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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 (12/13) : 검사의 사과 vs 판사의 호통

스브스레터 이브닝 최종

한국일보 1면 기사가 눈길을 끌더군요. <"미안합니다" 검사의 눈물> 이라는 제목이고요, 약촌오거리 사건 관련된 검사 인터뷰를 실었어요. 인터뷰를 통한 반성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가하면 변호사들이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우수법관 사례도 있지만 정반대의 사례도 많네요.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를 다루는 게 뉴스 선정할 때 기준 중의 하나이고, 이 기준에서 오늘(13일) 보도된 법조인들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다수의 판사와 검사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약촌오거리 사건 국가배상 판결

사과와 반성…그리고 인터뷰
신문 보도를 보면 지난 8월 현직 부장검사가 15년 전 피조사자였던 최 모 씨를 만났다고 합니다. 부장검사가 사과하는 자리였다고 하네요. 검사는 진솔하게 사과했고, 최 씨는 사과를 받아들이고 검사를 용서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그 검사는 인터뷰에서도 절절하게 반성했습니다. 신문에 보도된 인터뷰 몇 대목만 인용하겠습니다.
 

"검사로서 제 처분으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기도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군 사건에선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내 처분으로 인해 가슴 아파했을 최군에게 사과하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검사로서의 자존심보다는 인간적 측면이 중요했습니다. 최군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크고, 그런 감정이 그를 만나게 한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부장검사가 되기 전부터 늘 후배들에게 '품격 있는 검사'가 되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먼저 법률가로서, 준사법기관인 검사로서, 철저하게 수사하고 공정하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합당한 처분과 결정을 내릴 능력을 갖춘 검사가 돼야 합니다. 그리고 피의자든 피해자든 어떤 사건 관계인이든 인간적으로 충실히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고, 경청하고 예의를 다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갖춰질 때 검사로서 품격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재심' 포스터

"나는 살인범이 아닙니다"
김 검사가 얘기하는 최 군 사건은 21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북 익산의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을 목격한 이 동네 15살 소년 최군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고 스물 다섯, 청년이 돼서 출소합니다. 수사과정에서 강압행위에 못이겨 허위자백한 사실이 밝혀지고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나타났지만 바뀐 건 없었습니다. 결국 청년이 돼서 출소한 최씨는 재심을 통해 2016년 누명을 벗었습니다. 2017년 개봉된 영화 '재심'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오늘(13일) 언론에 실린 인터뷰의 주인공은 김훈영 검사입니다. 현재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인 김 검사는 2006년 재수사 국면에서 진범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합니다. 억울하게 옥살이하던 소년과 진범을 대질조사까지 하고도 진범을 불기소 처분한 겁니다. 억울한 누명를 벗겨줄 기회를 날리고, 진범에게는 면죄부를 준 거죠. "나는 살인범이 아닙니다"는 최군의 호소가 끝내 외면된 순간입니다. 김 검사는 그 지점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검사, 개인으로서는 첫 사과
재심을 통해 기존의 사건 결과가 뒤집혔을 때 기관 차원의 사과는 있었지만, 검사 개인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언론 인터뷰까지하기는 김훈영 검사가 처음입니다. 그만큼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지요. 박범계 법무장관도 출근길에서 "(검사 개인이 사과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 처음인 것 같다"며 "진실한 사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용기있는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고요. 검사의 용기있는 사과에 대해 상대방인 최군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한국일보는 내일자 신문에 보도한다고 합니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누명 피해자 최 모 씨 (사진=연합뉴스)

호통치는 판사님
 

# "감히 판사에게 변호사가 설명을 한다고요?" (변호사가 변론 취지를 구두로 설명하고 싶다고 하자 판사가 한 말)
# "피고인, 말꼬리 길게 빼지 마요. 듣기 짜증나니까. 한 번만 더 그렇게 말하면 구속되는 수가 있어요" "정말 지질하네요" (피고인이 눈물을 흘리며 최후진술을 마치자 판사가 한 말)
# "뭐라는 거야…변호인, 그런 것은 의견서에다가 쓰세요. 그걸 왜 여기서 물어봐요?" (변호인이 진술하는 도중 판사가 반말투로 화를 내며 한 말)


판사들의 말인데요, 정확히는 판사의 말 그대로가 아니라 변호사가 듣고 전한 내용입니다. 서울변호사회가 '2021년도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점수가 낮은 하위 법관들의 사례들입니다.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어요. 서울변호사회는 법원의 공정한 재판 진행을 독려하고 사법 관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2008년부터 법관 평가를 시작했는데요, 결과를 법원행정처와 법원장에게 통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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