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공수처 언론인 사찰 의혹 팩트체크 - 일부 오해와 짙어지는 의혹

[취재파일] 공수처 언론인 사찰 의혹 팩트체크 - 일부 오해와 짙어지는 의혹

임찬종 기자

작성 2021.12.18 09:14 수정 2021.12.18 21:46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공수처가 또 의혹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입길에 오른 일이 주로 '무능'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권한을 과도하게 남용한 의혹, 민간인 사찰 의혹이다. 공수처가 통신사를 통해 법원, 검찰, 공수처 등을 담당하는 법조기자 수십 명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사실(통신 조회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정당한 수사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통신사를 통해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만으로는 사찰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면 공수처의 언론인 개인정보 조회 사건과 관련한 오해는 무엇이며, 그럼에도 여전히 '언론인 사찰' 의혹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은 무엇인지, 그리고 제도적으로는 무엇이 개선되어야 할지 차분하게 팩트체크를 해보겠다.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

(1) 공수처, 누구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조회했나?

공수처의 민간인 개인정보 조회 논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출신인 김준우 변호사가 2021년 12월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김준우 변호사는 2019년 이후 매년 한 해 동안 수사기관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적이 있는지 통신사에 확인해보고 있다고 하는데, 올해는 2021년 8월 23일에 공수처가 통신사에 자신에 대한 개인정보(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를 요청해서 받아갔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와 관련된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후 참여연대 출신으로 공수처와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혀왔던 시민운동가 김경율 회계사도 공수처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통신사를 통해 확인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여러 법조기자들 역시 자신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이 조회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통신사에 요청했고, 신청한 날부터 7일 후부터 조회 여부에 대한 결과를 통보받았다.

모든 기자들이 동시에 확인을 요청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자마다 확인 시점은 다르지만, 2021년 12월 17일 기준으로 최소한 14개 이상의 언론사의 40명 이상의 기자들에 대한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공수처가 통신사로부터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되는 기자들의 소속 매체는 연합뉴스, 경향신문, 조선일보, SBS, 중앙일보, 뉴시스 등으로 매체 성향과 관계없이 개인정보 조회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2) 통신사 통한 개인정보 조회, 사찰인가 관행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사기관이 통신사를 통해 언론인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만으로 '언론인 사찰'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른 수사기관들도 수사 기법으로 이용해왔던 '관행'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 검찰, 공수처 같은 수사기관은 왜 수사대상도 아닌 민간인들의 개인정보를 통신사를 통해 확보해 왔을까? 수사대상이 누구와 통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수사기관이 어떤 사건을 수사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절차 중 '통화내역 조회'가 있다. A라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A가 범죄 행위를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 또는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에 누구와 통화했는지 '통화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A의 통화내역을 통신사를 통해 확보하더라도 문제가 있다. A의 통화내역에는 A가 '0월 0일 0시 0분'에 '010-XXXX-XXXX'와 통화했다는 기록은 나오지만, '010-XXXX-XXXX'가 누구의 번호인지는 표기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A가 누구와 통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010-XXXX-XXXX' 번호를 실제로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통신사에 '010-XXXX-XXXX'라는 번호를 이용하는 사람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대상이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수사대상이 아닌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통신사를 통해 수사기관이 조회하는 행위 자체를 두고 '민간인 사찰' 또는 ‘언론인 사찰’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공수처, 당사자 모르게 통신자료 조회

(3) 공수처는 왜 법조기자 개인정보를 집중적으로 조회했나?

그런데 공수처는 왜 유독 기자들, 그것도 공수처와 관련된 법조기자들의 개인정보를 집중적으로 조회했을까? 이에 대해 공수처는 "수사대상 중, 기자들과 광범위하게 통화를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던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라고 해명했다.

납득할 만한 대목이 있다. 현재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는 사람 중에는 전직 대검찰청 대변인 등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변인과 통화하는 것은 법조기자들 대부분의 통상적 업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수사대상의 통화 상대가 누구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통화내역에 나오는 번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변인 등이 수사대상일 경우 통화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자 여러 명의 개인정보를 조회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공수처의 언론인 사찰 논란은 '오해'에 불과한 것으로 정리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수처의 언론인 개인정보 조회 사례 중, '수사대상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4) 현장 기자부터 부장까지 한 사람과 통화? 짙어지는 '보고라인 사찰' 의혹

