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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학자의 '엉뚱한 아이디어', 미국 0.5% 석학 됐다

한국인 학자의 '엉뚱한 아이디어', 미국 0.5% 석학 됐다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대를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한국인 여성 학자가 미국 과학계로부터 업적을 인정받았습니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학계에 따르면 뉴욕주 요크타운하이츠에 위치한 IBM 왓슨연구소 소속인 백한희 박사(45)는 최근 미국물리학회(APS)의 석학 회원(펠로우)으로 선정됐습니다.

5만 명에 달하는 미국물리학회 회원 중 펠로우는 학술 업적이 탁월한 0.5%의 석학에게만 주어집니다.

백 박사는 지난 2011년 '엉뚱한 아이디어'로 양자컴퓨터 초창기 난제 중 하나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시 학계의 최대 관심사는 양자컴퓨터의 중심부인 큐비트에 사용되는 불안정한 양자의 고정 시간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결맞음성(coherence) 시간'으로 불리는 양자의 고정 시간은 1마이크로 초(1백만 분의 1초)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학계의 연구 방향은 양자를 안정시키기 위해 큐비트를 구현하는 초전도 회로의 크기를 줄이고, 회로에 사용되는 재질의 순도를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백 박사는 오히려 회로의 크기를 늘리는 정반대의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회로 표면 면적이 넓어야 노이즈가 줄어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학계에서는 "엉뚱한 아이디어"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실제 백 박사가 새로 설계한 초전도 회로에서 양자의 고정시간은 60배가 늘어났습니다.

학계에선 백 박사가 설계한 초전도 회로가 양자컴퓨터 연구에 미친 영향을 진공관 컴퓨터가 기계식 릴레이 컴퓨터 시대를 끝낸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백 박사와의 일문일답입니다.

IBM 백한희 박사 (사진=연합뉴스)

Q. 양자컴퓨터를 연구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연세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을 때까지는 초전도체를 연구했습니다. 2000년에 메릴랜드대로 박사과정 유학을 온 것도 초전도체를 더 공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박사과정 지도교수의 소개로 양자컴퓨터를 접한 뒤 흥미가 생겼습니다.

Q. 큐비트 초전도 회로의 면적을 넓히자는 아이디어를 낸 계기는 무엇인가?

간단한 아이디어였지만 당시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결맞음 현상은 회로 표면의 막에 형성된 미세한 노이즈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때까지는 회로를 크게 만들면 노이즈도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내 계산으로는 회로를 크게 만들면 노이즈가 줄어들었습니다. 나중에 동료로부터 내가 아니면 그런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 결맞음성 시간이 늘어나면 양자컴퓨터 성능은 어떻게 향상되나?

결맞음성 시간 1마이크로 초에 10개의 연산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설계한 회로로 이 시간이 60마이크로 초로 늘었는데, 600개의 연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가 훨씬 더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도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내가 설계한 회로는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Q. 현재 양자컴퓨터에 대한 세계 각국의 개발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인데 한국 양자컴퓨터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한국은 양자컴퓨터의 태동기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최근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독일과 일본에 비해서도 많이 뒤처진 상태입니다. 발표된 논문을 보더라도 한국에선 양자 광학 분야는 강세이지만, 양자컴퓨터 분야 논문은 적은 것 같습니다.

Q. 한국이 양자컴퓨터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나?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응용과 소프트웨어 분야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컴퓨터는 수단이지 연구의 목적이 아닙니다. 앞으로 양자컴퓨터로 무슨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응용을 하는 영역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기 때문에 금방 배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인재 육성에 힘써야 합니다. 전문가를 키우면서 대학과 스타트업에 펀딩을 해줘야 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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