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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하버드대 교수 자리가 날 거예요"…21년차 프로 앵커도 당했다

[Pick] "하버드대 교수 자리가 날 거예요"…21년차 프로 앵커도 당했다
▲ 니디 라즈단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과 평소 모습

교수직을 제안받아 본업을 전부 정리하고 해외로 이주할 준비까지 했는데 대학교 측으로부터 "그런 연락한 적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놀랍게도 '취업 사기'를 당한 인도 한 언론인이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17일 뉴욕타임스는 인도의 베테랑 뉴스 앵커 니디 라즈단이 이메일로 하버드대학교 교수직을 제안받고 방송국을 그만뒀으나 이메일 스캠(Scam·사기)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인도의 유력 언론사 뉴델리 방송의 9시 메인 뉴스 앵커인 라즈단은 '멜리사 리브'라는 이름의 하버드대학교 학생으로부터 하버드 언론 세미나에 초청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라즈단은 이메일을 통해 '타시프 아흐메드'란 또 다른 학생을 소개받았고, 아흐메드는 라즈단에게 하버드에 곧 언론학 교수 자리가 날지도 모른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얼마 뒤 라즈단은 자신을 '바랏 아난드 부총장'이라고 밝힌 사람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고,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일종의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라즈단이 이들 일당을 하버드 관계자라고 굳게 믿은 이유는 '바랏 아난드'라는 이름의 교수가 실제로 하버드에 있고, 그들이 '하버드 커리어 닷컴(HarvardCareer.com)'이란 이메일 주소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일당은 해당 웹사이트 주소를 사들인 뒤 이 주소를 이용해서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 하버드대 인사부 웹사이트는 'hr.harvard.edu'란 주소를 쓰는데, '하버드 커리어'(@Harvard_Careers)란 이름의 공식 트위터 계정 등을 갖고 있어 오해를 부른 겁니다.

라즈단이 추천서 작성인 명단을 보내자, 이들 일당은 추천서를 업로드할 링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라즈단은 이들이 요구하는 대로 여권 정보, 의료 기록, 은행 계좌 번호 등 개인 정보도 제출했습니다.
(사진='Nidhi Razdan' 트위터 캡처)
▲ 니디 라즈단이 진행하는 방송

하버드대 교수가 됐다고 믿은 라즈단은 21년 동안 몸담은 뉴델리 방송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하버드대에서 일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는 사실도 주변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실제 하버드대 부학장이 라즈단에게 "당신 이름이나 당신을 임명했다는 사실에 대한 어떤 기록이나 지식도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를 통해 라즈단은 자신이 온라인 취업 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게 됐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면서 인도의 여성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사기 시도가 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이 일당은 여러 개의 트위터, 페이스북, 지메일과 왓츠앱 계정을 사용하며 여성 언론인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7년 인도 내무부 장관 아들의 사업 관련 특종을 보도한 여성 언론인 로히니 싱도 2019년 8월 중순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사과정 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타시프 아흐메드'란 사람으로부터 트위터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아흐메드는 싱에게 같은 고향 출신이라며 친근감을 나타내면서, 싱을 하버드대의 미디어 콘퍼런스에 초청했고 이어 '알렉스 허시만'이란 이름의 동료를 소개했습니다. 

싱은 허시만이 하버드 공식 이메일 계정인 'harvard.edu' 대신 지메일을 쓴 것과, 아흐메드와 허시만의 전화번호가 모두 미국 번호가 아닌 점을 의심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또 다른 인도의 여성 언론인 자이나브 시칸데르 역시 비슷한 시기에 '타시프 아흐메드'란 사람으로부터 하버드대 미디어 콘퍼런스에 초청하고 싶다는 트위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시칸데르는 아흐메드와 왓츠앱 등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았고, 역시 허시만이라는 학생을 소개받았습니다.

이들은 하버드대가 콘퍼런스 참여와 관련한 모든 비용을 댈 것이라며 시칸데르에게 호텔 방 사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칸데르가 학장의 공식 초청장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일당이 눈에 띄는 것은 보통의 사기범들처럼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왜 여성 언론인들을 타깃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인지 목적이 불분명한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접근한 여성 언론인들이 모두 정치 관련 뉴스를 다루고 있었고, 특히 싱과 시칸데르 등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힌두 내셔널리즘 성향의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왔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또 "하버드 측에 사기 시도를 전달한 피해자도 있었는데, 왜 하버드가 (사칭) 사기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Nidhi Razdan'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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