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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035년 베이징에서 기차 타고 타이완으로?

[월드리포트] 2035년 베이징에서 기차 타고 타이완으로?

송욱 기자

작성 2021.12.01 09: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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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035년 베이징에서 기차 타고 타이완으로?
"기차를 타고 타이완으로 가자. 2035년에 사랑의 노래로 유명한 아리산(阿里山)과 신비한 일월담(日月潭)을 보러 가자"

최근 중국 본토와 타이완에서 논란이 된 노래 <2035년 타이완에 가다>의 가사입니다. 2035년이면 기차를 타고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을 갈 수 있고, 타이완 주민들도 베이징에 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중국 내에서 타이완 통일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을 암시하는 가사와 중국 광장무(廣場舞, 여러 명이 광장에 모여 추는 춤)에 어울리는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선율이 더해지면서, 웨이보와 더우인 등 중국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제 이 곡을 배경으로 한 광장무 영상도 등장했습니다.)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 VS "세뇌 곡"

중국 정부의 타이완 관련 부처인 국무원 타이완사무판공실은 "중국 본토와 타이완, 양안(兩岸) 인민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며, 소원이 이뤄지리라 믿는다"며 노래를 한껏 칭찬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도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2035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2025년이면 가능하지 않을까"란 반응도 보였습니다. 노래를 만든 중국 작곡가 멍쉬둥(孟煦東)은 "올해 3월 발표된 '국가 종합 입체 교통망 계획 개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며 "타이완은 떼려야 뗼 수 없는 조국의 일부분이라는 개념이 뼈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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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5년 타이완에 가다> 작곡가 멍쉬둥 (사진 출처 : 남방도시보)

중국 정부는 2021~2035년 교통망 확충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중국 본토와 타이완을 잇는 고속철도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계획에 따르면 고속철도는 푸젠성 푸저우에서 타이완 타이베이를 연결하는데, 두 지점의 거리는 타이완 해협 구간을 포함해 250km 정도로 고속철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 중국 매체들은 보도했습니다.

송욱 취재파일용2 - 중국 교통망 계획
▲ 중국 <국가 종합 입체 교통망 계획 개요>

타이완은 발끈했습니다. 2035년이라는 시간까지 제시한 노래에 대해 반중 성향의 언론과 여론은 "세뇌 곡이다", "웃긴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쑤전창(蘇貞昌) 타이완 행정원장은 "중국이 세뇌와 네트워크 기술 등으로 타국을 교란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타이완이 대처하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고 맞받았습니다. 최근에도 타이완사무판공실이 "타이완 해협을 통과하는 양안 해저터널 건설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타이완의 중국 관련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대륙과 연결하는 교통망 건설에 동참할 계획이 없으며, 해저터널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롯데식 처벌'에 타이완 기업 백기…"타이완을 궁핍하게 만들어라"

선전전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적 압박도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타이완 언론에 따르면 타이완의 주요 기업인 위안둥(遠東)그룹의 쉬쉬둥(徐旭東) 회장은 어제 "양안 관계가 현상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타이완 독립을 항상 반대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해왔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3일 위안둥그룹 계열 아시아시멘트와 섬유 업체인 위안둥신세기가 환경 보호, 토지 사용 등 중국 내에서 법규를 위반한 혐의로 약 880억 원의 벌금과 세금 추징 조치를 부과받은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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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쉬쉬둥 회장 (사진 출처 : 타이완 중시신문)

중국 국무원 타이완판공실 이번 단속이 위안둥 그룹이 '타이완 독립 강경 분자'에게 정치 자금을 제공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위안둥그룹은 현재 타이완 여당인 민진당의 최대 후원자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5천800만 타이완 달러(약 25억 원)를 민진당에 기부했습니다. 각종 이유를 들어 기업을 압박해 결국 민진당의 정치 자금을 끊겠다는 것인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를 제공했다 중국에서 퇴출된 롯데그룹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연합신문 등 타이완 매체들은 중국에서 '궁대론(窮台論, 타이완을 궁핍하게 만든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포용책의 일환으로 '타이완 혜택(惠台)'라는 이름으로 중국 내 타이완인들에게 기업경영, 창업, 유학, 생활 측면에서 자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양안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었습니다. 지난해 타이완의 중국 본토 수출액은 2006억 6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 급증했습니다. 타이완의 대중국 흑자는 전년도보다 226억 달러 크게 증가한 1,405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민진당 집권 이후 양안 관계가 악화되면서 타이완이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에서 무기를 사와 본토를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이 중국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의 왕상수이(王湘穗) 교수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타이완 혜택' 정책에 대한 불만이 사방에서 나오고 있다. 이제는 타이완을 궁핍하게 만드는 정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이완이 대륙에서 이득을 얻으려면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올해 초부터 타이완 파인애플과 석가 등에서 유해 생물이 각각 나왔다며 수입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타이완 매체인 금일신문은 "2021년이 '궁대론' 원년이 된 듯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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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타이완 파인애플 판촉 나선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 (사진 출처 : 차이잉원 SNS)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맞서 타이완은 미국, 유럽, 일본 등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티이완 정부는 미국과 '제2차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EPPD)' 화상 회의를 열고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중국의 경제 압박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회의 후 타이완 외교부는 "한 경제체가 외부로부터 협박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데에 양측이 공감했다"며 "미국과 타이완이 이념이 비슷한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국제무역 규정에 어긋나는 경제 억압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타이완과 미국은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도 지난 6월 재개했습니다. TIFA는 FTA의 전 단계로, 이를 체결하면 미국이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TIFA가 체결된다면 중국 입장에선 타이완에 대한 경제 압박 카드가 힘이 빠지게 되는 것이자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도전이 됩니다. 타이완이 미중 패권 싸움의 최대 격전지가 된 상황에서, 민진당의 탈중국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중국의 압박 수위는 어디까지 올라갈지, 그 여파는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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