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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다른 나라는 여경을 어떻게 뽑나요?

[사실은] 다른 나라는 여경을 어떻게 뽑나요?

이경원 기자

작성 2021.11.30 09:56 수정 2021.11.30 12: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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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다른 나라는 여경을 어떻게 뽑나요?
최근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었습니다. 

논란은 '여경 무용론'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여경을 선발할 때 체력 기준이 낮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습니다. 외국과 비교하는 언론 보도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찰 체력 시험의 경우, 누구는 남녀 기준이 다르다고 하고, 또 누구는 같다고 합니다. 주로 미국 사례가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도 각자의 주장에 맞는 케이스를 차용하며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보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상황,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해 봤습니다. 국가별 경찰 채용 웹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해 체력 기준이 어떤지 팩트체크 했습니다.

사실은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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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경찰의 최소 체력 기준은?


일단 한국 경찰의 선발 체력 기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 별표 5의 2에 체력 기준이 명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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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종목별로 1점부터 10점까지 부여돼 있습니다. 시행규칙은 '과락 기준'도 명시하고 있는데, 1종목 이상 1점을 받은 경우, 혹은 총점의 40% 미만 득점한 경우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이번엔 미국의 경찰 채용 웹사이트를 찾아 확인해 봤습니다. 미국 경찰은 기관 별로, 지역 별로 체력 기준이 다 달랐습니다.

일단 가장 많이 알려진 미국 연방수사국(FBI), 연방경찰(Federal Law Enforcement), 그리고 지역별로는 뉴욕과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을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체력 '최소 기준'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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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와 연방경찰, LA 경찰은 남녀 체력 기준을 달리 적용해 선발하고 있습니다. FBI는 우리와 비슷하게 300m 달리기, 1.5마일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팔굽혀펴기 등에서 남녀 체력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팔굽혀펴기의 경우 남성은 시간 제한 없이 29번, 여성은 13번 이하일 경우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반면, 뉴욕과 워싱턴, 샌프란시스코는 남녀 체력기준을 동일하게 해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뉴욕이나 워싱턴 경찰은 종목 방식이 아니라 코스 순환 방식입니다. 남녀 모두 동일한 기준에서 이를 특정 시간 내에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뉴욕 경찰은 계단 오르기, 달리기, 마네킹 끌기 등 6개 종목을 4분 28초 이내에 해야 하고, 워싱턴 경찰은 계단 오르기, 펜스 뛰어넘기, 용의자 식별하기 등 7개 종목을 1분 28초 이내에 마쳐야 합니다. 워싱턴 경찰은 사격 시험도 있는데, 최소 한 발 이상 맞춰야 한다고 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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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경찰 체력 시험의 '마네킹 끌기' 영상. 뉴욕경찰 유튜브.

다른 나라도 살펴봤습니다. 

영국의 경우도 지역 별로 다른데, 잉글랜드와 웨일즈 경찰은 남녀 별도 기준이 없지만, 스코틀랜드 경찰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기준이 달랐습니다. 프랑스 경찰은 10가지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를 완주해야 하는데, 20점 만점으로 남녀 별로 그 기준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호주는 종목별로 달랐습니다. 팔굽혀펴기는 남녀 차이를 달리 적용하고 있지만, 오래달리기와 수영은 남녀 동일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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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 채용 안내 책자에 있는 체력 기준표. 남성(Homme)과 여성(Femme)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남녀 체력 기준' 논란

 
결국, 해외 사례를 들어 경찰의 체력 기준이 남녀 별로 다르다, 혹은 같다라고 쉽게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국가라도 지역별로도 다르고, 성별 뿐만 아니라 나이별로 세분화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미국 연방 경찰은 성별은 물론 5살 단위로 끊어서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경찰의 남녀 체력 기준이 다른 것은 불합리하다며 논란이 인 적이 있었습니다. 재판까지 갔습니다.

지난 2012년, 미국 FBI의 시카고 요원이었던 40대 남성은 팔굽혀펴기 측정 과정에서 29번을 하면서 특수 요원 선발에서 탈락했습니다. 위 <외국 경찰 체력 최소 기준> 표를 보시면, 남성의 팔굽혀펴기 최소 기준은 30번인 반면, 여성은 13번으로 돼 있습니다. 이 남성은 "여성은 팔굽혀펴기 14번를 해도 합격이지만 남성은 29번을 해도 불합격이다. 이렇게 체력 기준이 다른 것은 고용 차별을 금지한 미국의 민권법 7편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은 2014년 "FBI는 체력시험이 직무 수행능력을 측정하는 적절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실패했다"며 이 남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016년 항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남녀 체력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사실은팀이 당시 판결문을 확인했습니다.
 
