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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토킹 살해범' 김병찬 신상 공개에…유족 "사형으로 엄벌해야"

[인터뷰] '스토킹 살해범' 김병찬 신상 공개에…유족 "사형으로 엄벌해야"
30대 여성을 스토킹 한 끝에 잔혹하게 살해한 이른바 '스토킹 살해범'의 얼굴과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만 35살 김병찬입니다. 서울경찰청은 어제(24일)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 씨의 범행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고, 흉기를 미리 준비하는 등 잔혹하게 피해 여성을 살해했으며, 범죄 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봐 김 씨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해 여성의 유족 측은 같은 날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① 김 씨에 대한 사형 선고와 ② 부실 대응에 대한 경찰 책임자 처벌 및 사과 ③ 피해자 보호체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SBS 취재진은 경찰의 신상 공개 결정이 알려진 후, 유족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유족들은 "경찰의 신상 공개 결정을 환영하며, 이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살해범에게 사형을 선고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길 정부와 공권력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족과 인터뷰 내용을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 피해자와 유족의 신원 노출 등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호칭을 비롯한 일부 내용은 고쳐 썼습니다.

Q. 김병찬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유족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A. 경찰이 사건 대응에 미진한 부분도 많았지만, 신상 공개를 결정한 것은 살해범을 엄벌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김병찬에게 사형을 선고하여 피해자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 수 있길, 정부와 경찰 등 공권력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24일 오전 피해 여성 유족 측이 올린 국민청원 글

Q. 어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청원에 담으려는 뜻은 무엇인지요.
A. 너무나 비통하고 너무나 가슴이 답답합니다. 밥을 먹으면 이제 피해자는 더 이상 이걸 먹을 수 없구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좋은 걸 보면 피해자는 이제 더 이상 누릴 수 없구나, 즐길 수가 없구나. 매번 그런 슬픈 생각이 유족들을 짓누릅니다. 김병찬은 굉장히 지능적이었습니다. 그는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절대 우발적인 게 아닙니다. 모든 걸 계획하고 차분하게 진행한 것입니다. 피해자를 수십 차례 찔렀다는 부검 소견이 나왔고, 분명 혈흔이 많이 튀었을 텐데 도주를 위해 갈아입을 옷도 미리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뺏어 강남 일대에 버리고,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추적을 어렵게 한 뒤 도주했습니다. 반드시 사회에서 격리되어 남은 가족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Q. 청원에서 가해자 엄벌뿐만 아니라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고, 피해자 보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취지인지요.
A. 피해자는 다시 돌아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가 재발해 유가족들이 느끼는 만큼의 고통을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않았으면 해서 (청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남긴 메시지 등 기록을 보면 "이게 정말 대한민국 경찰인가," "대한민국의 현실인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피해자의 죽음에 대해 관련자들은 꼭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피해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나 조문도 한번 하지 않고, 국민들에게만 사과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피해자에게 가장 먼저 사과를 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신정은 취재파일용 이미지_청와대 국민청원

Q. 청원 끝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여러 번 당부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당부한 것인지요.
A. 많은 국민들이 현재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현실을 알고,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꼭 청원 찾아보고 동의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보여주세요. 법을 만들고 법이 잘 집행되는지 감시하는 분들이 꼭 움직일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보태주어 피해자의 억울함이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유족들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꼭 풀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증거를 보여달라는 경찰에 답답함을 호소했던 피해자

Q. 피해자 보호 시스템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인가요.
A. 피해자가 수 차례 신고하며 고통을 호소했는데 (경찰은) 끊임없이 증거를 요구하면서 증거가 없으면 범인을 구속할 수 없다니요.  1)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여성이 위험에 처했다면, 위험에 빠뜨린 그 대상을 우선 조사해야 합니다. 설상 오해가 있었다면 그 이후 풀면 됩니다. 저는 백 번 그런 오해가 생겨도 한 번의 나쁜 일을 막을 수 있다면 그런 불편함 충분히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접근금지명령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 매뉴얼을 개선해 빈틈을 없애야 합니다. 피해자도 김병찬의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지고, 스마트워치를 지급받는 등 안심했을 때 그런 일을 당했습니다. 피해자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스토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가족이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피해자의 억울함을 꼭 풀고 싶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하면 억울함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A. 피해자가 스토킹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건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지만 벌써 유족들은 살해범이 석방되어 복수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이 살해범에게 사형을 선고해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남은 유족들 편하게 살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끊임없이 구조 요청을 했음에도 대응하지 못한 정부와 경찰은 책임자를 찾아내서 문책하고 피해자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조금이나마 억울함이 풀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피해자의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더 이상 비슷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1) 한편 경찰은 유족의 청원 글 중 일부 내용과 관련해 이달 9일 112 신고 내용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의 내용은 실제로 없으며, 대신 "경찰관을 보내주겠다. 어디로 보내면 되겠느냐"는 물음에 피해자가 "지금은 현장을 벗어나 먼 곳에 있고 가해자도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또 "(현재 상황에선 신고 건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출퇴근시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면 도와주겠다"고 답하고 실제로 그날 저녁 피해자의 도움 요청으로 경찰관들이 집까지 동행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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