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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93억 원 사기' 중국 초등학교 교장…55억을 온라인 게임에

[월드리포트] '93억 원 사기' 중국 초등학교 교장…55억을 온라인 게임에
"정신적 아편이 수천억 가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8월 중국 관영매체가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 문제를 지적하면서 쓴 기사의 제목입니다. 이후 중국 정부는 18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주말과 휴일에만 하루 1시간씩 온라인 게임을 하도록 하는 규제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신적 아편'에 대한 중독은 나이도, 신분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퉁민은 중국 쓰촨성의 유명 사립학교인 허장톈리 초등학교의 여교장이었습니다. 우수한 교사로 국가와 지방에서 수여하는 상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하지만 퉁씨는 지난 6월 스스로 강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시 그녀는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펑파이, 관찰자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퉁씨는 약 5천만 위안을 사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원화로 하면 약 93억 원이나 되는 돈입니다. 퉁씨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신의 학교가 소속된 회사(홍콩 상장사)의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5천만 위안 이상의 투자금을 모았습니다. 240만 위안, 약 4억 4천만 원을 투자한 사람에게는 18%의 배당을 제시했습니다. 투자자들은 학생의 부모와 친척, 친구, 운전사 등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퉁민이 내세운 교사로서의 우수한 경력과 교장이라는 신분을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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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의 한 사립학교 교장이었던 퉁씨 (뉴스 화면 캡처)

퉁씨의 투자자들은 한동안 배당금을 제대로 받았지만, 지난해 갑자기 돈이 제대로 입금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졌고, 학교는 퉁씨가 다른 교사들에게도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학교 측은 퉁씨를 교장 직에서 물러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공안이나 사법기관 신고도 없었고 퉁씨가 교장에서 물러났다는 사실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은 퉁씨가 속여 받아간 돈의 행방을 찾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호화로운 집이나 고급차, 명품 등을 사는데 돈을 쓴 게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을 온라인 게임에 썼습니다. 퉁씨는 한 온라인 게임에 최근 7년간 무려 3천만 위안, 55억 8천여만 원을 썼습니다. 중국 게임업체 넷이즈의 MMORPG '대당무쌍(大唐無雙)' 이라는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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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업체 넷이즈의 '대당무쌍(大唐無雙)'

퉁씨가 게임에서 사용한 '타오뤄(桃若)'라는 이름은 게이머들 사이에선 거의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퉁씨는 게임 장비를 구매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다른 사람을 고용해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씀씀이에 놀란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재벌가 딸이라고 속였습니다.

퉁씨는 자신만의 게임 팀도 운영했습니다. 이 게임은 매년 공식 대회를 여는데, 퉁씨의 팀은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퉁씨는 팀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했고, 경기 우승 상금도 모두 팀원들에게 줬습니다. 2014년부터 퉁씨를 알았다는 한 지인은 퉁씨가 2018년부터 게임에 쓰는 돈, 충전 금액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하루에 70만 위안, 1억 3천만 원을 충전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게이머는 퉁씨가 충전한 금액은 3천만 위안이지만 계좌 이체 등을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것까지 합치면 5천만 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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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퉁씨의 게임 팀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기사

퉁씨는 학교에서 사직하고 돈을 돌려주는 문제를 겪을 때인 지난 3월 투자자들과 연락이 끊겨 실종신고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그녀는 한 PC방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퉁씨를 믿고 연금까지 투자했던 피해자들은 퉁씨의 죽음으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피해자들은 게임에 쓰였던 돈을 돌려받으려 하지만 이 역시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임업체는 "환불을 보장할 수 없다. 경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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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무쌍 게임 장면 (사진출저 : 중국 관찰자)

퉁씨는 현실에서 만족되지 않은 허영심과 성취감을 게임에서 찾으려 했습니다. 게임 세계에서는 1인자로 칭송을 받았지만 현실에서는 나락으로 떨어져 죽음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교장도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학생에게 게임에 빠지지 말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면서 대형 온라인 게임은 성인의 소비를 목적으로 제작됐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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