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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수받으며 떠난 메르켈…한국 정치에 던진 메시지는?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정범구 전 주독일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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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동독출신 · 최초의 여성 총리…카리스마 넘쳐" 
"물리학 박사 출신 메르켈…과학적 시선으로 사물 바라봐" 
"G7서 트럼프에 맞선 총리의 모습,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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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진/앵커: 저희가 대선과 관련한 소식을 여러분께 매일같이 전해 드리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가끔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메르켈 같은 지도자가 나오지 않을까? 메르켈 전 독일 총리, 16년간의 재임을 마치고 마침내 퇴임했습니다마는 여전히 독일 사람들은 메르켈을 벌써부터 그리워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범구 전 독일대사와 함께 메르켈 전 총리의 리더십 그리고 독일이라고 하는 풍토에서만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도 메르켈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사님, 어서 오십시오.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 주영진/앵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하고는 16대 때인가요?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그렇죠. 정말 오래전이에요.
 
▷ 주영진/앵커: 국회의원 하실 때 또 열심히 취재했던 기억이 나는데 대사로는 독일대사, 언제 가셨다 언제 귀임하셨습니까?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제가 2018년 1월 초에 부임해서 2020년 11월 하순에 들어왔습니다.
 
▷ 주영진/앵커: 거의 3년을 꽉 채우셨군요.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그렇게 됐습니다.
 
▷ 주영진/앵커: 메르켈 총리는 만나보셨죠, 당연히?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그럼요. 공식 행사 또 공식 행사장에서지만 아주 의례적으로 만난 경우도 있고 사적으로 이렇게 얘기할 시간을 주신 경우도 있는데요.
 
▷ 주영진/앵커: 사진이 지금 나오고 있네요.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저거는 이제 총리가 1년에 한 번 정도 공관장들 초대하는 자리였고 이거는 독일 통일 행사장에서 복도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 주영진/앵커: 셀피를 또 직접 찍으셨네요.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그런데 이렇게 셀피를 찍자고 해도 아주 호탕하게 웃으면서 또 제가 공식 접견에서 뵀을 때는 짧은 시간이죠. 뒤에 다른 나라 대사들도 기다리는데 저를 만나서 이제 우리 문재인 대통령 G20에서 만났을 때 얘기를 하고 대통령께 자기 안부를 꼭 좀 전해 달라는 얘기도 하고 자기 할 말은 이렇게 다 하고. 아주 이렇게 소탈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도 있고 이런 지도자죠.
 
▷ 주영진/앵커: 그러면 대사님이 보시기에 메르켈 전 총리, 재임 임기 말의 지지율이 80%였다 이건 상상이 안 되는데 뭡니까? 도대체 그 리더십의 요체가 뭡니까? 저희가 그냥 흔히 사진 보면 퇴근하면서 마트에 가서 장보고 단지 이것 때문에 독일 국민들이 좋아하는 거는 아닐 거란 말이죠.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제가 좀 다른 사람의 평을 인용하면 메르켈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냈고 또 외무부 장관을 지냈던 가브리엘, 지금 가브리엘 전 외무장관이 됐습니다. 이 사람은 사민당 소속인데 메르켈 퇴임을 앞두고 독일 한 일간지에 칼럼을 썼는데요. 그 칼럼 제목이 '이 험난한 시대에 메르켈은 우리만 놔두고 가는가' 그러면서 메르켈 시대에 독일이 가장 황금기를 겪었다. 'Golden Zeit'라는 말을 썼는데요. 메르켈 16년간 사실상 독일이 그때 어려운 시절도 많았습니다. 2005년에 메르켈이 집권하고 난 다음에 2008년에 유럽 재정금융위기 같은 게 왔고 그리스 같은 나라가 완전히 빚더미에 올라앉아서 독일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그런 시대를 겪고 또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 침공했을 때 또 2015년에 난민 사태 이 문제를 겪어내면서 메르켈 시기에 독일이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EU의 맹주 자리에 올랐거든요. 이런 모든 것, 그러면서도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아주 실용적인 정말 엄마의 리더십을 보여준 그런 것들이 이런 높은 지지율로 나온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정범구 전 주독일 한국대사

▷ 주영진/앵커: 메르켈 전 총리 재임 기간 16년은 아마도 통일 이후에 독일이 바야흐로 유럽의 강국으로 부상하는 가장 중요한 기간이 아니었나 싶은데 말이죠.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그렇습니다.
 