2021년 12월 15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공수처는 TV조선 법조팀 현장기자와 전·현직 법조팀 데스크, 사회부장까지 모두 7명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TV조선은 이들이 "모두 사회부 기자"로 "지난 4월 '이성윤 황제 조사'와 6월 '공수처 언론사찰 의혹' 보도 당사자와 취재를 지휘한 선임자인 데스크들"이었다고 보도했다. 모두 공수처에 비판적 보도였고, 공수처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불러일으켰던 기사였다. TV조선에 따르면 공수처는 7명에 대해 2021년 8월 6일에 한꺼번에 개인정보 조회를 통신사에 요청했다고 한다. TV조선은 또 법조를 담당하는 영상취재 기자(촬영 기자)의 개인정보도 공수처가 조회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의미심장한 것은 '특정 수사대상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서 특별한 의도 없이 조회한 것'이라는 공수처의 주장으로는 ‘보고라인 전체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 행위가 설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의 법조팀과 사회부 보고라인에 해당하는 기자 전부가, 특히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법조데스크와 사회부장까지 한꺼번에 수사대상이 되는 특정인과 통화를 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직접적인 취재는 현장 기자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실관계 취재를 전담하지 않는 영상취재 기자(촬영기자)까지 수사대상에 오른 특정인과 통화했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이 경우는 공수처가 TV조선의 현장 취재기자를 수사 또는 내사와 관련된 핵심 인물로 선정한 후, 해당 기자의 통화내역을 확인한 후, 해당 기자의 통화내역에 등장하는 통화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에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사회부장이나 법조데스크, 법조 담당 영상취재 기자의 전화번호가 동시에 특정 검사 등의 통화내역에 들어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현장 기자는 업무상 데스크나 부장, 그리고 영상취재 기자와 빈번하게 통화하기 때문에 해당 기자의 통화내역에는 이들이 모두 포함돼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고라인 전체‘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가 이뤄진 것은, 공수처가 통화 내역에 대해 조사를 한 대상이 공식적으로 수사대상이 될 수 없는 언론사 기자, 그것도 공수처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TV조선 보고라인 전체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 행위와 관련해 제기된 '언론인 사찰 의혹'은 현재로서는 합리적 의혹 제기의 범위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더구나 공수처가 TV조선 특정 기자에 초점을 맞춘 '내사'를 했던 적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번에 드러난 개인정보 조회 행위의 목적이 비판 기자를 작성한 기자에 대해 조사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5) 기자의 취재 경위를 '내사'했던 공수처…통신사 통한 개인정보 조회도 관련?

공수처의 TV조선 법조팀 '보고라인 전체'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가 문제가 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21년 4월의 '이성윤 검사장 황제조사 CCTV' 보도와 2021년 6월의 'TV조선 취재 경위 관련 내사 의혹' 보도가 무엇이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취재파일] 배준우

2021년 4월 1일, TV조선은 공수처의 이성윤 검사장 황제 조사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공수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을 예정이었던 이성윤 검사장이 공수처에 사전면담 요청을 하자, 공수처가 이를 받아주면서 공수처 차량을 이용해 이성윤 검사장을 에스코트하는 '황제 조사'를 했다는 보도였다.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TV조선은 이성윤 검사장이 공수처 청사 인근에서 공수처가 제공한 차량을 탑승하는 장면이 촬영된 CCTV 화면을 공개했다. 보도 후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그런데 2021년 6월에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이성윤 검사장 황제조사 의혹을 TV조선이 보도한 직후인 2021년 4월 6일, 공수처 수사관 2명이 TV조선이 보도한 CCTV가 촬영된 장소를 찾아가 TV조선 기자의 CCTV 입수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는 것이다. TV조선은 이에 대해 2021년 6월 3일에 보도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수사관들이 TV조선 기자의 CCTV 입수 경위에 대해 현장을 조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적법한 "내사"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가 CCTV 영상에 대한 정보를 TV조선 기자에게 유출했다는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 "첩보"가 있어서, 첩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사 과정에서 “당시 신원미상의 여성(기자)이 위법한 방식으로 영상을 확보했다는 사건관계인의 진술을 확보했다"라며 공수처의 수사대상도 아닌 TV조선 기자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건관계인의 진술"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TV조선 기자가 해당 건물 관리인에게 '범죄 피해를 당했으니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는 진술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TV조선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의혹도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TV조선 측은 당시 "위법하게 취재한 적이 없다"라며 공수처가 언론에 발표한 내용 중 "위법한 방식"이라는 표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는 별도로 공수처가 TV 조선 기자와 관련된 내사를 하는 와중에 확보한 "사건 관계인 진술" 내용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알린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내용, 피의사실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해서 관련 위원회 의결 전에 공개하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공수처가 스스로의 기준을 어기고 피의사실 공표 등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는 공수처와 TV조선 측이 공방을 벌인 ‘CCTV 보도 경위 관련 내사 사건’과 ‘TV조선 법조팀 보고라인 전체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 행위와의 관련성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데스크와 사회부장까지 포함해 7명의 개인정보까지 한꺼번에 공수처가 요청했다는 점 때문에, TV조선 보고라인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는 '수사대상'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특정 TV조선 기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의심이 짙어진 상황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수처는 '검찰 관계자가 TV 조선 기자에게 이성윤 검사장 관련 CCTV 영상에 대한 정보를 유출했다는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 첩보‘에 대해 내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TV조선 기자의 통화내역을 들여다본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TV조선은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사건 수사 과정에서 TV조선 보고라인 전체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를 한 것이냐고 공수처에 물었지만, 공수처는 "수사 중인 내용과 관련된 정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보도했다.
 

