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 호주 · 영국 · 캐나다 대가 치를 것"…뉴질랜드는 빠져
이들 나라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에 중국 외교부의 공식 답변은 하나같았습니다. "중국은 이들 나라를 초청한 적도 없다"며 "오든 안 오든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것입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은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위에 떠 있는 거품과 같다"면서 "많은 사람은 거품을 무시한 채 음식을 즐기고 어떤 사람들은 숟가락으로 떠서 버리기도 한다"고 비유했습니다. 무시하거나 걷어내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이번 올림픽은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며, 애초에 많은 외교 사절단을 초청할 생각도 없었다고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속 좋게', '너그럽게' 다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호주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9일 브리핑에서도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조치를 예고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뉴질랜드는 여기서 빠졌다는 것입니다. 뉴질랜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인권 탄압'이 아닌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보이콧 이유로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에 사절단이 안 온다는 것은 용납할 수 있지만 인권 탄압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보이콧하는 것은 묵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입니다. 중국이 '차별 대응'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한국 정부 입장 높이 평가…올림픽 한 가족다운 풍모"
앞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2018년 평창,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이번 올림픽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번영, 남북 관계에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다른 나라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 우리 외교부가 언급할 사항은 없다"면서 "다만 우리 정부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직전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어쩌면 원론에 가까운 언급을 한 것인데, 중국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습니다. 중국 관영 CCTV 방송은 "한국 외교부가 '한국은 시종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원만한 성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실시간으로 전했고, 많은 중국 매체들이 이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8일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중한 양국은 줄곧 상대국이 개최하는 올림픽을 지지해 왔는데 이는 양국의 우호 협력 관계와 올림픽 한가족다운 풍모의 표현"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청와대는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결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고 밝혔지만,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직전 동계올림픽 주최국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중국 "연쇄적인 올림픽 보이콧 없을 것"…일본의 선택은?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프랑스는 9일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현재까지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외교 사절단을 보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나라는 프랑스와 러시아,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이탈리아 정도입니다. 하지만 중국과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에 있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대부분 외교 사절단을 보낼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중국의 장담처럼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는 나라가 앞으로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입장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일본은 미국 주도 4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에 가입하는 등 최근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당연히 일본도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각료를 파견하지 않고 대신 문부과학성 산하 스포츠청 장관이나 일본올림픽위원회 회장을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일침을 가했습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이미 온 힘을 다해 일본의 도쿄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며 "이제는 일본이 응당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신의를 보여줄 차례"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올해 도쿄올림픽에 체육부 장관에 해당하는 국가체육총국장을 파견했던 만큼 격에 맞춰 각료를 파견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놓고도 미중 간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이에 끼인 많은 나라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