▷ 주영진/앵커: 메르켈 전 총리는 더군다나 서독 출신이 아니라 동독 출신이죠?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메르켈을 표현할 때 제일 먼저 붙는 수식어가 동독 출신인데 독일 통일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동독 출신들은 좀 소수자의 위치에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동독 출신으로 더군다나 여성으로서 최초의 총리가 된 것인데요. 그 배경에 대해서 독일 내에 여러 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메르켈을 평가할 때 하나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 양반이 물리학 박사입니다. 물리화학 분야인데 라이프치히대학 물리학 박사 출신인데 그래서 사물을 대할 때 아주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갖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정치적인 입장에 휩쓸리기보다는 이 사안별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될 것인가를 하는데 이런 태도들이 독일이 어려움에 있을 때 그걸 헤쳐나가는 그런 리더십으로 부각이 됐던 것 같아요.
 
▷ 주영진/앵커: 정범구 대사께서 보시는 메르켈의 순간들, 어떤 상징적인 장면들이 담긴 사진, 외신 보도로 저희도 많이 봤던 사진인데 그 당시에 메르켈 전 총리가 어떠한 이야기를 했고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정책을 취했는지 아마 저희가 준비한 사진 보시면 다 기억이 날 텐데 말이죠.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한번 보시죠.
 
▷ 주영진/앵커: 사진 보면서 우리 대사님께서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저건 아마 중국 총리인가 부총리가 방문했을 때 중국 대표단하고 함께 시장을 보는 장면을 찍은 사진일 텐데.
 
▷ 주영진/앵커: 안 그래도 뒤에는 중국 경호원처럼 보이네요.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중국 경호원이고요. 그런데 메르켈이 저렇게 보여주기식으로 저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사실 총리가 자기 관저가 있는데 거기 머물지 않고 자기 사저, 자기 남편과 머무는 사저에서 출퇴근하면서 자기 집 주변에서 저렇게 장을 보는 모습이 가끔 독일 언론에 포착이 됩니다. 남편도 같은 물리학자로 과학자인데요. 저 사진이군요.
 
▷ 주영진/앵커: 뒷모습 보니까 저도 누구인지 알겠습니다.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저게 아마 2015년 여름에 G7 회담이었을 것 같아요.
 
▷ 주영진/앵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뭔가 메르켈 총리가 강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맞습니다. 저기가 바이에른 지방인 것 같은데요. 자기 할 이야기를 하죠.
 
▷ 주영진/앵커: 저렇게 독일의 이익, 유럽의 이익, 세계 이익을 위해서 미국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한다.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이 사진이 아주 인상적인 사진입니다. 이게 아마 2018년 캐나다에서 열렸던 G7일 텐데요. 이때 독일하고 미국의 긴장이 최고조로 갈 때입니다. 그때 트럼프가 유럽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 고율 관세를 부과해야겠다고 하고 독일에 대해서는 방위비를 GDP 대비 2%를 왜 안 지키냐고 밀어붙이고 파리기후협정 탈퇴하겠다 또 이란 핵협정 무효화하겠다 하면서 사사건건 트럼프가 독일뿐만 아니라 EU와 대립할 때인데요. 저 사진이 재미있는 것은 편이 딱 갈리지 않습니까? 메르켈 옆에 마크롱이 있고 그 옆에 지금 측면이라 안 보이는데 아마 이탈리아 총리가 아닌가 싶은데요. 또 유럽, EU가 한쪽에 있고 저쪽 트럼프 옆에 아베가.
 
