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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 외가 동향까지 모두 기록하는 북한 주민등록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 있는가

처가, 외가 동향까지 모두 기록하는 북한 주민등록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북한의 주민관리 시스템은 공민등록제도와 주민등록제도로 나눠볼 수 있는데 둘 다 통틀어 넓은 의미의 주민등록제도로 부르기도 합니다.
 
공민등록제도는 신분과 거주지를 등록하고 신분증을 발급받는 우리식의 주민등록제도를 가리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하고 만 17세가 되어 공민증(우리식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구체적인 신분 등록이 이뤄집니다. 이름과 성별, 출생지와 거주지, 혈액형, 직업, 입영 여부 등의 인적사항을 분주소(우리식의 지구대나 파출소)에 가서 등록합니다. 개인의 인적사항뿐 아니라 부모와 형제의 인적사항도 기록하고 열 손가락과 손바닥의 지문까지 찍어야 합니다. 이후에도 중요한 신변의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공민등록을 담당하는 곳에 가서 신고해야 합니다. 직업을 옮길 때, 결혼 또는 이혼을 했을 때, 거주지를 옮겼을 때, 사망했을 때 신고가 이뤄져야 합니다.
 
북한에서 공민등록을 담당하는 기관은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성입니다. 특별시·직할시·도 안전국 – 시·군·구역 안전부 – 동·리 분주소에서 공민등록을 담당합니다. 주민들은 공민등록이 되어 있어야 식량배급을 받을 수 있고 학교 진학이 가능하며 거주지 이동이나 직업 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공민등록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우 주민등록 초본이나 등본 발급을 통해 자신의 주민등록사항을 열람할 수 있지만, 북한의 경우 자신의 공민등록을 열람할 수 없습니다. 공민등록이 주민 감시와 통제를 위한 주민등록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인데 이는 조금 뒤에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공민증에는 일생동안 바뀌지 않는 고유번호가 기록돼 있습니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념입니다. 공민증 번호는 국가가 개인 신분을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공민증은 처음에는 성명, 성별, 출생지, 거주지, 결혼 및 가족관계 변동사항, 직업 변동사항, 혈액형 등을 모두 기록하는 책자 형태였다가 1999년에 카드형으로 교체(결혼, 직업 변동사항 등은 기록하지 않음)됐습니다. 1997년부터 평양시민에게는 일반 공민증 대신 평양 시민증이 발급되고 있습니다.
 
평양거리-안정식 취재파일용

북한 주민등록제도는 주민 감시 · 통제 시스템

 
이에 비해 북한의 주민등록제도는 주민들의 감시와 통제를 위한 시스템입니다. 태어나고 자란 가정환경과 사회환경, 과거에 해 온 일과 지금 하는 일 등을 기록해 주민들을 성분과 계층에 따라 분류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친척들의 과거 행적과 현재 상황까지 모두 기록해 주민동향을 파악하는 자료로 삼습니다. 직계 3대와 처가와 외가 6촌까지가 기록 대상입니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한은 주민들을 3개 계층(기본 군중, 복잡 군중, 적대 군중)으로 분류했습니다. 1993년 사회안전부(사회안전성) 자료를 보면 3개 계층 밑에 56개 부류가 세분화돼 있다고 합니다.
 
공민등록과는 주민들의 신상 변화를 통보받으면 주민등록과에 통보해야 합니다. 공민등록은 주민등록을 완비하기 위한 보조수단인 것입니다. 주민등록을 담당하는 기관도 사회안전성인데, 사회안전성 외에 국가보위성과 호위사령부에도 주민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존재합니다.
 
북한은 주민등록제도를 2003년 12월부터 전산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안전성 주관으로 ‘충복 2.0’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에 주민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사회안전성의 각급 기관별로 상호 연동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북한의 주민등록 시스템은 예전처럼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떠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민 신변의 변동사항이 제때 파악되지 못하고 있고 행방불명자도 많은 상태입니다. 국가가 배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니 주민들로서도 공민등록에 의지해야 할 필요가 많이 낮아졌습니다.
 

통일 시 북한 공민등록 시스템 우선 활용해야

 
통일이 되면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 남한 지역과 동일한 시스템의 주민전산망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산망 구축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우선은 북한의 공민등록 시스템을 활용해 주민관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들의 성분 분류를 위해 마련된 주민등록자료는 폐기하고 순수한 의미의 인적사항이 기록돼 있는 공민등록 자료만을 인수해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상황의 악화로 공민등록 시스템도 허물어진 상태이므로 전반적인 주민 현황 재조사도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민등록 자료를 재정비하면서 남한의 기초생활수급자 개념인 빈곤층을 분류해야 합니다. 통합 초기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식량 등 지원이 이뤄져야 할 텐데, 지원 대상이 정해져야 행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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