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야생동물 무덤 '농수로'…법안 마련해놓고 처리는 '지연'

<앵커>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이 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져 수난을 겪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관련 법안 처리는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벼농사가 끝나 물이 빠진 콘크리트 농수로 안에 고라니가 갇혀 있습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깊은 농수로에 탈출로가 없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구조대원의 손길이 닿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현석/주민 : 자주 빠져요, 제가 차 타고 매년 돌아다닐 때마다 한 두세 마리씩은 항상 보는 것 같아요.]

지난달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 4마리가 구조되는 등 올해 충남에서만 16마리가 목숨을 건져 야생으로 돌아갔습니다.

신고가 제때 안 돼 오랜 시간 방치될 경우 굶어 탈진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북 익산의 한 농수로에서는 이달 초 멧돼지 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김리현/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 고라니들이 많이 사체로 발견되고요, 양서류나 새끼 조류들도 많이 빠져서 사체로 발견되곤 합니다.]

주로 산과 논 경계지역에 농수로가 만들어져 야생동물이 물과 먹이를 구하러 이동하다 추락하는 것입니다.

전국 콘크리트 농수로는 5만km에 이릅니다.

하지만 대부분 추락 방지 시설이나 탈출로도 없는 상태입니다.

계속되는 야생동물 수난에 환경부는 피해 실태 조사와 생태통로 설치를 위한 연구용역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후속 대책은 더디기만 합니다.

농수로에 탈출로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법안도 마련됐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논의가 제대로 안 돼 올해 법 제정도 사실상 어렵게 됐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