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사상 처음으로 다리가 1천 개 이상 달린 땅속 벌레가 발견됐습니다.
노래기(millipede)의 일종인 이 벌레는 이전에 발견된 다리가 가장 많은 생물보다 다리가 550개 이상 더 많습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Virginia Tech) 폴 마렉 박사팀은 오늘(17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호주 서부 이스턴 골드필즈 지방의 광산 지역 땅속에서 다리가 1천306개인 생물을 발견, '유밀리페스 페르세포네'(Eumillipes persephone)로 이름 붙였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광산지역 지하 환경평가 조사를 하던 중 이 광산 지역에 있는 광물탐사 시추공의 지하 60m 지점에서 이 벌레를 발견했습니다.
실처럼 긴 유밀리페스 페르세포네의 몸은 폭이 최대 0.95㎜, 길이는 95.7㎜이며, 최대 330개의 분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깊은 땅속에 사는 다른 생물들처럼 눈은 없고 원뿔형 머리에는 더듬이와 부리가 달려 있습니다.
몸에는 분절마다 두 쌍의 짧은 다리가 있어 모두 1천306개나 됩니다.
분절마다 다리 두 쌍이 달린 노래기류는 분절마다 한 쌍의 다리가 있는 지네류(centipede)와는 다릅니다.
이전까지 발견된 노래기류에서 다리가 가장 많은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견된 '일라크메 플레니페스'(Illacme plenipes)로 최대 750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유밀리페스 페르세포네와 일라크메 플레니페스를 분석한 결과 두 종은 먼 친척 관계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두 종 모두 서식지인 깊은 땅속의 좁은 구멍에서 움직이는 힘을 만들어내기 위해 몸이 수많은 분절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연구팀은 이어 이번 발견은 이스턴골드필즈 지역이 지닌 생물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지역의 광업이 유밀리페스 페르세포네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하 생태계 보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미국 버지니아공대 폴 마렉 박사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