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도심 살인, 러가 배후"…외교관 2명 추방

독일 베를린 고등법원이 베를린 도심에서 발생한 체첸 출신 반러시아 인사 살인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라며 살해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국적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이에 독일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고, 대사관 소속 외교관 2명을 추방했습니다.

이에 러시아가 '정치적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속 양국 관계가 더욱 경색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독일 베를린 고등법원은 현지시각 15일 지난 2019년 티어가르텐에서 체첸 출신 반러 인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러시아 국적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올라프 아르놀디 국가안보 형사합의부 부장판사는 "해당 행위는 순전히 복수 차원에서 이뤄졌다"면서 "국가 주도의 테러리즘"이라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여행객 행세를 하며 독일에 입국해 2019년 8월 23일 티어가르텐 주차장에서 2차 체첸 전쟁 당시 민병대에서 러시아에 맞서 싸움을 이끌었던 조지아인을 총격 살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6년 말부터 망명신청자로 독일에 머물렀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그를 "악당", "살인자", "피에 굶주린 자"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2019년 7월 피해자를 청산하겠다고 결정하고, 피고인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새 신분을 부여했다고 아르놀디 판사는 지적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판결 직후 러시아가 지시한 살인은 독일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러시아 외교관 2명을 추방하는 것으로 대응했습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부 장관은 "국가가 지시한 이번 살인사건은 독일법과 독일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소속 외교관 2명을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파견국은 '외교적 기피인물' 통고를 받으면 해당 외교관을 소환하거나 외교관직을 박탈하는 게 관례입니다.

이에 세르게이 네차예프 주독러시아 대사는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이미 어려운 러시아-독일 관계를 심각하게 악화하는 편향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러시아 당국이 살해를 지시했다는 판단은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재판에 '반 러시아 정서'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