(6)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 수사는 합법?…'합법적 행위'와 '직권남용'의 관계

하지만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반론이 가능하다. 검찰 관계자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찰 관계자의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아닌 TV조선 기자 역시 관련자로 보고 통화내역 등을 조사할 수 있고, 따라서 합법적 행위라는 반론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수처는 법률적으로 검찰 관계자의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이 맞고, 수사과정에서 수사대상이 아닌 비공무원(민간인)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을 할 수 있어 보인다. 통신사를 통한 개인정보 조회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합법적으로 보이는 수사라고 하더라도 의도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다. '이성윤 검사장 황제 조사 의혹 CCTV 영상'에 대한 보도는 아마 공수처가 지금까지도 가장 아프게 여기고 있는 비판 보도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이 비판 보도를 한 언론사의 취재 경위와 관련해, 공무원의 비밀 누설 행위에 대한 수사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수사나 내사에 착수하는 것을 적절한 행위로 볼 수 있을까? 더구나 이 취재가 공무상 비밀 누설 행위와 관련되었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라, 공수처가 지금까지도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는 "첩보"에 근거한 것이라면, 공수처의 합법적인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수사의 부적절한 '의도'를 오히려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예를 들어 보자.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이 세월호 사건이나 국정원 댓글 사건 등과 관련해 진보적 성향의 언론사가 쓴 기사와 관련해 공무상 비밀 누설 행위가 의심된다며 수사에 착수했다면, 이를 두고 적절하고 합법적 행위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실제로 한겨레신문은 2016년 3월 29일 "[단독] 국정원, 기자·세월호 가족·대학생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라는 기사에서 국가정보원이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민간인들에 대해 무더기 개인정보 조회를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나아가,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 내사라는 합법의 형식을 갖췄다는 사실이 곧바로 "합법 행위"라는 면죄부를 발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직권남용죄는 오히려 '외관상으로는 합법적인 행위'일 것을 요구한다. 외관상으로는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에 속하는 행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목적이 위법한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시키서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행위가 구성요건이기 때문이다. (외관상으로도 명백히 직무상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오히려 부적절한 행위를 했어도 직권남용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공무상 비밀누설 의혹에 대한 첩보를 '내사'하는 행위가 외관상으로 합법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목적이 비판적 기사의 취재 경위를 확인하고 비판적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것이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날 경우 직권남용이라는 불법행위로 판단돼 처벌받을 수도 있다.
 

(7) 통신사를 통한 개인정보 조회의 제도적 문제점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은 이렇다: 법조기자 수십 명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 행위 자체를 언론인 사찰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TV 조선 법조팀 보고라인 전체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 행위는 언론인 사찰 의혹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며,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에 대한 공수처가 진행한 내사와의 관련성이 의심된다. 그리고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 수사가 외관상으로 합법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목적의 부적절성이 확인될 경우 직권남용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수시기관의 통신사를 통한 개인정보 조회 행위 자체의 제도적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수사대상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대상이 아닌 사람에 대한 개인정보를 통신사를 통해 확인하는 행위 자체는 여러 수사기관이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빈번하게 불거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수사기관이 통신사를 통해 개인정보를 조회한 이후에도 당사자에게 조회 이유를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자신의 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당사자는 수사기관이 자신에 대해 정보를 알아본 이유가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데, 통신 조회 행위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관련 수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수사기관이 조회의 사유를 당사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불합리하게 여긴 참여연대 공익인권법센터 등은 2016년 통신사들을 상대로 '수사기관이 가입자 정보 조회 요청을 하면서 제지한 사유' 등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참여연대 등은 2020년에 통신 조회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정보 공개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고, 헌법재판소 역시 한참 후에야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가입자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경우 추후에 정보 조회 사유를 당사자에게 설명하도록 하도록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게 당사자에게 조회 사유를 통보해주는 것이 수사의 밀행성을 방해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사가 종료된 이후에까지 개인정보의 관리 주체인 당사자가 사유를 몰라야 할 합리적 이유는 없어 보인다. 법률 개정이 이뤄진다면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일부의 오해와 합리적 의혹을 구분하기가 더욱 용이할 것이다.

(사진=TV조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