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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통하는 이유는?

[취재파일]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통하는 이유는?

'한류가 궁금하다면' 홍석경 교수 인터뷰 3편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작성 2021.11.12 10: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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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통하는 이유는?
'한류가 궁금하다면' 취재파일 3편입니다. 앞서 '한류 성공 요인은 한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라는 해외 언론의 반복적인 오답을 짚어봤는데요, 그렇다면 한류 성공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한류 정책'은 어떤 것이어야 할지, 한류 연구자로 손꼽히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 이야기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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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갔습니다.
 

민주화 바탕 위에 한류 성공

Q. 그렇다면 한류가 이렇게 성공한 이유는 뭘까요? 문화산업 지원한 수많은 다른 나라도 있는데, 왜 한국 문화가 이렇게 잘 나가는 걸까요?

A. 왜 다른 나라는 아니고 한국이냐, 하면 80년대 민주화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민주화를 달성했기 때문에 검열 없어지고. 표현의 자유가 생기고, 그동안 눌려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문화적 갈증이 1990년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현재 문화 형식의 기초가 1990년대 다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70년대 80년대 한국인들이 가난해도 자식들은 열심히 교육했잖아요. 이렇게 교육받은 국민들의 문화적 갈증이 터져나올 수 있었던 건 민주화 덕분이죠.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렇게까지 파고들어서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냥 한국이 경제 정책 열심히 한 것처럼 문화 정책도 열심히 해서 한류가 성공했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전 세계에서 통하는 한국 콘텐츠의 '보편성'

한국은 이제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 두 진영 모두에서 어떤 보편적 메시지를 말할 수 있는 스피커의 위치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먼저 선진국을 보면, 지금 그쪽에서 인정받고 있는 내용이 무엇보다 '기생충'이라든지, '오징어게임' 같은 거잖아요. 이 사람들이 그 내용의 대담함, 보편성, 이런 것들에 굉장히 놀랐죠. 왜냐 하면 서구는 우리가 '오징어게임'에서 처절하게 비판하고 있는 빈부 격차라든지 계급사회 문제를 우리보다 훨씬 먼저 겪은 나라들이잖아요. 우리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은 덜 아프게 무마하기 위해, 사회 보장 제도를 비롯한 여러 장치를 만들어낼 시간이 더 많이 있었던 나라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정도 무뎌질 수밖에 없었고, 더 비판한다 해도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문제를 안고 살고, 그러니까 이 시스템의 '바깥'을 상상할 수 없는 단계라고 할까요.

오징어게임-기생충
그런데 한국은 굉장히 빨리 발전하면서 이 문제 안으로 급격하게 진입해서, 빈부 격차를 지금 막 피가 철철 나는 상처로 느끼고 있고, 이걸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있는 거죠. 그만큼 우리 문화산업이 발전했고, 한국인들이 그동안 많이 교육받았고, 특히 한국 시청자들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만들어도 잘 못 만들었으면 절대로 봐주질 않습니다. 한국 대중문화가 지금 이 수준에 다다른 건 몇몇의 산업적 성공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 전체의 문화유산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이룬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국은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주체가 된 거죠.

후진국에서 봤을 때도 한국은 동일시할 수 있는 텍스트를 많이 갖고 있어요. 이 나라들은 어떻게 보면 빈부 격차보다 더 심한 여러 문제들이 있는데, 민주화 안 된 많은 나라들도 있고 인종 문제라든지 복잡한 역사적 문제를 가진 나라들도 있죠. 이 나라들이 볼 때 한국은 '50년 전, 30년 전, 10년 전에는 우리랑 비슷했는데 이제 저렇게 선진국이 된 나라'인 거죠. 한국은 그들과 유사하게 식민 지배를 받기도 했고, 전쟁도, 극도의 가난도 경험했던 나라이기 때문에, 그게 우리의 일상에 다 묻어나요. 그들이 동일시하기 굉장히 좋은 텍스트를 한국이 잔뜩 가지고 있는 거죠. 이런 건 할리우드 영화나 세련된 유럽 문화, 개인주의적인 일본 콘텐츠에서 느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한국이 양쪽 세계에서 다 통하는 보편적 스피커가 될 수 있는 경험을 가진 나라이면서, 실력을 갖춰서 된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감 좋지만 우월감은 곤란

Q. 한류 성공은 정말 기쁜 일인데, 지나친 '국뽕'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간혹 문화적 우월감이나 타 문화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A. 네. 한국 대중문화 속에 아직 굉장히 많은 문제점이 있고, 그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라든지, 그런 문제가 다 드러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한국이 대중문화의 성공으로 우월감을 가지면 안된다, 그러나 자신감은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거든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아무나 가진 게 아닙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세요. 아무리 못 만든 거라고 해도 그 하한선이 굉장히 올라와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정말 잘 만들고 있는데,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가 그 안에 다 투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종주의적인 문제, 젠더 문제, 인권 문제 이런 것들이 다 그 안에 들어가 있어요.
 

