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 ‘1만 명’ 대비한다더니…병원에 병상이 없다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5시 기준 서울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5.5%다. 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50개뿐이다. 경기지역에서는 271개 가운데 224개가 가동되고 있어 남은 병상은 47개, 가동률은 82.7%다. 수도권은 83.9% 병상이 사용 중이다. 정부는 수도권 환자를 충청, 강원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방으로 보내겠다고 했지만, 전국 가동률도 71.5%로 크게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입원 대기 상태에서 병상을 받지 못하거나, 병상 배정 도중 사망하는 코로나 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 23일, 병상이 없어 대기 중 사망한 코로나 확진자가 지난 14~20일 일주일간 3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전인 지난달 31일 이후부터 최소 6명이 병상 대기 중 사망했다.
[뭐가 문제야?] 병상은 없는데 위중증 환자가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과 12일 수도권에 중환자 병상과 호전된 중환자를 옮길 수 있는 준중환자 병상 확보에 이어 비수도권에 준중환자 병상 확보까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이나 행정명령을 내리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준중증 병상 454개와 중등증 병상 692개 확충을 서둘러 확보하기로 하고 중증환자 중심으로 병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병실이 준비되기까지는 최소 3~4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회복을 시작했고, 대응도 늦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왜 그런 거야?] ⓵ 병상 부족? 체계가 없다
보건소와 병원으로부터 중환자의 기본 정보를 제공받고, 입원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카카오톡에 의존한다. 담당자들은 많게는 60여 개나 되는 카톡 방을 지켜봐야 한다고 토로한다. 이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사람은 공중보건의다. 환자 진료 업무를 하면서 전화를 붙잡고 해당 병원에 환자를 받아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실정이다. 중환자 병상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체계와 컨트롤 타워가 시급하다.
클릭▶ "병원에 일일이 전화 돌려야…" 체계 없는 병상 배정
문제는 또 있다. 병상이 있어도 의료진이 없으면 치료가 쉽지 않다. 의료계는 코로나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호흡기내과와 중환자실 의사·간호사·행정인력의 체력이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 지적한다. 인력난 때문에, 늘려야 할 중환자 병상을 오히려 줄여야 할 형편이 된 대학병원도 수두룩하다. 환자 수가 급증한다고 단기간에 전문 인력 수를 확 늘릴 수는 없다. 의료인력 확충과 지원 대책이 시급한데, 그동안 뭘 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왜 그런거야?] ⓶ 위중증자 사망자 증가? 정부가 밝힌 두 가지 이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지난 2월26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9개월동안 12세 이상을 대상으로 코로나 예방접종의 감염, 위중증, 사망 효과를 분석한 결과 미접종군에서 감염 위험은 2.3배, 위중증은 11배, 사망위험은 4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확진이 되더라도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의 경우 중증 및 사망으로 진행될 확률이 낮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령층에서의 접종 효과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진 것도 위중증 환자, 사망자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상반기에 접종을 완료한 고령층의 감염 예방 효과나 중증도 예방 효과가 낮아지면서 요양원, 요양병원 중심으로 집단유행이 발생해, 예상했던 것보다 치명률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부스터샷 (추가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되는거야?] 다른 질환 환자들의 피해가 시작됐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는 최근 미국의 암 환자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암 발생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여파로 암 '진단'이 줄어든 거라고 밝혔다. 암 진단을 받아야 할 환자들이 코로나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다 보니까, 찾아내야 할 암을 제때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위중증 환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코로나가 아닌 중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회는 “비(非)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축소 운영되면서 중환자실 진료가 필요한 암, 장기 이식, 심장, 뇌수술 등 고난이도 수술이 지연되고 응급 중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정부가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재택 치료 확대다. 굳이 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재택 치료를 받도록 유도해, 의료 체계의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재택 치료 대상자는 입원 요인이 없는 70세 미만 무증상‧경증 확진자로, 70세 이상은 보호자가 있고 입원 요인이 없으면 재택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의 환자관리반이 최종 대상자를 결정해 코로나19 확진자 재택 치료 모니터링 협력 병원에 의뢰·배정하고 있다.
재택 치료와 함께 정부는 부스터샷을 포함한 백신 접종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2월에 60세 이상 고령층의 추가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집중적으로 추가 접종을 진행하겠다"며 "(고령층의 면역도가 올라가기까지) 4주 동안 사람 간 접촉을 줄이는 정책을 일부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얀센 접종자와 고령층, 취약 시설 입소자 등 일부 국민에 대한 추가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도 권고할 예정이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