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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7㎞ 파편 수만 개…90분마다 살얼음판 걸은 국제우주정거장

초속 7㎞ 파편 수만 개…90분마다 살얼음판 걸은 국제우주정거장
"정상이 아닌, 하지만 협조가 잘 됐던 하루에 감사한다. 내일은 좀 더 진정되는 날이 되길 기대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근무 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마크 반데 하이는 15일(현지시간) 자정 존슨 우주센터와의 교신에서 힘든 하루를 이같이 정리했습니다.

ISS는 이날 러시아의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으로 생긴 우주 쓰레기에 위협을 느껴 비행사들이 대피하는 이례적 사태를 겪었습니다.

러시아의 시험 시간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사일이 위성궤도를 돌던 자국 인공위성을 타격해 파괴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문제는 타격 지점에서 사방으로 쏟아져 나온 수만 개의 파편입니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이런 파편은 총알보다 8배 정도나 빠른 초속 7㎞ 이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 때문에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은 1㎝짜리 쓰레기와 충돌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 빠르기나 방향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궤도를 추적할 수 있는 크기의 파편만 1천500개이고 이보다 작은 파편은 수만 개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위험성이 심각한 만큼 국무부는 "신중하지 못한 요격 시험"이라고 러시아를 비판했습니다.

그 시간 각국 우주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미국, 러시아, 유럽 우주비행사 7명이 머무는 ISS는 공전 궤도가 파편 무더기의 이동 경로와 겹쳐 위험에 노출됐습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우주비행사들이 비상 안전 조치에 나서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파편 무더기가 ISS에 접근했을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대부분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급히 깨어난 우주비행사들은 '콜럼버스', '키보', '영구 다목적 모듈' 등 ISS에 방사상으로 연결된 모든 모듈의 해치(출입문)을 차단했습니다.

만일의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 영역을 구분하는 통로는 닫지 않았다고 NASA는 전했습니다.

ISS는 현재 90분마다 파편 무더기를 통과하거나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한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습니다.

우주 비행사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수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ISS와 파편 무더기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15일 오전 2시 6분, 9시 50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분과 6분 동안 조우했습니다.

NASA는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 두 번째와 세 번째 접근에서는 우주 비행사들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키기도 했습니다.

비행사들은 소유스 M-19 우주선과 크루 드래건 인듀어런스호에 탑승해 위험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각자 타고 온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은 ISS에서 대피해야 할 비상 상황에 취하는 표준 절차입니다.

NASA는 자국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당분간 ISS를 위협할 우주쓰레기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성명을 통해 미 동부 시간 오전 9시 30분을 기해 ISS의 상황이 정상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로스코스모스는 "ISS는 이제 안전지대에 있다"며 승무원들이 정상적 상황으로 돌아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표준절차에 따라 승무원들이 우주선에 탑승하도록 했던 물체들의 궤도가 ISS의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NASA와 로스코스모스는 통상 ISS 주변 25㎞와 위아래 0.75㎞ 권역을 안전권으로 설정해 우주쓰레기 등 위험 요소의 접근을 예방해 왔습니다.

ISS가 위험권에서 벗어났다는 로스코스모스의 발표가 사실이라고 해도 위협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구궤도를 도는 파편들이 언제 다시 ISS와 인공위성에 접근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ISS는 이달 10일에도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위험 때문에 '회피 기동'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ISS에 접근했던 우주쓰레기는 2007년 중국이 실시한 위성요격 실험으로 생겨난 3천여 개의 파편 중 일부였습니다.

이런 우주쓰레기는 세계 각국이 우주공간의 군사적 이용에 열을 올리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2019년 우주군을 창설했고, 영국과 프랑스, 인도 등도 앞다퉈 우주군 창설에 나섰습니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는 올해만 두 차례 위성요격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습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0년에도 최소 세 차례에 걸쳐 위성요격 무기를 실험했고, 이 중 두 차례는 위성 요격 미사일, 다른 한 차례는 위성 탑재 무기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도 2019년 위성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우주쓰레기 수백 개를 만들어낸 적이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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