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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십조 예산 투입됐는데…미 정부 빼고 특허 신청한 모더나

<앵커>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 백신 특허를 신청하면서, 미국 정부 쪽을 쏙 빼놨습니다. 정부 예산 수십조 원이 투입됐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모더나의 노림수는 무엇인지, 이 사실을 처음 폭로한 소비자 단체와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워싱턴 김수형 특파원입니다.

<기자>

모더나가 미국 특허상표청에 제출한 mRNA 코로나 백신에 대한 핵심 특허 신청서 3건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극비 기술입니다.

그런데 특허 발명자란에 모더나 소속 과학자들만 올라가 있고 공동 개발에 참여한 미 국립보건원 NIH 연구자 3명의 이름은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모더나 백신 개발에 앞장섰다며 공로를 치켜세웠던 바로 그 연구자들의 이름이 빠진 겁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원들

[코르벳/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원(지난 2월) : 우리가 백신을 만들기 위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전자 배열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바이든/미국 대통령 : 이 연구팀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모더나의 특허 신청서를 처음 입수해 폭로한 미 소비자 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진 백신을 모더나 혼자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인 리즈비/퍼블릭 시티즌 연구원 : 국립보건원(NIH)은 (백신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에 거의 12조 8천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회사 한 곳에 지원한 것으로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자인 리즈비 퍼블릭 시티즌 연구원

이는 모더나가 백신에 대한 모든 결정 권한을 독점으로 소유하기 위한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자인 리즈비/퍼블릭 시티즌 연구원 : 모더나는 누가 백신을 생산할 수 있고, 어떻게 생산해서 얼마에 팔 수 있는지도 독점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제약 회사가 이렇게 귀중하고 중요한 기술을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습니다.]

미국 정부도 특허권자가 돼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자인 리즈비/퍼블릭 시티즌 연구원 : 미국 정부가 공동 발명자나 공동 소유자로 이름이 올라 있게 된다면, 정부가 그 특허를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하는 게 가능합니다.]

모더나는 올해 코로나 백신으로 21조 2천억 원을, 내년에는 23조 6천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인 리즈비/퍼블릭 시티즌 연구원 : (모더나가) 백신을 보내는 결정을 한 곳은 압도적으로 부자나라가 많았습니다. 특히 백신에 공적 자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생각해보면 이것은 그냥 부당한 일입니다.]

<앵커>

당장 우리도 모더나 백신 많이 쓰고 있지요. 김수형 특파원과 조금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자, 김 특파원, 코로나 백신 특허권이라는 게 금액도 엄청날 테고요, 미국 정부는 화가 날 것 같습니다.

모더나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특파원>

네, 퍼블릭 시티즌의 폭로 이후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도 비중 있게 사건을 보도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 확산하고 있습니다.

침묵하던 모더나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 국립보건원 과학자들이 코로나 백신을 공동 발명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도 이례적으로 원장이 직접 나서 모더나에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콜린스/미국 국립보건원 원장 : 저는 모더나가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을 공동 발명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심각한 실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앞으로 백신은 계속 필요할 텐데, 특허권을 놓고 분쟁이 생긴다면 좋은 뉴스는 아니겠군요.

<특파원>

네, 만약 소송전이 벌어지고 모더나가 최종 승소한다면 백신 제조법 공개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SBS 인터뷰에서 한국에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퍼블릭 시티즌은 하루빨리 한국처럼 생산 능력이 있는 국가에 백신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발언 이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스테판 방셀/모더나 CEO (지난 5월, SBS 인터뷰) : 모더나는 삼성에 기술을 이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런 과정을 원활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자인 리즈비/퍼블릭 시티즌 연구원 : 한국을 포함해서 모더나는 지금까지 기술 공유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코로나 백신은 전 세계에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양이 생산돼야 합니다.]

가뜩이나 전 세계 백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더나와 미국 정부가 소송전까지 벌이면 더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은하,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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