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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천혜의 관광 명소 '백두산'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 있는가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의 많은 곳이 관광명소로 떠오르게 될 텐데,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백두산입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에도 나오는 백두산은 한국인에게는 정신적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현재는 중국 쪽을 통해서만 가볼 수 있습니다. 남한의 '평화문제연구소'와 북한의 '과학백과사전 출판사'가 2003년 공동으로 펴낸 '조선향토대백과'에 기반해 백두산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안정식 취재파일용-백두산 관련

백두산은 행정구역으로는 북한의 양강도 삼지연시에 속합니다. 원래는 삼지연군이었는데 북한이 삼지연 개발을 추진하면서 2019년 삼지연시로 승격시켰습니다. 양강도(兩江道)는 1954년 함경남도 일부 지역과 함경북도 일부 지역을 분리해 새로 만든 도(道)로, 김일성은 이 지역을 압록강과 두만강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로 '양강도', 즉 두 개의 강을 가지고 있는 '도'로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양강도는 대부분이 고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도의 평균 해발고도는 1,338m이며, 개마고원과 백무고원이 도의 주요 부분을 차지합니다. 우리나라의 지붕으로 불리는 개마고원은 평균 해발 1,340m인데, 면적이 무려 14,300㎢에 달한다고 합니다. 제주도 면적이 1,850㎢ 정도라고 하니, 제주도의 7배 이상 되는 셈입니다.

삼지연시는 우리나라에서 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연평균 기온이 –0.6℃, 1월 평균기온은 –19.8℃이며, 7월 평균기온도 16.4℃에 불과합니다. 사계절 가운데는 겨울이 가장 깁니다.

삼지연이라는 명칭은 세 개의 못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백두산에서 화산이 분출할 때 용암이 흘러내려 강을 막으면서 세 개의 연못이 생겼다고 합니다. 삼지연에는 흘러드는 강하천도 없고 흘러나가는 곳도 없으나, 눈과 빗물 등에 의해 못이 채워지며 물이 항상 맑고 깨끗하다고 북측 학자들은 말합니다.

안정식 취재파일용-백두산 관련

북한에 가면 들쭉술이라는 술이 있는데, 들쭉 생산이 가장 많은 지역이 삼지연입니다. 말하자면 들쭉술은 백두산 지역의 특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백두산은 북한 정권에 있어 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지역인데,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이후 삼지연 지역을 대대적으로 재개발했습니다.
 

기후 변화 무쌍한 '천지' 부근


백두산은 약 100만 년 전에 화산 분출로 이뤄진 산입니다. 산꼭대기가 늘 희게 보여 백두산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하는데, 정상 부근으로 올라가면 영험한 기운을 느끼게 하듯 기후변화가 무쌍합니다. 산 아래나 중턱에서는 해가 비쳐도 정상의 날씨가 어떤 지는 정상 부근에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백두산을 중국 쪽으로도 올라가 보고 북한 쪽으로도 올라가 봤는데, 2008년 9월 북한 쪽에서 백두산을 올라갈 때 산 중턱까지는 청명한 날이었는데도 정상 부근에 가자 날씨가 좋지 않아 천지를 보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안정식 취재파일용-백두산 관련

백두산 정상에 있는 호수인 '천지'는 백두화산에 분화구가 생긴 다음 물이 고여서 생긴 호수입니다. 하늘과 땅이 접한 곳에 있는 호수라 하여 '천지'라 이름 붙여졌는데, 우리나라 자연호수 가운데 깊이가 가장 깊고 물의 양도 가장 많습니다. 천지의 둘레만 14.4km 최대 수심은 384m에 이르며, 면적은 9,165㎢ 저수량은 19억 5,500만㎥에 달한다고 합니다. 천지의 물은 지하수 형태로 장군봉 남쪽 계곡으로 흘러 백두폭포로 이어진 뒤 압록강의 시원을 이룹니다. 천지에는 인공적으로 방류한 산천어와 붕어가 살고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백두산 지역은 북한 정권에 있어 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곳입니다. 김일성의 항일 무장투쟁 근거지가 백두산이라고 선전되고 있으며, 북한 쪽에서 백두산 관광을 하다 보면 김일성의 혁명 유적지라고 하는 수많은 곳들을 북한 인사들로부터 소개받게 됩니다.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북한이 선전하는 '밀영', 즉 유격대의 요새도 백두산 속에 있습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일성 일가를 '백두혈통'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북한이 백두산에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김정일이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났다는 북한의 선전은 거짓말입니다. 김정일은 1942년 2월 16일 태어났는데, 이 무렵은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한반도 내에서의 항일 무장투쟁은 불가능했던 시기였습니다. 김일성은 이 무렵 소련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김정일은 소련에서 태어났다고 보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관광 경쟁력 있는 백두산


분단 70년이 넘어갔어도 한국인이라면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백두산인 만큼, 통일 이후 백두산 관광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통일 이후 북한 내 산업 가운데 경쟁력을 가질만한 것을 찾기 어려운데, 백두산처럼 천혜의 자연경관과 상징성을 가진 곳은 대내외적인 관광명소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남북 간에 백두산 관광사업이 추진됐다가 불발된 전례도 있습니다. 백두산이 관광명소로 제대로 개발된다면 중국 쪽으로 몰려 있는 백두산 관광 수요를 한반도로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두산 관광을 위해서는 북한 내 열차노선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철도 사정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다행히 삼지연에는 삼지연 공항이 있습니다. 저도 2008년 9월 방북 취재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삼지연 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4시간 정도에 걸쳐 백두산 정상에 올라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다만, 삼지연 공항은 활주로가 협소해 큰 비행기는 운항하기 어렵고 활주로 상태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삼지연 공항 보수가 필요합니다. 또, 숙박시설과 휴양시설 등 관광에 대비한 인프라가 현대식으로 갖춰져야 제대로 된 관광명소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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