▷ 주영진/앵커: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보이네요.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참 아베 표정이 묘한데요. 바로 저런 것, 메르켈이 EU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도 트럼프하고 이렇게 딱 각을 세우는 모습 이런 게 메르켈을 명실상부 독일뿐만 아니라 EU의 지도자로 만들었던 장면들인 것 같아요.
 
▷ 주영진/앵커: 혹시 저희가 저렇게 메르켈 전 총리처럼 정말 국민적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없다 보니 혹시 제가 이런 질문 한번 드려볼게요. 제가 메르켈에 대해서 혹시 환상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까? 분명히 독일에서도 메르켈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말이죠.
 
정범구 전 주독일 한국대사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그럼요. 메르켈의 공과가 다 있죠. 앞서 말씀드린 가브리엘 전 외무부 장관은 메르켈 시대에 독일이 전자, 자동차, 기계 이런 산업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장을 이루어서 세계화 시대에 최대 수혜자가 됐지만 반면에 성공에 도취돼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기후변화라든가 또 산업의 디지털화라든가. 이런 문제가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지도자가 사안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서 음과 양이 다 나오는데 예를 들면 2015년에 10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을 때 그 결정을 계기로 메르켈이 정말 명실공히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의 지도자, 세계적, 도덕적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또 다른 면에는 이 대량 난민이 한꺼번에 독일 사회에 들어옴으로 해서 독일의 극우파들이 급성장하는 또 계기를 만들어줬죠.
 
▷ 주영진/앵커: 독일 국민들은 또 거기에 대해서 오히려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겠네요.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우리 지금 예멘에서 500명 난민들 들어왔을 때도 한 70만 명이 반대 청원하고 그랬는데 독일처럼 100만을 한꺼번에 받아들인다는 건 이건 어마어마한 일이죠. 그런데도 그런 위기를 꾸준히 국민들을 설득하면서 했는데요. 2015년 난민들을 받아들일 때 메르켈이 한 말 중에 유명한 말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독일말로 하면 'Wir schaffen das, 우리는 이걸 할 수 있다' 그러는데 그 앞에 한 말이 있어요.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2차 대전 이후에 폐허를 딛고 민주주의 독일을 건설해냈고 분단을 극복하고 독일 통일을 이루어냈고 유럽 재정위기 극복했고 이런 많은 일을 우리가 해 오면서 우리 독일은 저력이 있는 나라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을 또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모습도 볼 수가 있죠.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대사님 말씀 들으면서 메르켈 전 총리가 어떠한 정치인인지 그림이 점점 그려지는 것 같은데요.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저희가 잠시 후에 다시 돌아와서 대사님과의 말씀, 저희가 꼭 한 가지 더 질문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잠시 후에 제가 또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배운 기억이 조금 나기는 하는데 '나를 위해 붉은 장맛비가 내려야 해요'.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장미비.
 
▷ 주영진/앵커: 장미비, 장미비가. ‘Rosen’이니까 장미비네요. 이 노래를 특별히 골라주셨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샹송인데 샹송을 독일말로 하니까 참 이상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메르켈이 자기 고별.
 
▷ 주영진/앵커: 열병식 때?
 
▶ 정범구/전 주독일 한국대사: 열병식 때 총리가 세 곡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요. 이 곡이 마지막으로 연주됐던 곡입니다. 그런데 왜 메르켈이 이 곡을 신청했을까 보니까 힐데가르트 크네프라는 독일 가수가 부른 노래인데 가사의 맨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옛날 지나간 것은 다 던져버리고 이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나는 할 거야 나는 할 거야' 이런 가사가 들어가 있거든요. 이게 메르켈이 퇴임 이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얘기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정범구 전 독일 대사로부터 메르켈 전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메르켈 전 총리가 퇴임을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치를 할 때 신뢰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그동안 여러분이 보내온 신뢰에 대해서 정말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를 했고요. 또 하나 강조한 게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정말 우리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말일 것 같습니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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