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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 최초 '판테온' 안장…어떤 인생 살아왔나

[월드리포트]

프랑스 위인들의 유해를 안치해두는 성당 '판테온'에 흑인 여성이 최초로 입성합니다.

바로 미국 무용수 출신 조세핀 베이커입니다.

판테온에는 장 자크 루소, 에밀 졸라, 빅토르 위고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인 80명이 잠들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은 마리 퀴리를 비롯해 5명뿐입니다.

1906년 미국 미주리주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베이커는 브로드웨이 흑인 뮤지컬에서 배역을 따내면서 공연가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인종차별을 피해 19살의 나이로 프랑스로 이주한 베이커는 원초적이고 야성적인 무대로 1920년대 '재즈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했습니다.

당대를 풍미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 등 걸출한 예술가들과도 친목을 나눈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베이커의 이력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프랑스 군사기록 보관소에 따르면 베이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외 공연을 다니며 기밀문서를 전달하는 스파이 역할을 맡은 것으로도 밝혀졌습니다.

자신의 극단에 연합군의 스파이를 숨겨주던 베이커는 이후 자진해서 프랑스 공군에 소위로 입대해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인권 활동가로 변신한 베이커는 미 연방수사국의 눈 밖에 나면서 10년간 입국을 거부당했습니다.

[브라이언 베이커/조세핀 베이커의 아들 : 내 어머니는 프랑스 역사의 영예가 됩니다. 전 가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들으셨다면 놀라셨을 겁니다.]

이번 결정에는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후보에 맞서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베이커는 현지시간 30일 프랑스 판테온에 안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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