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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위드 코로나' 이후, 한국만 역주행한 건가요?

[사실은] '위드 코로나' 이후, 한국만 역주행한 건가요?
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 이후, 기대와는 달리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다시 방역이 강화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를 성급히 시행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코로나 방역 이슈가 '정치'가 된 건 꽤 오래됐습니다. 특히,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격화됐습니다. 누구는 "위드 코로나 시행 국가 가운데 한국만 유독 역주행했다"며 비판하고, 또 누구는 "위드 코로나 이후 대부분 나라의 확진자가 급증했는데 너무 과장됐다"고 변호하고 있습니다. 언론을 탓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위드 코로나 이후 다른 나라는 어땠는지, 팩트 그대로, 데이터 그대로, 팩트체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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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치명률, 세계와 비교해보면?

코로나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실은팀은 '치명률'을 정했습니다. 치명률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입니다. 치명률은 국가가 얼마나 환자의 생명을 잘 지켰는지, 방역 수준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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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월드인데이터 웹사이트 : https://ourworldindata.org

치명률 통계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를 활용했습니다. 아워월드인데이터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데이터를 분석, 제공하고 있습니다. 치명률 계산 방식도 기준을 어떻게 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국가 별 동일 기준으로 맞추기 위해 모두 아워월드인데이터로 통일했습니다.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주간 이동 평균 치명률이 기준인데, 해당 날짜의 치명률은 이전 1주일 확진자 수 대비 이전 1주일 사망자 수의 비율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치명률 그래프 추이를 세계 평균 치명률, 그리고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 국가군'과 비교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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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 동안 한국의 치명률은 0.5%를 밑돌았습니다. 세계 평균은 물론, 고소득 국가군 평균에 비해서도 낮았습니다. 'K방역'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10월쯤 치명률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11월 1일 '위드 코로나' 이후, 고소득 국가군 평균을, 이번 달에는 세계 평균까지 넘어섰습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한국의 치명률은 지난 12일 1.62%를 찍었습니다. 당시 세계 평균은 1.21%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치명률 등락이 크지 않은 조건에서 한국의 치명률 증가율이 높은 편인 건 사실입니다.
 

주요 선진국, '위드 코로나' 이전과 이후

그렇다면, 다른 나라도 '위드 코로나' 이후 우리와 같은 치명률 급증 현상을 겪었을까요?

먼저, 주요 선진국 위드 코로나 현황을 알아봤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현황을 잘 정리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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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국회 입법조사처, 박상윤, <해외 주요국의 위드 코로나 시행 전후의 양태와 한국에의 시사점>,
NARS 현안 분석 제221호, 2021년 11월 16일.

다음은 이들 국가의 위드 코로나 선언 이전과 이후 치명률을 그래프로 분석했습니다. 7월 19일을 '자유의 날'(Freedom Day)로 선포하고 과감한 위드 코로나 정책을 폈던 영국을 비롯해, 싱가포르(8월 10일), 독일(8월 24일), 덴마크(9월 10일), 네덜란드(9월 25일), 호주(10월 11일)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보시는 데 참고하시라고 위드 코로나 선언 당시 날짜의 신규 확진자와 백신 접종률도 적어놨습니다. 보기 좋으시라고 6개 나라마다 추이 그래프를 따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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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쭉 보시면,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호주는 위드 코로나 이후 치명률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반면, 싱가포르와 덴마크는 치명률이 치솟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8월 10일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2명으로 제한했던 사적 모임을 접종 완료자에 한해 5명까지 허용했고, 쇼핑몰과 대형 상점의 경우 수용 인원 한도를 10㎡당 1인에서 8㎡당 1인으로 늘렸습니다. 종교단체 및 결혼식 수용 가능 인원은 250명까지로, 재택근무 인원은 50% 이하로 했습니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사적 모임을 다시 2명으로 제한했고, 재택근무 의무화 조치로 원상 복귀했습니다.

치명률이 증가했던 건 위드 코로나와 동시에 유행하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외부 변수가 컸습니다. 다만, 방역을 다시 강화한 이후 치명률이 감소했고, 최근까지 0.5%대를 유지하면서 방역 수준은 다시 약화됐습니다.

덴마크는 9월 10일 덴마크는 코로나19를 '치명적인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백종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모임 제한을 해제했습니다. 위드 코로나 직후 치명률이 1% 넘게 오르긴 했지만, 금세 안정세를 되찾았습니다. 덴마크는 사실상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위드 코로나 50일이 지난 지금, 한국의 치명률은 다른 선진국 국가들의 위드 코로나 전후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6개 나라를 비교해보면, 위드 코로나 이전과 이후 상당수가 치명률에는 큰 변화는 없었고, 순간 급증했더라도 시간이 지나 회복세를 보였던 건 사실입니다.

영국 코로나 방역규제 해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위드 코로나 이후 영국 런던의 모습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방역은 다시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던 상당수 국가들이 다시 문을 닫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확진자 수가 10월 이후 급증하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치명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치명률은 확진자 수 대비 사망률이기 때문에, 그만큼 모수가 커져서 치명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확진자 수도 가파르게 늘면서, 동시에 치명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전남 오미크론 확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치명률이 국가의 방역 수준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면, 자연히 방역의 구조적 문제를 연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 누적 확진자가 12월 21일 현재 200명대로, 확산세는 크지만 아직은 제한적입니다. 외부 변수보다 내부 방역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싱가포르는 위드 코로나 이후 치명률이 치솟았지만, 내부 구조적 문제라기 보다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 외부 변수의 영향이 컸습니다.

실제, 감염 취약계층인 고령층 돌파감염의 증가와 함께 병상 부족 문제가 맞물리면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늘어나 치명률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병상 부족 문제는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돼 다시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세계 통계를 비교해보면, 자연히 위드 코로나에 대한 준비성 부족 문제가 선명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지난달, 확진자 1만 명까지 예상해 대비했다는 대통령의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입니다.
 
"사실 확진자 수 증가는 단계적 일상 회복 들어갈 때 미리 예상했던 수치입니다. 정부는 한 5천 명 또는 1만 명 정도까지도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비를 했고요."
-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 지난달 21일

SBS 사실은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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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주요 자료>
아워월드인데이터 웹사이트 : https://ourworldindata.org
국회 입법조사처, 박상윤, <해외 주요국의 위드 코로나 시행 전후의 양태와 한국에의 시사점>, NARS 현안 분석 제221호, 2021년 11월 16일.

(인턴 : 송해연, 권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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