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민주화시위 주역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동상이 홍콩 번화가에서 철거됐습니다.
홍콩매체 HK01와 홍콩프리프레스 등은 의류체인 치키덕의 홍콩 코즈웨이베이 틴하우 매장 앞에 놓여 있던 류샤오보의 동상이 어제 치워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홍콩 식품환경위생서와 민정사무총서, 지정총서 등 3개 부처는 공동명의로 치키덕에 보낸 서한에서 매장 앞 동상과 목재계단이 임차하지 않은 땅을 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15일까지 이를 치우라고 통지했습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경찰이 매장을 찾아 동상과 목재계단에 철거 명령서를 부착했습니다.
치키덕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민주진영 업체 중 하나로, 지난해 12월 틴하우 지점을 열었습니다.
이후 홍콩 야당인 사회민주연선이 소유한 류샤오보 동상을 3개월 전 해당 매장 앞에 전시했습니다.
치키덕과 사회민주연선 측은 어제 이 동상을 비영리 라디오방송국인 시티즌 라디오 건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치키덕의 초우 CEO는 목재계단이 전 임차인이 해당 매장을 사용하던 10년 전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말 토지임차 위반 문제라면 당국이 10년이나 늦게 법을 집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고위층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류샤오보는 1989년 중국 학생 운동의 주역 중 한 명입니다.
중국의 민주주의를 촉구하고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추모하는 글을 발표해 여러 차례 체포됐습니다.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는 '08헌장'을 발표해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 등 광범위한 민주개혁을 요구했고, 이듬해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습니다.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지만 당시 수감중이던 까닭에 노벨위원회 측은 텅 빈 의자에 메달을 걸어주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류샤오보는 긴 옥살이 도중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2017년 7월 13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홍콩에서는 지난 30여 년 동안 톈안먼 민주화시위 촛불집회를 개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가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최근 자진해산했고, 이들이 운영해온 톈안먼 추모박물관도 당국의 단속 속에 문을 닫았습니다.
(사진=HK01 캡처,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