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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 (12/14) : 아마존과 양초공장. 토네이도로 드러난 미국 노동의 현실

스브스레터 이브닝 최종

토네이도 피해 지역의 영상을 보면 이게 미국 맞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곳이 많습니다. 오늘(14일) 나온 보도로는 최소 87명이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구조나 복구 작업이 진행될수록 이 숫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네요. 토네이도가 남긴 건 막대한 피해만이 아닙니다. 미국의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드러나는 아마존의 민낯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일리노이주 물류창고가 이번 토네이도로 붕괴됐습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배송 노동자 6명이 숨졌습니다. 물류창고에서 물품을 차에 실어 다른 곳으로 배달하는 노동자들이죠. 노동자들의 희생 이후 아마존의 노동환경이 도마에 올랐는데요, 우선 블룸버그통신 보도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부터 정리해 보죠. 블룸버그는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는 아마존의 규정이 피해를 키웠다고 보도했는데요, 아마존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해  사업장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왔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붕괴 사고 30분 전에 미국 기상청이 토네이도 경보 문자를 발송했지만 노동자들은 알 수 없었다는 거예요. 노동자들이 미리 대피할 수 있는 정보마저 차단된 상태에서 일했다는 얘기죠. 아마존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어요.  물류 창고에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안전 규칙은 있어도 작업장 반입 금지 규정은 없다는 게 아마존의 공식 입장입니다. 사실인지 아닌지 가리는 게 중요해 보이네요.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미국 일리노이 중부 에드워즈빌의 아마존 물류센터

대형 물류창고에 정규직은 '7명'
이번엔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인데요. 붕괴된 물류창고의 정규직 직원이 7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배송 업체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배송을 확대하면서 계약직 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는 거예요. 근데 이들에 대한 근무 시스템이 허술해서 붕괴 사고가 나도 몇 명이 일하고 있었는지조차 파악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와 연말 배송 물량이 많아 단기 계약 직원들도 배송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요, 뉴욕타임스는 물류창고를 오가던 직원 상당수가 연말 시즌 돈벌이에 나선 20대 청년이었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싣기도 했습니다. 최소의 정규직만 유지하고 계약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합니다.

미 당국, 아마존 안전불감증 조사
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산업안전보건청은 물류창고 건물에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6달 동안 조사한다고 하네요. 토네이도 여파가 아마존의 안전불감증 조사로 번진 거죠.

"도와주세요" 공포에 떨었던 양초공장 노동자들
빅테크 기업 아마존만 아니라 양초를 만드는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숨진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켄터키주 메이필드의 양초공장이 무너졌는데요. 연합뉴스 현지 특파원이 이 공장에 가서 르포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기사의 앞부분만 잠깐 인용할게요.

메이필드 양초공장 키아나 파슨스-페레즈 (사진=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캡처)
"여러분, 도와주세요. 우린 갇혀 있어요. 움직일 수가 없어요.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지난 10일(현지시간) 밤 강력한 토네이도에 공장 지붕이 무너지자 키아나 파슨스-페레즈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켰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덕분인지 많은 노동자가 구조됐습니다. 당시 공장 안에는 110명 가량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거라는 우려가 많았죠. 지금까지 8명이 숨졌습니다. 우려했던 참사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희생자가 발생한 겁니다. 이 공장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물량을 맞추느라 12시간 맞교대로 쉴 틈 없이 돌아갔다고 합니다. 양초 소비가 급증할 시기이니까요.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열악한 노동의 현실, 알 만합니다.

베이조스가 블루 오리진의 세 번째 우주여행 성공을 축하하며 올린 사진 (사진=베이조스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이 와중에 베이조스는?
토네이도가 아마존 물류창고를 덮이고 노동자들이 숨진 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가 소셜미디어에 나타났습니다. 숨진 노동자들을 애도하려고요? 아뇨. 베이조스는 '행복한 승무원들'이라는 글과 함께 우주 여행객들과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죠. 뒤늦게 "우리는 그곳의 팀원들을 잃은 것에 가슴 아프다. 그들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애도의 글을 올렸어요. 성난 여론이 가라앉을 수 있을까요?

(사진=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캡처, 베이조스 인스타그램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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