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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출산 갈라치기 논란' 한준호, 뒤에선 "기자들 때문"

[취재파일] '출산 갈라치기 논란' 한준호, 뒤에선 "기자들 때문"

이재명 수행실장의 가벼운 '말'…자질 논란까지

강청완 기자

작성 2021.11.21 09:08 수정 2021.11.21 16:5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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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의원 최초 SNS 캡쳐 이미지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

SNS 글로 이른바 '출산 비교', '난임 비하' 논란을 빚었던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어제(20일) 사과문을 올렸다. 논란을 빚은 지 사흘 만이다.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한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교한 건데, 하필 기준이 출산 여부라는 게 문제였다. 두 아이를 낳아 키운 김혜경 씨가 자녀 없이 반려견을 키우는 김건희 씨보다 낫다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논란 이후 해당 문구를 삭제했지만 젠더 감수성 부족과 난임·불임 부부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한 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건희 씨는 과거 아이를 유산한 경험이 있다.

한준호 의원 사과문

한준호, 사흘 만에 늦은 사과…텔레그램 방에선 "기자들 때문"

그러나 사흘이 지나서야 사과하기까지 정작 한준호 의원은 "기자들이 문제를 키운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걸로 확인됐다. 복수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일 오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들 사이에서 한 의원의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여론이 좋지 않으니 빨리 사과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자 한 의원은 “논란이 있어 글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수정하는 과정을 기자들이 캡처해 문제를 키운 것”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의원들과 후보와 상의해서 무대응한 것인데 사안이 커져 판단을 부탁드린다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의 SNS 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었지만 글을 쓰고 수정하는 과정을 '기자들이 캡처해 문제를 키운 것'이라는 주장인데, 마치 문제가 없지만 기자들이 문제를 만들고 키운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한 의원은 지도부에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했고, 얼마 뒤인 어제 오후 1시 40분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마치 버티다 사과를 한 것처럼,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뭐가 문제인지 여전히 모르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국회의원은 "저 대목에서 후보를 언급한 건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마치 후보가 대응하지 말라고 한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해당 메시지에 대한 한 의원의 입장을 묻고자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한 의원은 답하지 않았다.
 

"비서는 입이 없어야 하는데"…선대위 내부에서조차 우려

황당한 언론관과 표현의 적절성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당장 선대위 내부에서 우려와 탄식이 나왔다. 후보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수행실장이 불필요한 SNS 활동으로 자꾸 논란을 키운다는 취지였다. (한준호 의원은 현재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일체 SNS 활동과 개인 발언을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 중진 의원은 "비서는 입이 없어야 하고 수행실장은 말할 것도 없다. 수행실장은 후보의 수족과도 같다. 그 자리는 SNS 할 필요가 없는 자리다"라고 우려를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민주당 선대위 안팎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다들 자기 광내는 데만 정신 팔려있다"는 말이다. 과거 정권 탈환의 핵심 역할을 했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며 위기감과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후보 본인조차 "덩치만 크고 하는 일을 제대로 못 챙기는 선대위"라고 질타할 정도다. 의원들이 자리다툼에 매달려 서로 자기 장사만 하려 한다는 지적은 공공연히 나온다.

한준호 의원
한준호 의원의 대처 자체도 문제다. 국회의원의 SNS는 엄연히 공개된 공적 취재의 영역이고 의원들도 그 점을 적극 활용한다. 애초에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게 문제지, 수정을 하다가 그걸 누가 캡처해서 문제를 키웠다는 건 궤변에 가까운 논리다. 같은 논리라면 윤석열 후보의 '개 인도사과' 사진 논란은 그 사진을 캡처해 기사화한 언론의 잘못인가. 평소 언론인 출신을 자처하는 (前 MBC 아나운서) 의원의 대(對)언론 인식과 판단이라고는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마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후보 핑계를 대며 지도부의 판단을 기다리다 사흘 만에야 사과 글을 올렸다.

한 의원의 '과잉 충성'이 화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재선 의원은 "취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안 해도 될 말과 행동을 자꾸 한다는 뜻이란다. 또 다른 중진급 인사는 "아직 콘텐츠가 부족한데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과거 문재인 캠프의 '사람이 먼저다' 같은 슬로건을 만들고 최근 이재명 선대위에 합류한 카피라이터 정철 씨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약간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한 의원을 두고 한 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의원들의 돌발행동, 결국 후보의 부담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돌발행동'이 결국 후보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당장 한 의원의 SNS 글을 두고 정치권에선 맹렬한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이런 막말을 하는 사람을 수행실장으로 놔두는 이재명 후보는 한 의원 의견에 묵시적 동의를 하는 것이냐"며 경질을 요구했고 정의당은 "국격은 영부인의 임신, 출산, 육아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당과 이 후보의 입장 표명과 조치를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또한 "여성이 출산의 도구냐"며 "이러한 국회의원을 본인의 수행실장으로 임명한 대통령 후보는 이 망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한 의원 개인의 사과로 일단락될지는 모르지만, 후보 입장에서는 지지 않아도 될 부담을 지게 된 셈이다.

민주당은 오늘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선대위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이 후보와 선대위 지도부의 인식이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한 중진 의원은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물론 그래야 한다. 그러나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일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는, 우선 후보 주변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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