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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리그 중단 이사회 녹취록' 단독 입수…정지택 총재 '리그 중단 의견' 여러 차례 밝혀

[단독] '리그 중단 이사회 녹취록' 단독 입수…정지택 총재 '리그 중단 의견' 여러 차례 밝혀
지난 7월 12일, KBO는 긴급이사회를 개최했습니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에서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가 대거 발생해 1군 선수단에서 제외될 상황에서,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였습니다. 2시간 반이 넘는 격론 끝에, 이사회는 '리그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구단 내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선수) 인원수와 상관없이 대체선수들을 투입해 리그 일정을 정상 진행한다'는 KBO의 코로나 19 매뉴얼의 조항과 상반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매뉴얼에는 '엔트리 등록 미달 등 구단 운영이 불가하거나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리그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고 돼 있었는데, 팬들의 절대 다수는 두산과 NC의 상황이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 부회장 출신으로 현재 고문을 맡고 있는 정지택 KBO 총재가, 두산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의혹이 기사화 됐고, KBO는 '정 총재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사회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고, 정 총재가 논의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SBS는 이 이사회의 녹취록 일부를 입수했습니다. '두산과 NC가 대체선수로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가 결정된, 회의 전반부의 녹취록입니다. 저희는 이 녹취록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했습니다.

-정지택 총재는 회의 초반부터 여러 차례 리그 중단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총재의 의견에 반대한, 즉 리그 강행을 주장한 구단은 KIA와 롯데, 한화, SSG였습니다.
-안건 설정이 리그 중단 결정이 내려질 수밖에 없게 돼 있었습니다. 정 총재가 이사회에서 처음 논의하자고 제의한 안건은 'NC와 두산의 대체 선수들을 출전시켜 경기를 강행할 것인지'였습니다. 이미 각 구단들의 입장은 전날 실행위원회, 즉 단장 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었습니다. 총재가 제안한 첫 안건에는 찬성하는 구단이 4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기각될 수밖에 없었지요.

만약 첫번째 안건이 '리그를 중단할까?'였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습니다. 리그 중단에 찬성하는 구단이 6팀, 총재까지 포함하면 7명이었습니다. 의결권을 가진 인원의 63.6%지요. 2/3이 안 됩니다. KBO 규약 23조 '이사회의 의결방법'에는, '재적이사 3분의 2이상의 출석과 출석이사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고로 리그 중단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즉 '안건 설정부터 리그 중단으로 답이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의혹 제기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이사회에 참석한 몇 분은 이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정지택 총재는 SBS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보내 왔습니다. 전문을 소개합니다.
정지택 KBO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사회에서, 리그 강행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셨는지요?

"각 구단 대표이사에게 위임을 받아 참석한, 현장 전문가 집단인 단장들이 실행위원회에서 리그 중단을 결정했고 발표를 앞두고 있었지만, KBO 총재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긴급 이사회 개최를 지시했으며 다시 심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리그 중단의 의사를 표명한 바는 없습니다. 다만 NC,두산의 경기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집단인 실행원회에서 9:1로 정상적인 경기가 어렵다고 결정한바 있어 의장으로서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의사표명을 한 바는 있으나 이사들의 다른 의견이 있어 NC ,두산의 경기 강행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하였고 장시간의 논의 끝에 찬성4,반대6으로 부결하였습니다. 그 이후 이사회는 NC,두산 이외의 경기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144경기는 전부 소화하는 것으로 각각 8:2, 만장일치로 의결하였습니다. 이사회 의장으로 이 안건이 전체 리그 중단과는 별개의 결정 사항임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후 이사회에서는 총재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실행위원회 달리 이사들의 의견이 상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심층 심의를 진행했고 4명의 이사가 리그 정상 진행을 찬성해 부결됐습니다. 이후 두 팀을 제외한 잔여 경기의 중단 여부, 144경기 정상 진행 등에 대해서 논의가 이어졌고 최종적으로 8명이 리그 중단을 찬성했습니다."

-또한 리그 강행을 주장하는 사장들을 설득하신 적이 있는지요? 그랬다면 이유가 무엇인가요?

"리그 강행을 주장하는 이사들을 설득한 적이 없습니다. 반대로 리그 중단을 주장하는 이사들에게 번복 의사가 없는지 재차 확인한 적은 있습니다. "팀의 유불리는 따지기 싫다"는 의사도 분명히 표현했습니다."

-특정 구단과 깊은 관계가 있는 총재가, 그 구단에 이익이 되는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해당 구단에 이익이 되는 내용을 이사회에서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이미 실행위원회에서 리그 중단이 결정된 상황에서 다시 심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는 오히려 특정 구단 입장과는 반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리그 전체 상황을 고려하며 이사회를 진행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 오해를 피하기 위해 녹취록의 주요 부분을 공개합니다. 제보자 신변 보호를 위해, 또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주제와 상관없는 부분을 빼고 발췌본을 올리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7.12 KBO 긴급이사회 녹취록 발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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