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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지막 '예산 파도' 넘는 한국형 항모…싸고 빈틈없이

[취재파일] 마지막 '예산 파도' 넘는 한국형 항모…싸고 빈틈없이
기획재정부의 사업타당성 조사, 국방부의 연구용역 등 국회가 제시한 2가지 사전 검토를 모두 통과한 한국형 항모가 내년 본 사업의 개시를 앞두고 마지막 파도를 넘고 있습니다. 기본설계 착수 72억 원 예산의 국회 심의 절차입니다. 국회 국방위와 예결위의 몇몇 회의를 거쳤고, 오늘 오후에는 국방위 예결소위, 내일은 국방위 전체회의와 예결위 소위가 잡혀있습니다. 이를 모두 넘어서면 오는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됩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예산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데, 반대도 여전히 거셉니다. 국회에서는 특히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한국형 항모를 띄우려면 일방적 찬성론보다 다양한 반대론을 두 손 들어 환영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관심 갖는 차돌 같은 한국형 항모를 건조하기 위해 반대 의견들은 설득하고, 고칠 점은 고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할 터. 반대 의견은 한국형 항모를 위한 보약과 같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국방위와 예결위의 회의는 찰진 반대 의견을 접수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한국형 항모의 가격을 낮춰라

해군 제작 '한국형 항모' CG 영상 중 항모전투단의 항진 장면

지난 9일 개최된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신원식 의원은 "방사청의 경항모 총 사업비는 2조 263억인데 KIDA는 (사업타당성 조사)해서 (사업비가) 30% 늘었다", "규정에 의하면 총 사업비가 최초 대비 20% 증가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타당성 검증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무기를 만드는데 사업비가 많이 늘어나면 해당 사업이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타당한지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형 항모 사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사업비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사업비 20% 이상 증가'는 현재로선 생길 수 없습니다.

강은호 방사청장도 신 의원 질의에 "경항공모함 관련해서는 최초 총 사업비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답변했습니다. 2조 263억 원은 방사청의 추정액입니다. 기획재정부가 KIDA에 의뢰해 수행한 사업타당성 조사에서는 2조 6,497억 원으로 나왔습니다. 두 가지 가격 모두 한국형 항모의 공식 사업비가 아닙니다.

최종 사업비는 내년 초 기획재정부와 방사청이 결정합니다. 2조 263억 원보다는 크겠지만 2조 6,497억 원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대략 2조 4,00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입찰을 하면 또 달라집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2파전이 될 텐데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입니다. 현대중공업 측은 대한민국 최초 '항모 건조 조선소'의 위상을 쟁취하기 위해 항모 건조로 돈 벌 생각을 애당초 버리겠다는 각오입니다. 대우조선해양도 비슷합니다. 양사는 각각 KDDX 기밀유출과 해킹 피해이라는 큰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에 죄 씻는 차원에서라도 더욱 저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형 항모의 실제 가격은 분명히 많이 내려갑니다.

잠수함도 추가 건조해야 하나

해군 제작 '한국형 항모' CG 영상 중 항모전투단과 초계기의 정보 공유 장면

신원식 의원은 항모 건조 외에, 항모를 호위할 기동 함대를 구축하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라며 가성비 논란을 제기했습니다. 해군도 사진과 영상으로 한국형 항모의 청사진을 몇 차례 공개했는데, 항모 주변에 함정과 잠수함, 전투기, 경보기의 전력을 배치한 모습입니다. 미국의 핵항모 전단을 염두에 두고 한국형 항모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더 어필하기 위한 해군의 '과장 광고' 고육지책입니다.

한국형 항모의 진짜 모습은 이와 다릅니다. 항모 전단의 웅장한 기동은 사진 촬영용입니다. 먼저 항모와 잠수함의 동조 기동 문제입니다. 항모와 잠수함이 같이 다니면 수중 소음이 섞여서 항모도 잠수함도 수중 표적 탐지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자칫 적으로 오인해 아군 잠수함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잠수함에 정통한 한 예비역 해군 제독은 "잠수함은 평시 작전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항모의 전개 작전을 지원하라고 하면 초계기와 함께 해당 구역으로 이동해 적 잠수함을 탐지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위험 요인이 없다고 확인되면 항모가 해당 구역으로 진입한다"고 말했습니다.

조기 경보기 띄울 정도로 커야 하나

해군 제작 '한국형 항모' CG 영상 중 함재기의 항모 이륙 장면

조기 경보기를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항모가 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한반도 작전 환경에서는 그럴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형 항모는 한반도 작전 구역에서 공군의 기존 경보기와 지상 및 함정 레이더의 지원을 넉넉히 받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에는 항모를 위협할 항공기도 없습니다. 북한 군용기가 접근한다고 해도 수백 km 밖에서 구축함의 대공 미사일에 당합니다.

북한의 지대함 미사일에 항모가 맞아 함재기들까지 파괴될 위험은, 북한의 지대지 미사일이 우리 공군 기지를 때려 전투기들을 무력화시킬 위험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영 불안하면 부산 해군기지나 제주 해군기지 아래 숨어서 안전하게 함재기 날리면 그만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항모는 거창한 기동 함대를 거느릴 일이 없습니다. 날랜 구축함 두어 척이면 족합니다. 기동 함대 구성하는 데 큰돈 들지 않습니다.

우리 해군이 이지스함을 가지겠다고 했을 때도 반대가 참 많았다고 합니다. "북한은 작은 경비정, 어뢰정 정도로 무장해서 연근해를 맴도는데 우리는 초대형 이지스함이라니…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반대였습니다. 굼떠서 어뢰정과 지대함 미사일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종대왕함,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 등 이지스함은 지어졌고, 현재 우리 해군의 절대 전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형 항모 건조가 끝나는 시점은 2033년 경입니다. 앞으로 12년 뒤 미래의 일입니다. 그동안 기술혁신도 많이 이뤄져 한국형 항모에 적극 적용될 것입니다. 대한민국도 더 발전할 테고, 해군이 항모를 부릴 정도의 국격도 갖추게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잘 만들면 중남미, 동남아에 팔 수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국산 유무인 함재기를 실은 명실상부 한국형 항모가 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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