석 수난사
문재인 정부 5번째 민정수석인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아들이 취업 지원 과정에서 제출한 입사지원서에 부적절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입니다. 지난 3월 검찰 인사를 두고 마찰을 빚다가 사의를 표명한 전임 신현수 민정수석에 이어 임명된 지 9개월 만의 사퇴입니다.

김 수석의 아들 김 모 씨는 최근 한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께서 현 민정수석이신 김진국 민정수석입니다"이라는 문장을 써낸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성장 과정'을 묻는 항목에 지원자들이 보통 써내는 성장 환경 또는 학내외 경험이 아닌 아버지가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문장만 적어낸 걸로 전해집니다. 또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다",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 드리겠다"고도 적은 걸로 전해집니다.

김 수석의 사임으로 청와대는 이제 6번째 민정수석을 임명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장관을 시작으로 김조원, 김종호, 신현수, 김진국까지 민정수석 5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337일입니다.
 

'조국에서 김진국까지'…문재인 정부 민정수석 평균 재임 337일

문 대통령은 최초의 민정수석 출신 대통령으로 민정수석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대통령이지만 이와 별개로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들은 대대로 고초를 겪어 왔습니다. 잘 알려졌듯 초대 민정수석인 조국 전 법무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부인 정경심 씨와 동생 조권 씨는 구속된 상태입니다.

두 번째 민정수석인 김조원 전 수석은 청와대 참모진에게 내려진 '1주택 보유' 권고에도 서울 강남과 송파의 아파트 2채를 계속 가지고 있다가 결국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세 번째 김종호 전 수석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과 징계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네 번째 신현수 전 수석 역시 검찰 간부급 인사를 둘러싼 '패싱 논란' 속에 여러 차례 사표를 낸 끝에 민정수석실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김 수석까지 불명예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된 '민정수석 수난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종 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 들어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냈습니다. 신현수 전 수석의 후임으로 지명됐을 당시 별다른 비판이나 논란은 없었던 인물입니다. 청와대와 감사원에서 여러 차례 공직자로 근무하는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가족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무탈했던 김 수석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중 아들 문제로 사퇴하게 되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공정성에 그것도 공직 기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타격을 줬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가 '가족 리스크'로 물러난 이 상황이 국민들로 하여금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뼈 아플 만한 대목입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불공정 채용', '자녀 특혜' 의혹이란 발화점에 김 수석의 아들 입사지원서 논란이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나오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병우 · 곽상도도 '아빠 찬스' 의혹에 추락…정권 말 악재 되나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고위 공직자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 리스크는 비단 이번 정부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네 번째 민정수석이자 최연소 민정수석으로 임명돼 사정 라인을 총지휘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대표적입니다.

엘리트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은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히던 중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아들이 이른바 '꿀 보직'으로 전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져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들 논란이 국민적인 공분의 기폭제가 된 가운데 강남역 인근 땅 고가 거래 의혹 등이 연일 불거졌고, 이후 국정원을 동원한 불법 사찰 혐의가 드러나면서 우 전 수석은 결국 구속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대법원이 불법 사찰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유죄를 확정받은 전직 민정수석이 됐습니다.

정윤식 민정수석 기사용

우 전 수석 외에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전 의원도 자녀와 관련한 논란으로 위기에 봉착한 상태입니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곽 전 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은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곽 전 의원은 논란 속에 의원직을 내려놓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구속 위기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김진국 민정수석의 아들 입사지원서 논란은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중 불거졌다는 점에서 추후 국정 운영에 끼칠 영향과 여파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임기 말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고 국정 운영의 동력을 최대한 유지해야 할 청와대로선 작지 않은 악재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떠나는 김진국의 호소…신속한 사퇴 이후 여론 향방은 어디로?

문제가 불거진 지 하루 만에 문 대통령이 김 전 수석의 사의를 수용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김 수석이 아들의 입사지원서 작성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사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걸로 보입니다. 청와대로선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소위 '아빠 찬스' 논란을 빠르게 정리함으로써 여론이 가라앉길 기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사건이 이번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예상치 못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가족 리스크'가 일찍부터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데다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들 도박 의혹 등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여권으로선 돌파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진국 민정수석

김 수석은 조금 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는 가족과 관련해 한점의 오해나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민정수석 자리를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된 것과 관련해선 "비록 떠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을 향한 의지와 노력은 국민으로부터 온전히 평가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언론에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해명한 데 대해 추가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김 수석이 의혹 제기 하루 만에 신속히 물러나면서 이제 여론의 향방에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습니다.

(기획·제작 : D콘텐츠기획부 / 디자인 : 최진영)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