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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군총장 인사, 나쁜 전례 총집합…다음 정부의 반면교사

[취재파일] 해군총장 인사, 나쁜 전례 총집합…다음 정부의 반면교사
▲ 김정수 신임 해군참모총장 내정자

군 참모총장 인사를 하는데 이렇게 어수선한 적이 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4성 인사 하니 마니 뒤집기를 몇 번 하더니, 10월에 하는 3성 이하 하반기 정기 인사가 두 달 늦은 그제(9일) 단행됐습니다. 신임 참모총장은 미리 뽑혀 본인이 지휘할 3성 이하 장군 인사안을 짜야 하는데, 전례 없이 3성 인사 다음 날인 어제(10일)야 해군 참모총장 내정자가 나왔습니다. 김정수 내정자가 '임기 마치면 물러나는' 임기제를 두 번이나 버텨내고, 다시 새로운 자리에 그것도 해군참모총장에 임기제로 오른 것도 전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정권 말입니다. 평소보다 조심히 사람 써야 하는 때입니다. 제 역할 하고 있는 전임 총장의 임기도 5개월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수 제독을 이례적인 3연속 임기제로 해군 참모총장에 앉혔습니다. 국방장관(광주)과 공군 참모총장(전북)에 이어 해군 참모총장 내정자(전남)까지, 호남 편중이 심화됐다는 목소리가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몇몇 군인들이 이번 인사를 위해 부지런히 뛰었을 수도 있지만 판단은 청와대가 했습니다. 책임도 청와대 몫입니다. 청와대 결정의 잘잘못은 군이 따질 바 아닙니다. 묵묵히 따르면 될 것을, 군은 김정수 참모총장 내정자 띄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3연속 임기제는 업무 성과의 방증"…"한 치의 오차도 용납 않는 완벽함"


군의 임기제 진급이란 해당 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할 대상자를 일정 임기를 정해 진급시키는 제도입니다. 임기를 마치면 전역입니다. 김정수 해군 참모총장 내정자는 기획관리참모부장(소장)과 참모차장(중장)을 임기제로 역임했습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기획관리참모부장 마치고 전역했을 텐데 또 임기제로 참모차장이 됐습니다. 참모차장 끝내면 역시 전역인데 불사신처럼 살아나 참모총장으로 내정된 것입니다.

3연속 임기제는 희귀 사례입니다. 3연속 임기제로 참모총장에 임명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사건입니다. 그 정도로 보기 드문 혜택입니다. 그런데 해군은 3연속 임기제 진급에 대해 "그만큼 해당 계급과 직책에서 뛰어난 업무 성과와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김정수 제독이 업무 성과와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면 임기제 진급이 아니라 일반 진급을 했을 것입니다.

아울러 김정수 참모총장 내정 보도자료는 김정수 내정자를 "한 치의 오차도 용납 않는 완벽한 업무처리 능력"의 소유자로 표현했습니다. 그 정도 능력자라면 임기제 딱지 안 붙었습니다. "눈길 끄는 극찬"이라고 지적한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경항모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대체적으로 한국형 전투기 KF-21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항모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개발의 시동을 걸었다고 평가합니다. 경항모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입니다. 경항모 시작의 공은 고 김영삼, 문재인 두 대통령에게 돌려야 마땅합니다.

이달 초 어렵게 경항모 예산을 살려냈고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입니다. 그런데 해군은 벌써 경항모 건조라도 시작된 양 "김정수 제독이 경항모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며 참모총장 내정자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2018년 1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임기제로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으니 그렇다는 논리입니다. 일전에 방사청이 KF-21 시제 2호기에 방사청 사업단장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을 추진하다 접었는데 해군과 방사청의 사고방식이 비슷합니다.

김정수 내정자는 오는 14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16일 취임식을 치를 예정입니다. 35대 대한민국 해군 참모총장이 됩니다. 구사일생한 경항모를 반드시 반석 위에 올려놓아 '정권 말 호남 편중 인사'의 오명을 씻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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