FBI는 남녀 모두에게 동등한 부담을 지게 함으로서 체력을 평가하고자 하기 때문에, FBI의 체력 기준은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제7편에 부합한다.
Because the FBI purports to assess physical fitness by imposing the same burden on both men and women, this rule applies to Bauer’s Title VII claims.
- 미국연방 항소법원, Appellee, v. LORETTA E. No. 14-2323 판결

체력 기준이 다르더라도 남녀 모두에게 '동등한 부담'을 지우고 있기 때문에, 차별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한 겁니다.

주법원이 아닌 미국 연방법원 판결인 만큼, 미국 사회의 경찰 채용 및 운영 과정에서 다른 체력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지역 경찰이 남녀에게 동등한 체력을 요구한다 할지라도 법 위반이라는 판결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남녀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찰의 목표는 체력 증진


다만, 사실은팀은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와 미국 간의 중요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경찰의 체력 기준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찰을 '탈락' 혹은 '배제'시키자는 취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체력을 '증진'시키는 데 목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 <외국 경찰 체력 최소 기준> 표는 대부분 '채용' 기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체력 '유지' 기준이기도 합니다. FBI에 소송을 냈던 남성도 팔굽혀펴기 30번 못했다고 보직에서 해임된 게 아니라, 체력 최저 기준을 깐깐히 따지는 특수 요원에 선발되지 않아 재판까지 간 경우였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심지어 '최소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도 채용이나 보직 이동이 가능한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사실은팀이 위 표에서 '과락 기준'이 아니라 '최소 기준'이라고 적어 놓은 이유입니다. 신체 건강한 성인 남녀라면 어렵지 않게 체력 시험을 통과할 수 있게 설계돼 있었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체력 수준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가령, FBI의 채용 안내서에서는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1년간 제한 없이 재시험 기회를 부여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소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해도 낙담하지 마십시오. 많은 분들이 여러분이 계신 곳에서 시작해 시간과 노력으로 PFT(Physical Ftiness Test)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Don’t be discouraged if you can’t meet the minimum standards just yet and need more training. Many people have started from where you are and successfully completed the PFT with time and effort.
- FBI 채용 홈페이지

물론, 체력 시험은 매우 엄격합니다. FBI 체력 테스트 가이드라인도 살펴봤는데, 팔굽혀펴기의 경우 올림 자세와 내림 자세의 팔과 다리 위치, 높이까지 세세하게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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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의 체력 테스트 교육 영상. 팔굽혀펴기 내림 자세에서, 팔 위치가 바닥과 평행을 이뤄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경찰의 대응력을 높이는 대안은 선발 기준 그 자체보다도, 선발 이후 어떻게 운영하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논란이 경찰 대응력을 높이는 발전적 대안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경찰은 남녀 동일한 체력 기준으로 체력을 평가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 경찰처럼 코스 순환 방식으로 바꿔 2026년 순경 공채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경찰 체력 시험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외피만 바꾼다고 경찰의 대응력을 담보할 수는 없을 겁니다.

경찰들의 체력을 어떻게 증진시킬 것인가, 나아가 이를 통해 어떻게 현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이에 걸맞는 시스템을 먼저 고민하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사실은 검색
<참고자료>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
미국 연방수사국(FBI) 채용 안내 책자 https://www.fbijobs.gov/sites/default/files/how-to-apply.pdf
미국 연방경찰(Federal Law Enforcement) 채용 https://www.fletc.gov/peb-scores-age-and-gender
뉴욕 경찰 채용 https://www1.nyc.gov
워싱턴 경찰 채용 https://mpdc.dc.gov
샌프란시스코 경찰 채용 https://www.sanfranciscopolice.org
로스앤젤레스 경찰 채용 https://www.joinlapd.com
영국 경찰 채용 https://www.college.police.uk
호주 경찰 채용 https://jobs.afp.gov.au
프랑스 경찰 채용 안내 책자 https://www.devenirpolicier.fr/sites/default/files/2020-05/2020_epreuves_sportives_v2_1.pdf
미국연방 항소법원, Appellee, v. LORETTA E. No. 14-2323 판결
FBI 체력 측정 안내 영상 https://www.fbijobs.gov/career-paths/special-agents/physical-requirements
뉴욕 경찰 체력 측정 안내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U5QlJpz5skI

(인턴 : 권민선, 송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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