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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3주기…"여전히 일터에서 죽어도 죗값 650만 원"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판결문 131건 분석

<앵커>

오늘(10일)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25살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3주기입니다. 안타까운 사망 사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은 현장 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전면 개정됐고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김용균 씨 사고의 책임을 따지는 1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내년 초쯤 선고 결과가 나올 텐데 이와 관련해서 저희 취재진이 올해에 나온 모든 산업재해 사망 사건 1심 판결문과 새로운 양형 기준을 분석했습니다.

신정은 기자입니다.

<기자>

25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는 벨트 구석구석 낀 석탄 찌꺼기를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어둠을 뚫고 컨베이어 벨트로 향하는 게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산업재해

김 씨가 숨지기 전 직접 촬영한 동영상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까지 공개되자 안타까운 죽음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수사 결과 안전장치도, 안전 교육도 없었고 하청업체에서 위급상황을 대비해 2인 1조로 일하게 해달라는 건의도 수차례 묵살했던 일까지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 법인, 그리고 관련자 14명을 재판에 넘기는 데 걸린 시간은 20개월.

피고인 측이 현장 안전 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건 발생 3년이 된 지금도 1심 재판은 진행 중입니다.

유족의 고통도 그 시간만큼 커졌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믿기지 않는 긴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하고 마음은 늘 어둡고 참담합니다. 아홉 번의 재판 진행을 쭉 지켜보고 있자니 그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형편없이 굴러 왔는지 너무 빤히 보였고.]

유족은 내년 1월로 예정된 1심 선고 결과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산업재해 사망 사건 재판 결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왔기 때문입니다.

[상수도관 누수 작업을 위해 찾았던 작업자는 이 상수도관 밑에 차 있는 물에 빠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5월 인천 부평구의 도로 아래에서 상수도관을 수리하다 물이 수도관 안으로 차올라 참변을 당했던 60대 하청업체 노동자 A 씨.

1심 재판 결과는 안전 조치 책임자에게는 집행유예, 원청, 하청업체는 각각 벌금 500만 원이었습니다.

SBS 취재진이 이 사건을 포함해 올해 전국 법원에서 1심 선고가 나온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숨진 사건의 판결문 131건을 분석했습니다.

사망자는 모두 133명으로 익사하거나 추락하거나 깔리거나 치이거나 여러 이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피고인으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 건 개인과 법인을 합쳐 332명인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유일하게 집행유예 없는 징역 1년형이 있는데 1년 전 같은 사업장에서 다른 노동자가 숨진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62%가 벌금형으로 사망 사고였음에도 벌금 액수는 평균 654만 원에 불과합니다.

집행유예와 함께 선고된 징역 형량도 평균 8개월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처벌 수위를 높인 양형 기준이 3년 전 김용균 씨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산재 사망 사고 처벌 수위를 기존 6~18개월에서 최대 30개월까지로 높였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올해 7월 이후 검찰이 기소한 건부터 적용됩니다.

다만 김 씨 사건 등을 계기로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양형 기준까지 강화됐다는 점 등은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박기덕, CG : 이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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