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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청소년 방역패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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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상 방역패스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2월부터 12세~18세 (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에게도 방역 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학원이나 도서관, 독서실, 수영장, 태권도장 등 학생들의 일상과 직결된 시설에 가려면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 '사실상 접종 의무화'라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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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청소년 백신 '선택 → 사실상 강제'

서울시교육청 앞에 근조 화환이 길게 늘어섰다. 화환에는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방역패스 도입을 결사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학부모 단체는 곳곳에서 소아 청소년의 코로나 백신 선택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고,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도 방역패스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학생과 학부모의 소아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취소 요구 국민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청소년 방역 패스 반대 국민청원에는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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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조사는 공식 여론조사가 아닌 비로그인 설문조사의 한계가 있음. 일부 환경에서 중복투표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음)

SBS 뉴스 홈페이지를 통한 설문 조사 결과, 8일 오후 6시 기준 전체 응답자의 62%가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42%의 응답자들이 '청소년과 부모의 선택권이 무시'된다고 꼽았다. '백신 접종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는 답은 33%였다.

정부는 본격적으로 청소년 접종률 높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역당국은 6일부터 교육부와 협력해 보건소에서 학교로 찾아가는 방식의 접종을 포함한 '학교 단위 접종'을 위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도 13일부터 24일까지 2주간을 '집중 접종 지원 주간'으로 정하고 기말고사 이후 집중적으로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뭐가 문제야?] 청소년 확진자가 급증했다

정부는 왜 불쑥 '청소년 방역패스'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위드 코로나' 이후 청소년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청소년 접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정부는 청소년 접종에 대해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고 전면 등교가 확대되면서 청소년 감염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

청소년(12~17세) 확진자 수는 9월 3,630명 → 10월 4,837명 → 11월 6,612명으로 증가했다. 11월 이후 하루 평균 청소년 확진자는 236.6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4주간(11월 2주~12월 1주) 18살 이하 청소년의 코로나19 발생률은 성인을 추월했다. 10만 명당 210.1명이 발생해 성인 167.3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얼마나 심하게 아팠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확진 자체의 숫자를 방역의 점수로 간주하는 것이 지금까지 정부 스스로 택한 정책기조였기 때문이다.

특정 연령그룹에서 백신접종율이 올라가면 감염이 줄어드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그래서 청소년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하니,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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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여론이 커지자 방역당국이 내놓은 설명은, 청소년은 코로나에 걸려도 사망이나 위중증으로 악화할 우려가 적지만, 코로나에 걸리는 청소년이 많아지면 그중에서 확률적으로 위험해지는 사람이 나타나게 될 거라는 것이었다. 확진 청소년의 17%가 의료기관에 입원했고, 위중증 환자가 11명 발생했는데 모두 백신 미접종자였다. 확진된 청소년이 가정내 성인 (특히 고령의 조부모)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왜 반대하는거야?]①"도서관 학원 적용은 학습권 침해"

갈등의 진원지는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 청소년들의 '학습 공간'이다. 내년 2월부터는 청소년들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48시간 내에 받은 PCR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만 학원과 도서관, 스터디 카페 등에 갈 수 있다. 학생들이 학습을 위해 꼭 가야하는 학원, 도서관, 독서실 등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의 학습권 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에는 진정이 접수됐고, 위헌이라는 헌법소원까지 예고됐다.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떨까?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뉴질랜드, 그리스,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방역 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12세 이상의 경우 식당이나 카페, 장거리 교통수단에 대해 '보건패스'를 적용한다. 이탈리아 는 13세 이상은 문화시설과 공공시설에 대해 '그린패스'가 있어야 이용 가능하다. 덴마크는 '코로나 패스'를 재도입해 16세 이상은 식당과 병원, 놀이공원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한 '학습 공간'에 대해 백신 패스를 적용한 나라는 현재까지(12월 10일 기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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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도 가장 강력한 백신 정책을 쓰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대학생은 백신패스가 없으면 학교에 못 들어간다. 하지만 12~18세 청소년은 예외다. 중고등학교의 백신 강제 정책을 세계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호주의 퀸즐랜드 주도 교사와 학교 시설 종사자에 대해서는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학생은 예외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학원을 많이 다니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학원이 갖는 한국적 특수성이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학원'은 독특한 역할을 한다. 법적 기관은 아닌 사교육 시설이지만 대부분의 가정에 필수교육기관의 역할을 한다. 자녀의 나이가 어릴 경우, 각종 학원은 방과 후 돌봄을 책임지는 보육시설이기도 하다. '학원', '스터디 카페' 등을 그저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이라고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방역패스 정책을 불쑥 들이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장을 사려깊게 살피지 않은 처사였다.

[왜 반대하는 거야?]②"청소년 백신 접종의 이득이 과연 큰 걸까?"