스스로 비판할 수 있는 게 문화적 역량

어떻게 보면 가장 성실하게 우리 스스로에게 해부적인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능력이 결국 우리의 문화적 능력일 겁니다. 그걸 감춘다고 해서, 잘 감춰서 능력이 올라가는 건 절대 아닌 거죠. 아마 요즘 한국 외교 하시는 분들 중에는 이중적인 감정을 갖는 분들 계실지도 몰라요.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이 보여주는 한국의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잖아요. 물론 굉장히 풍자적, 비유적으로 보여줬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비유로만 보지 않습니다. 혹자는 '한국이 정말 저렇게 살아?' 하고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스스로를 이렇게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역량이 진정한 문화적 역량이고, 이 작품들이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우월감을 가져선 안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인종주의적인 악마를 그대로 살려주는 거거든요. 이미 K팝 문화 안에서 많이 드러나고 있어요. K팝에 인종주의적인 경계 같은 게 생겨나면서, 굉장히 글로벌화하고 있지만, 아시아인이 아니면 인정이 안 된다거나, 어떤 '위계'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보이고 있기 때문에, 산업 종사자들이나 수용자들 모두 조심을 많이 해야 되겠죠.

대중가요, 콘서트, 마이크, kpop, 케이팝, 한류
그래도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봅니다. 실수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뭘 잘못했는지 현장에서 배워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K팝 팬덤 문화를 많이 관찰하니까, 그런 사례를 많이 보고 있어요. 코앞의 일에만 관심 있을 것 같은 젊은이들이 팬덤 안에서 서로 대화하고, 먼 곳에 있는 팬들과 싸우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코스모폴리탄적인 이슈들과 만나고 있죠.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는 큰 배움이 그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도 한국이 문화적으로 큰 일을 하고 있는 거죠.
 

한류는 창작자들 피 땀 눈물 덕분...노동 조건 개선해야

Q. 정부 정책 덕분에 한류가 성공한 건 아니더라도, 정부가 지원을 위해 노력해 온 것도 사실이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잖아요. 앞으로 바람직한 '한류 정책'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요.

A. 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한류는 수용 현상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식이나 한복 세계화를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특별한 결과가 거기서 나오진 않았거든요. 이제 우리가 그 효과를 알기 때문에 정책을 좀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거고요. 어느 나라든 자국 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데, 중요한 건 어디에 사용하느냐의 문제겠죠. 이 단계에서 한국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가요, 콘서트, 마이크, kpop, 케이팝, 한류
저는 한류가 성공한 것은 정말 한국 대중문화 창작자들의 피 땀 눈물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중문화산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 죽는 일이 있었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젊은 사람의 열정 노동에 기대고 있는 산업입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죠. (*2011년 젊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고, 이를 계기로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탄생했습니다.) 아까 아이돌 얘기도 했지만, 많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 골고루 이 영역에 계속 들어와야 좋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죠.

콘텐츠산업 속에서는 정말 소수가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림자 속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의 기본 생존과 노동 조건을 확보해주는 방향으로 정부가 더 투자를 하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 긴 기간이 무노동이고 수입이 없잖아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조금 메워줄 수 있을지, 하부 구조와 관련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중문화는 공동의 유산…아카이브 필요

또 제가 요즘 특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는데요, 한류의 특성은 아까 말씀 드렸듯이 수없이 많은 자발적인 전세계의 팬들이 하는 일들입니다. 그래서 K팝 문화라는 것은 팬덤이 하는 게 절반 이상이죠. BTS가 맨날 아미를 입에 달고 다니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 BTS가 이룬 것은 혼자 이룬 게 아닙니다. 팬들이 많은 내용을 생산하고 있고, 이게 결국 K팝 문화에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SNS유튜브에 널려 있으니까 거기 그냥 두면 되고, 우리한테는 어딘가에 있을 앨범만 남으면 되는 걸까요?

방탄소년단 온라인콘서트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합뉴스)
드라마도 그렇죠. 드라마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한국 시청자들이 정말 경쟁적으로 봐줬기 때문이고 우리의 취향이 투사된 결과물인 거거든요. 우리 드라마들은 사전제작이 아니라, 시청자들 반응을 보면서 찍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사전제작을 못해서 좋은 작품을 못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도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 또 있고.

이렇게 대중문화는 우리의 기쁨과 슬픔과 욕망이 다 투사되어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걸 유산으로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든 잘 보관하고 기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그래서 일반 공중이 접근해서 2차 활용이 가능한 아카이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산일 뿐 아니라 자산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국가가 투자해서 이런 데이터베이스라든지 아카이빙 작업을 해서, 많은 가치 있는 자료들이 디지털 쓰나미 속에 쓸려나가지 않도록 보존해야 합니다. 가치가 있는 것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보관해서 후세에 남기고, 동시대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작업이 필요한데,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SBS에서 방영했던 '아카이브K'라는 프로그램 PD한테 들었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한국 대중음악사를 정리하려 하는데 너무나 자료 구하기 어려웠다고요.

A 그렇죠. 다 흩어져 있고, 찾기 쉽지 않죠. 저는 아카이브 작업이 시작되면 구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너무 빨리 발전했기 때문에 50대 후반 60대만 되어도 할 얘기가 많아요. 더 나이 든 분들도 계시고. 우리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잘못된 우월감이나 '국뽕'으로 가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거든요. 역사를 공부하는 것과 같아요. 아카이브가 중요한 이유가 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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