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차라리 추방시켜주세요" 이주노동자의 눈물

<앵커>

베트남 출신 노동자가 거액의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곤경에 빠졌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라도 취업 비자가 있으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미 체류기간은 끝나고 코로나로 발이 묶여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해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홍승연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앙상하게 마른 손을 바들바들 떨며, 도움 없이는 몸조차 가누지 못합니다.

[어제 의식이 돌아왔어요.]

54살의 베트남인 판방빛 씨는 지난 2018년 한국인과 결혼한 딸과 함께 입국해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지난해 6월 취업비자가 끝났지만,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서입니다.

법무부는 출국 유예조치를 내렸고 1년 넘게 기다림이 이어졌습니다.

[판방빛 씨 딸 : 아빠가 매일 울었어요. 베트남 가고 싶다고. 한국에선 혼자 안 돼요.]

그러던 지난달, 판 씨는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습니다.

1주일 병원 신세를 졌을 뿐인데 1천만 원 넘는 치료비가 나왔습니다.

취업비자 만료와 함께 건강보험 혜택도 종료된 것입니다.

일용직 사위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돈이었습니다.

[판방빛 씨 사위 : 피가 마른다는 게 이런 거예요. 건강보험 안 되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건지 처음 알았어요.]

판 씨 가족은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인 만큼, 그 기간만이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보게 해달라고 호소합니다.


법무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서로에게 판단을 미룹니다.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 체류 자격 관리는 저희가 하지만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지느냐 마느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공단 : (건강보험) 지위가 될 수 있는 건 저희가 인정하는 게 아니고 법무부에서 1차로 인정하는 겁니다.]

그러는 사이, 판 씨의 병세는 더 악화해 지난주 폐결핵 판정을 받았습니다.

치료비도 2천만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판방빛 씨 사위 : 강제출국이라도 시켜달라, 추방이라도 시켜달라. 인도적 차원에서 안 된다고 하니까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 이걸. 사람이 옆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베트남 지인들이 모금해서 보내주는 돈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

코로나로 틈이 생긴 안전망을 메울 방법이 없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판방빛 씨 : 가고 싶어요. 집으로….]

(영상취재 : 정경문, 영상편집 : 이승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