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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1100만 원 샤넬백 사려고 새벽 5시에 줄 서는 한국인"

"한국에서는 새벽 5시부터 백화점 밖에서 긴 줄을 서고 9천500달러(1천100만 원)짜리 샤넬 가방을 산다"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간 15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이른바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사기 위해 달려가는 것)을 벌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통신은 "코로나 팬데믹의 가장 깊은 시름 속에서도 한국에서는 고기나 화장지, 반려동물 사료를 사재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대신 그들은 새로운 관습을 발달시켰는데, 그건 새벽 5시부터 백화점 밖에서 긴 줄을 서고 9천500달러짜리 샤넬 가방을 사는 일이다"라며 매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게재했습니다.

통신은 한국의 이러한 '오픈런 문화'의 이유로 샤넬 제품의 희소성, 한국의 활발한 리셀(재판매) 문화, 부동산값 폭등 등을 꼽았습니다.

한국 샤넬 오픈런 외신 보도 (사진=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쳐)

"오늘이 제일 싼 샤넬, 돈 있다고 다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통신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여행 기회가 제한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고정비용 지출이 줄면서 샤넬백 쇼핑객들의 줄서기가 시작됐다"고 전하며 샤넬코리아가 올해 4차례나 인기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지만 수요가 더 늘어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백화점 입구에서 대기하던 조 모씨는 "샤넬이 가격을 계속 올리기 때문에 오늘이 가장 저렴할 것"이라며 "돈이 있다고 원하는 모델을 살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샤넬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통신은 이러한 샤넬의 희소성 때문에 한국의 리셀 시장이 활발하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명품 리셀 시장은 7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샤넬은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샤넬 핸드백 재판매를 부업으로 하는 박 모 씨는 "리셀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 최대한 많은 핸드백과 지갑 등을 산다"며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많은 리셀러들이 터무니없는 프리미엄을 붙이는 등 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며 리셀 시장의 현주소를 전했습니다.

새벽에 줄 서는 것이 어려워 주로 리셀러를 통해 샤넬 제품을 구매한다는 밀레니얼 세대 한 모 씨는 "2017년 7월 샤넬 미니 플랩백을 324만 원에 구입했는데 지금은 66% 오른 539만 원"이라며 "몇 년 전에 주식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샤넬 가방을 샀다면 돈을 더 벌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인들의 명품 사랑은 통계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시장조사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소비 규모는 142억 달러(16조 8천억 원)로 전년보다 4.6% 증가했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샤넬은 2020년 전체 매출의 8.5%를 한국에서 벌어들였는데, 한국에서 운영 중인 샤넬 매장이 9개에 불과한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매장 1곳당 팔리는 금액이 엄청난 셈입니다.

한국 샤넬 오픈런 외신 보도 (사진=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쳐)

2030 "어차피 집 못 사니까 샤넬 살래"


통신은 2030세대가 명품에 열광하는 현상을 언급하며 그 배경에 '한국의 집값 폭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집값 급등으로 2030 세대들은 결코 집을 살 수 없다는 상실감에 빠졌다. 대신 그들은 지금을 즐길 수 있는 것에 돈을 쓰고 있다"고 전하며 집을 포기하는 대신 명품을 사는데 저축했던 돈을 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어 "KB금융그룹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6억 700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두 배 이상 치솟아 11월 기준 12억 4000만 원으로 올랐다"라며 "월평균 300만 원을 버는 2030 세대에게 이는 막대한 부담이다"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 쇼핑객들의 샤넬 오픈런과 리셀 거래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샤넬이 내년에도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샤넬 측은 "가격 조정시 환율 변동뿐 아니라 생산비, 원자재 등 가격 변화를 고려해 시장별로 가격 차이가 과도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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