소아와 청소년의 코로나 위험성이 '0'은 아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돼 위중증으로 나빠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 건강한 어린이가 코로나로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 어린이 사망자는 이미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고 있었던 경우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백신 접종에 분명하고 당연한 이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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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수도권 전면 등교를 시행할 때만 해도 정부는 "학생들의 감염 위험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백신 부작용은 성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크지 않으니 접종 여부를 개인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 당시 방역당국의 입장이었다. 다만, 소아 당뇨나 비만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접종을 권고했다. 정부는 "접종을 강제하거나 유도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객관적·과학적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 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정부가 두 달 만인 지난 3일 '청소년 방역패스 카드'를 꺼냈다. 나흘이 지난 7일 브리핑에서 "12세~17세 접종의 편익에 대한 분석을 공개해 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홍정익 방대본 접종관리팀장은 "접종 편익 분석을 공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홍 팀장은 "위험요소는 심근염과 심낭염 등 이상반응이다"라는 설명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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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입장을 바꿔 사실상 학생들에게 접종 의무화를 강요하면서도 접종에 따른 이득과 잠재적 위험도를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에 따라 정책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백신의 효능 문제, 이상 반응 문제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정부가 왜 입장을 바꿨는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들고 보다 세심하게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을 사전에 펼쳤더라면, 반대여론이 지금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8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서 청소년 백신 접종과 방역 패스 적용을 둘러싼 반발 진화에 나섰지만, 반발은 거셌다. 포럼에 나선 사람들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실시간 댓글로도 청소년 접종과 방역 패스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급기야 정부는 다음날 특별 설명회를 열었다. 정은경 청장은 전문가들과 함께 통계 자료를 근거로 들며 직접 설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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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가 분명하고 청소년의 이상반응 우려가 성인보다 낮다"였다. '접종 편익 분석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정부는 구체적인 통계를 내놨다.

[왜 강행하는 거야?] "예방접종 효과 뚜렷하고 부작용 적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확진자 발생은 확실히 줄었다. 의무 접종을 한 고3(18세)과 접종률이 낮은 12~15세 청소년들의 10만 명 평균 확진자 발생률은 차이가 확연하다. 접종률이 96.9%인 고3은 인구 10만 명 당 발생률이 1·2차 접종 후 감소해, 다른 학년에 비해 발생률이 낮다. 16~17세는 최근 접종 완료율이 60%대로 올라가면서 확진자 발생이 감소하고 있다. 백신접종율이 낮은 12~15세 발병률이 가장 높다. 방역 당국은 청소년이 백신을 접종했을 때, 감염 예방 효과는 96% 위중증 예방 효과는 100%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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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아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나 위중증 환자가 드문만큼, 감염 자체가 얼마나 줄었느냐보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이 부모 마음이다. 방역당국은 청소년들의 백신 이상반응이 성인보다 적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12살에서 17살 청소년의 이상 반응 신고율은 0.28%로 성인 0.37%보다 낮았다. 의심 신고된 이상반응도 주로 주사 부위 통증, 피로, 두통 등 일반적 부작용(副作用, side effect)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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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8세 미만 청소년 1,300만 명이 접종을 마쳤다. 접종자 890만 명이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9,200명이 부작용을 호소했다. 부작용 보고는 1천 명당 1명, 사망은 14명 보고됐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사망 건에 대해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영국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접종자 230만 명 중 9명이 사망했다고 보고됐다. 영국 보건 당국은 숫자가 너무 적어서 분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나이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망자가 144명으로 더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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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는?] 갈등 속에서도 '백신패스' 강화하는 세계

세계 여러 나라는 점점 더 강력한 백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백신 접종 의무화를 선언한 오스트리아 정부는 미접종자에게 3개월마다 최대 3600유로(약 478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미국 뉴욕시에선 5세 이상 어린이들도 백신을 1회 이상 맞아야만 식당과 극장에 출입할 수 있다.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에도 아랑곳않고 더 강한 정책을 시행하는 건 백신 접종률이 올라갈수록 위중증율과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게 데이터로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이 지난달 내놓은 통계를 보면 백신 접종률 높은 나라와 낮은 나라의 코로나 사망자 숫자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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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 연구팀은 백신 접종으로 사망자를 약 50만 명이나 줄였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1년간 유럽 지역 33개 국가의 60세 이상 사망자와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률을 분석한 결과 추정했던 총 사망자 91만1302명의 51%만 실제 코로나로 사망했다. 특히 이런 효과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컸다.

백신 접종 연령도 더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11월 초부터 5세 이상에 대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행했다. (단, 방역 패스는 주마다 정책이 다르다.) 유럽도 11월 말부터 5~11세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독일 베를린은 백신 접종 확인서나 음성 확인서를 제시해야 실내시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6~12세 어린이도 백신 음성 확인서가 의무화됐다.

우리나라도 아동에 대한 접종 여부를 곧 결정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화이자가 낸 만 5~11세 어린이용 코로나19 백신의 허가 신청과 관련해 임상자료 사전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국화이자는 만 5~11세에 성인 용량 3분의 1인 10㎍을 투여한 백신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했다.
뉴욕 어린이 백신 사실상 의무화

[어떻게 되는거야?] 학생 학부모 반발에 "개선안 마련하겠다"

정부는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에 학생과 학부모 반발이 계속되자 보완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9일 열린 브리핑에서 "학부모님들의 우려와 지적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어서 학부모님들, 학생들, 관련 단체들 의견을 수렴해서 보완 방법과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반영해 관계부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방역 패스와 관련해 정부가 조정을 고려 중이라는 입장이 공식적으로 나온 셈이다.

정부가 제시한 통계를 보면 백신 접종의 효과가 크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소수의 부작용이라도 나에게 그 부작용이 생긴다면, 다수의 효능은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그게 사람 심리다. 백신 접종 초기와 지금의 사정도 다르다. 지금까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만큼 백신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거나, 맞을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백신접종을 압박하는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을 감안해, 정부의 여론설득 작업이 보다 세심하고 철저해야 했다.

정부는 청소년 백신 패스 관련 설명회에서, 백신 이상 반응의 보상과 의료비에 대해 폭넓고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보였던 행태 때문에, 과연 이제와서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고 신고된 사례는 지난 7일 기준 1,340건이다. 이 가운데 '사망 보상금'이 지급 완료된 사례는 단 1건, 인과성이 인정된 건 2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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