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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닭 · 오리 습격 H5N1 바이러스…닭 100% 폐사

[취재파일] 닭 · 오리 습격 H5N1 바이러스…닭 100% 폐사
닭 · 오리 등을 키우는 가금농장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공포에 휩싸였다. 바이러스에 걸리면 사육동물은 죽게 되고 농민들은 하루아침에 농장 문을 닫아야 한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 2003년 이후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주로 철새가 찾아오는 가을에 시작돼 이듬해 봄이나 초여름까지 기승을 부린다. 가금 농장에 바이러스가 토착화돼있는 것은 아니고 가을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가 바이러스를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10일 충북 음성 메추리 농장에서 처음 확진된 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은 15건으로 늘었다. 오리가 8건으로 가장 많고, 닭 6건, 메추리 1건 순이다. 지역별로는 전남 7, 충북 4, 충남 3, 세종 1건 등이다. 충청과 호남지역으로 확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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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에서는 지난 10월 26일 전북 고부천에서 고병원성 AI가 첫 확진됐다. 충북 가금농장 첫 발생일보다 2주가량 앞서 고병원성 AI 국내 유입이 확인된 거다. 철새는 분변이나 포획을 통해 AI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환경부가 나서서 야생조류 추적조사를 하고 있다. 20일 기준 야생조류 고병원성 AI 확진 건수도 15건이다. 가금농장에서 AI가 확진된 지역 외에 경기, 전북, 경북, 부산 지역 야생조류에서도 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충청과 호남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가금농장 고병원성 AI가 언제든지 수도권과 영남지방 등 전국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가금류나 야생조류에서 확진된 올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유형은 모두 H5N1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출현한 유전자형이다. 유럽에서는 지난 9월부터 유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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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근 H5N1형 유전자 특성을 분석했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H5N8형 바이러스와 야생조류에서 나온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재조합된 새로운 바이러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위험성은 오리보다 닭에게 치명적이었다. 검역본부가 닭, 오리 각각 5마리씩을 2주간 실험한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은 2~4일 안에 모두 폐사했다. 같은 공간에 있던 닭에게 감염률도 100% 였다. 반면 오리의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특이한 임상증상이 없었고, 폐사율도 0% 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같은 공간에 있던 오리에게 바이러스 전파율은 닭과 마찬가지로 100%에 달했다.

닭은 폐사율 증가 등 임상증상이 뚜렷해 바이러스 침투사실을 확인하기 쉽지만 무증상에서 전파되는 오리가 문제다. 방역당국은 선제적 검사 강화로 바이러스 차단에 나서고 있다. 20일 기준 오리농장 AI 확진은 8곳인데 모두 선제 검사를 통해 감염 사실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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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지난달 1일부터 감염개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가금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닭과 오리 등 모든 가금은 도축장에 보내기 전에 검사를 하고 있다. 또 육용오리는 사육기간 중 검사 횟수를 4회까지 두 배 늘렸고, 산란계와 토종닭도 한 달에 1회 검사에서 2주에 1회로 늘렸다.

국내 고병원성 AI는 20여 년 전부터 대표적인 가축전염병이 됐다. 지난 2003년 12월 10일부터 2004년 3월 20일까지 102일간 7개 시도에서 19건이 확진됐다. 가금농장 392호에서 528만 5천 수를 살처분했다.

2006년 11월 22일부터 2007년 3월 6일까지 104일간 3개 시도에서 확진된 AI는 13건이다. 살처분된 가금은 460 농가에서 280만 수에 달했다.

지난 2008년에는 4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 42일간 11개 시도에서 98건이 발생했다. 바이러스 발생기간은 짧았지만 확산속도는 엄청 빨랐다. 피해규모도 1천500 농가에서 1천20만 4천 수를 살처분했다.

그 뒤 2010년 12월 29일부터 2011년 5월 16일까지 139일간 6개 시도에서 91건이 발생했고 286 농가에서 647만 3천 수를 살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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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과 2015년에는 최장기간 AI가 기승을 부렸다. 14년 1월 16일부터 7월 29일까지 195일간 11개 시도에서 212건이 발생해 548 농가에서 1천936만 1천 수를 살처분했고, 이어 2014년 9월 24일부터 2015년 6월 10일까지 260일간 발생한 AI는 9개 시도에서 162건에 달했다. 살처분 피해는 234호 511만 수였다. 15년 9월 14일부터 11월 15일까지 62일간 2개 시도에서 17건이 확진돼 27 농가에서 30만 1천 수를 살처분했다.

2016년과 2017년도 세 차례에 걸쳐 AI가 가금농장을 휩쓸었다. 16년 3월 23일부터 4월 5일까지 13일간 1개 시도에서 2건이 확진돼 2개 농가 가금1만 2천 수를 살처분했다. 이어 2016년 11월 16일부터 2017년 4월 4일까지 140일간 10개 시도에서 383건이 발생해 946 농가에서 3천787만 수가 살처분됐다. 잠시 수그러들었던 AI는 17년 6월 2일부터 6월 19일까지 17일간 다시 창궐해 7개 시도에서 36건이 확진됐고, 살처분 가금은 185 농가에서 19만 4천 수에 달했다.

2017년 11월 17일부터 2018년 3월 17일까지 121일간 5개 시도에서 22건이 확진됐다. 살처분 가금 수는 140 농가 653만 9천 수였다. 그 뒤 다행히도 지난해까지 2년 8개월간 AI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11월 26일부터 2021년 4월 6일까지 132일간 10개 시도에서 109건이 확진됐다. 484 농가에서 키우던 닭, 오리 등 가금 2천993만 4천 수가 살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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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철새도래지 112곳에서 지난 10일부터 3일간 관찰된 겨울철새는 168종 132만 마리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조사에 비해 7.2% 증가했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 전파 가능성이 높은 오리과 조류는 30종으로 전체 77.7%인 102만 마리에 이른다.

겨울철새들이 전국의 강, 호수를 차지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에 안전한 가금농장은 없다. 내년 봄까지 철새들의 지역 간 이동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 철저한 방역과 물샐틈없는 농장 차단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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