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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징계 소송의 결말…1년의 기록과 의미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사태'로 야기된 소송전…오늘 각하 판결로 1심 마무리

윤석열 징계 소송 1년
각하란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본안 판단 없이 내리는 결정'으로 윤 후보가 이미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얻을 이익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오늘 선고로 당시 윤 후보가 제기했던 소송의 1심 판결 대부분이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국면이 일단락됐습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징계 사태 속에 총장직에서 물러났고 지금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습니다. 징계 사태부터 오늘 1심 선고까지 지난 1년간의 발자취를 짚어봤습니다.

윤석열 징계 소송 1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1월 2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추 전 장관은 서울고등검찰청에 있는 법조 출입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법무부가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징계 사유로 다섯 가지를 들었습니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과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해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총장 대면 조사과정에서 협조 의무 위반 및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 등이 징계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은 추 전 장관의 발표가 끝난 직후 기자단에 대검찰청 명의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며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추 전 장관이 내세운 5가지 징계 사유를 모두 반박하면서 법적 대응도 예고했습니다. 오늘 서울행정법원의 선고 는 당시 대한민국을 뒤흔든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에 따른 법적 공방의 결과입니다.

윤석열 징계
윤 전 총장 측은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가 이뤄진 바로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25일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하는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이튿날인 26일에는 직무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징계를 내린 당사자인 추 전 장관도 이에 더해 맞불을 놨습니다. 우선 징계 사유 가운데 하나로 제기한 '판사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수사하라고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추 전 장관이 아닌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습니다. 12월 1일 오전 진행된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가 모두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온 겁니다.

윤 전 총장이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윤 전 총장은 직무 배제 1주일 만에 다시 대검찰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먼서 "그래서 입법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전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되고 일단 임명되고 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징계가 온당하냐는 논란이 결국 법원까지 간 가운데 윤 전 총장이 먼저 1승을 거둔 셈입니다.
윤석열 징계 1년 표
법무부는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12월 16일 이번에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합니다. 윤 전 총장의 징계 혐의 6개 가운데 '재판부 사찰' '채널A 사건 감찰' '수사 방해 의혹'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 4개가 인정된다면서 정직 처분을 내린 겁니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이 보고한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결과를 재가하면서 징계는 현실이 됐습니다.총장 직무 복귀 보름 만에 또 정직 처분을 당한 윤 전 총장은 이번에도 징계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섭니다.

윤 전 총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재판부는 여드레 뒤인 12월 24일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 효력을 사실상 중단하라는 결정이었습니다. 윤 전 총장의 2번째 승리였습니다.

거듭된 징계가 두 차례 연속 법원에 의해 중단되자 여파는 컸습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2연패'를 당한 추 전 장관으로서는 대통령까지 사과에 나서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윤석열 징계 소송 1년
당시 서울행정법원에서 내려진 2건의 판결은 이렇듯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음 라운드는 윤 전 총장이 제기한 '검사징계법 헌법소원'이었습니다. 추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주도로 검사징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검사징계법 조항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게 윤 전 총장 측의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4일 재판관 7(각하) 대 1(본안심리)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립니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해임·면직·정직 등 징계 처분이 있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에 대해 "헌재의 결정은 존중한다"면서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징계의 위법함과 부당성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징계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제기한 헌법소원보다는 자신에 대한 징계처분 자체가 위법함을 사법부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이 논란을 끝낼 핵심이라고 윤 전 총장 측은 판단했을 걸로 보입니다.

그러나 다음 판결은 윤 전 총장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14일 윤 전 총장이 제기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는 청구 소송을 원심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법무부가 내세운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4건 가운데 3건이 인정된다며 징계를 유지하라고 결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제기했던 윤 전 총장의 징계 사유인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와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 사찰 문건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이 완료된 후 보고받았는데도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삭제·수정 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문건을 대검 반부패부와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지적하는 등 윤 전 총장의 주장을 대부분 배척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윤 전 총장에게 내려진 정직 2개월의 징계에 대해 "인정된 징계 사유들에 대해 면직 이상 징계가 가능하다"며 "정직 2개월은 양형 기준에서 정한 범위의 하한보다 가볍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징계 국면에서 같은 서울행정법원의 두 재판부가 판단한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결론이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은 지난 10월 1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해결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상급심에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징계 소송 1년
윤 전 총장이 제기한 직무집행 정지 처분 취소 소송의 결과가 각하로 마무리되면서 1년 넘게 계속된 1심 재판은 대부분 마무리됐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이 이미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제 검찰총장이 아닌 대선 후보가 된 윤 전 총장으로선 이와 별개로 얻어내고 싶은 정치적 목표가 있을 걸로 보입니다.

앞서 윤 전 총장 측은 정직 2개월 징계를 유지하라는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자신이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검찰총장으로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는 말을 스스로 증명하는 동시에 법적인 사실로 인정받기 위한 시도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내년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상고심까지 진행될 경우 최종 법적 판단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내년 3월 9일이 훌쩍 지난 뒤에야 결론을 맺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치열하게 대치 중인 거대 양당에 의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어느 한 편에 의해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사태를 둘러싸고 1년 넘게 지속돼온 공방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끝나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기획 : SBS 디지털뉴스국 / 디자인 :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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